내년 대구에서 열리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비상이 걸렸다. 다름 아닌 날씨 때문이다. 올여름 유독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렸고, 특히 무더위가 전례 없이 9월까지 이어지면서 내년 대회 기간(8월 27일~9월 4일)에도 무더위로 대회 진행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올여름엔 39일간(7월 29일~9월 5일) 낮 최고기온이 30℃ 이상 이어져 1996년의 38일 연속 기록을 넘어섰다. 여름이 더운 건 당연하지만 문제는 9월까지 계속된 올해 같은 폭염이 내년 대회 기간에도 나타날 경우 경기 운영, 선수 건강 등 선수 보호 문제, 기록 저조 등 대회 성공 개최에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뿐 아니라 무더위로 각국 선수단의 불만이 쏟아질 경우 대구 이미지가 업그레이드는커녕 자칫 더 나빠질 우려도 있다.
실제 이달 5일 대구에서 진행된 한국 마라톤 대표팀 훈련은 무더위 탓에 큰 차질을 빚었다. 애초 내년 대회 마라톤 코스에서 40㎞를 달리며 실전 적응 훈련을 할 계획이었지만 남자 12명, 여자 6명 등 18명의 대표 선수 중 40㎞를 달린 선수는 김영진(수원시청) 선수 단 한 명뿐이었다. 나머지는 무더위 때문에 15㎞ 이후 줄줄이 포기했으며 25㎞ 이상 달린 선수도 5, 6명에 불과했다. 대구국제마라톤대회에서 2년 연속 좋은 기록을 보인 지영준은 15㎞ 루프 코스 한 바퀴를 돈 뒤 가장 먼저 포기해 아쉬움을 남겼다.
앞서 지난달 29일 대구 대회 코스 30㎞ 구간에서 열린 실전 훈련에서도 상당수 선수들이 끝까지 달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영조 한국 마라톤 기술위원장은 "너무 더워서 선수들이 제대로 뛰지 못했다. 이번 훈련에서 우리 선수들이 얼마나 더위에 약한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면서 "이번 훈련은 선수들에게 좋은 경험이 됐다. 더위 적응 훈련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졌다"고 말했다.
또 내년 대회 기간이 여름 막바지에서 가을로 접어드는 시기라 한여름 무더위는 피할 것으로 예상했던 대회 관계자들은 당황해하며 날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문동후 부위원장은 "부디 올해 무더위가 기상 이변이길 바랄 뿐이다"며 "혹시 내년에도 이렇게 오랜 기간 덥다면 선수들의 경기력은 물론 대회 운영에도 상당한 차질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마라톤 경기는 국채보상공원을 출발, 청구네거리~수성네거리~두산오거리~수성못~대구은행네거리~반월당네거리를 돌아 다시 출발점으로 오는 15㎞ 구간을 두 번 왕복하고 같은 구간을 단축해 마지막 12.195㎞를 달리는 일종의 변형 루프코스에서 열린다. 내년 대회에서 여자는 대회 첫날인 8월 27일, 남자는 마지막날인 9월 4일 각각 레이스를 벌인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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