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 가격 얼마나 올랐나…한우 148∼178%↑

입력 2010-09-08 09:47:19

과일값, 생각보다는 적게 올랐네

올해 추석 물가 오름세가 유난스럽다. 봄철 이상 저온 현상에 따른 냉해 피해와 더불어 6월부터 시작된 무더위, 태풍 등으로 어느 해보다 추석 선물 세트 가격은 큰 오름세를 보일 전망인 것. 선물세트 가격은 그 해의 기상상황에도 꽤 좌우되지만 소비자들의 선호도 변화에 따라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는 경향을 보인다. 올해는 사과·배 등 과일 가격 상승폭이 크지만 10년 전이었던 2000년과 올해 가격을 비교하면 한우와 수산물 등에서 가격상승세가 두드러진다.

◆한우, 10년 새 120~277% 상승

매년 명절, 가장 인기 있는 선물로 자리 잡은 한우갈비세트의 경우 2000년에는 3㎏ 기준으로 8만7천원에 판매되던 것이 올해 23만원(3.2㎏ 기준)으로 뛰어올랐다. 한우의 경우 등급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10년 동안 한우선물세트의 가격 인상폭을 g당 가격으로 계산해보면 무려 120% 오른 것. 목살과 불고기용 세트의 오름세는 갈비보다 더욱 높게 나타났다. 2000년 5㎏짜리 선물세트가 9만원에 판매된 데 비해, 올해는 같은 부위로 구성된 선물세트 3.2㎏ 포장이 16만원을 호가하는 것. 단위 g당 오름세가 277%나 됐다. 동아백화점 정육 바이어 이희경 팀장은 "한우의 경우 2007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로 인해 한우 도축물량이 크게 증가했던 때를 제외하고는 매년 12~15%의 오름세를 나타냈다"며 "특히 음식점 원산지 표시제도와 쇠고기 이력 추적 시스템이 도입된 직후인 2008년과 2009년 추석에는 갈비와 등심 등 선물세트 인기 부위는 15~20%의 높은 가격 상승세를 보였다"고 했다.

수산물 중 최고급 선물세트로 분류되고 있는 남해안 죽방멸치 선물세트는 약 260%의 상승률을 보였다. 2000년 1㎏ 기준으로 13만5천원에 판매됐으나 이번 추석에는 약 35만원 수준에서 판매 가격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굴비·옥돔·전복 등의 수산품은 큰 변동이 없었다. 영광굴비는 상등품을 기준으로 10마리 판매가격이 2000년에는 15만원이었던 것이 올해 역시 15만~17만원 수준이다. 동아백화점 수산담당 정석희 바이어는 "죽방멸치의 경우 해수온도 상승에 따라 멸치의 어획량이 해마다 줄고, 전통방식을 고수하는 어업가구가 줄면서 가격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며 "반면 굴비와 옥돔의 경우 외국 수입 수산물의 다양화, 식습관의 변화에 따른 선호도 하락 등으로 인해 가격 변동이 적다"고 했다.

◆과일값 인상은 23~45%

올해 그 어느 해보다 높은 가격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과일선물세트는 10년 전과 비교해 얼마나 올랐을까? 사과(상등품) 10㎏를 기준으로 했을 때, 2000년 가격은 5만5천원이었지만 올해는 8만원에 판매될 예정이어서 45%가량의 상승률을 보였다. 배(상등품) 역시 15㎏ 기준으로 2000년 6만5천원이었던 것이 올해는 8만원으로 약 23%의 오름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이상기후로 인해 사과·배 가격이 전년과 비교해 각각 20%와 10%가량 오른 것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오름세(전년 추석가격과 2000년 가격 비교)는 18%와 8% 안팎에 불가해 다른 품목에 비해 가격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과일 가격의 낮은 상승폭에 대해 동아백화점 청과 바이어 김환택 팀장은 "선택의 폭이 다양해졌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2000년만 해도 과일선물세트라야 사과와 배가 고작이었지만 지금은 곶감, 멜론, 한라봉, 수입열대과일 등 다양한 과일이 등장하면서 사과·배가 전체 과일 선물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것.

김 팀장은 "곶감의 경우 웰빙 선물세트로 인식되면서 인기가 높아져 처음 명절선물세트로 선보인 2002년과 비교하면 매년 10% 내외의 높은 가격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며 "지금은 2002년과 비교해 가격이 2배가량 올랐다"고 했다.

◆공산품은 품목별로 들쭉날쭉

명절 때 제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경주법주(700㎖)는 2000년에는 6천500원이었던 것이 올해는 7천290원으로 12% 정도 올랐다. 또 인기 전통주 선물세트인 이강주(400㎖ 2명) 세트는 3만5천원에서 4만2천원으로 20% 올랐고, 로얄살루트(700㎖)는 16만9천원에서 19만8천원으로 17%, 시바스리갈 12년산(700㎖)은 3만6천300원에서 4만200원으로 약 10% 수준의 인상폭을 보였다.

공산품 중 인기가 좋은 참치선물세트(살코기 150g짜리 12캔)의 경우 2000년 1만3천200원에서 2만4천500원으로 약 85%이상 올랐고, 식용유는 대두유(1.8ℓ 2병)가 6천원에서 1만2천500원으로 2배 넘는 상승세를 나타냈다. 이는 원자재 가격 상승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10년 전과 비교해 오히려 상품구성이 더욱 다양해지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내려간 제품도 있었다. 세제선물세트가 그렇다. 10년 전 치약 2개, 비누 3개, 샴푸, 린스 각 1개로 구성된 '태평양 종합9호세트'의 당시 판매가격은 9천원. 하지만 올해는 10개를 사면 1개를 추가 증정하는 이벤트에다 샴푸, 린스 각 1개씩, 치약 6개, 보디클렌징 1개로 구성된 상품의 가격은 9천900원으로 품목 구성과 추가 증정을 고려했을 때 올해 제품이 더 저렴하다. 제조업체마다 '실속형 선물세트' 경쟁을 벌이다 보니 오히려 가격이 내려가는 기현상을 보인 것.

동아백화점 유통센터 최경진 부장은 "선물세트의 가격은 소비자의 식생활 습관과 상품선호도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크게 나타난다"며 "공산품의 경우에는 유통업체의 경쟁 과열로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전국의 유명 특산물을 선점하기 위한 접전이 벌어지면서 가격이 오르는 면도 있다"고 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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