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성당 너머 또하나 첨탑
이인성 작 '성탑'은 계산동 성당을 가운데 놓고 그 뒤 왼쪽으로 또 하나의 교회 건물이 함께 조망되는 이색적인 풍경이다. 그가 계산 성당을 그린 것은 이미 1930년 제9회 조선미전에 입선한 '겨울 어느 날'에서부터다. 초가지붕들과 골목길들, 그리고 그 너머 마을 위로 계산 성당의 모습이 멀리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다. 1932년 일본 도쿄 광풍회전에서 입선한 '성탑 풍경' 역시 계산 성당을 그린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국립현대미술관 소장의 '계산동 성당'은 성당의 남측에서 근접해 바라본 장면인데 동쪽 후진(apse)부분까지 건물의 구조를 자세하게 묘사한 사실적인 작품이었다.
이 작품 '성탑'은 성당의 서쪽 정면(facade)을 맞은편에서 부감한 모습인데 하늘을 배경으로 공중에 높이 솟은 첨탑이 강조되어 시야의 전면에 부각되고 있다. 정면에 이렇게 종탑을 세우는 전통은 고딕양식에서 확립되었지만 더 먼 기원은 평지의 성에서 주위를 경계할 목적으로 세운 망루에서라고 한다. 이색적인 서양식 건물인데다 사방에서 조망되는 탓에 당시 일제에 의해 건축된 신식 건물들과 함께 대구의 랜드 마크 구실을 했을 것이다. 더욱이 인접하여 또 하나의 고딕 건물이 들어서 우뚝 솟은 종탑들이 크게 인상적이었던지 이인성뿐만 아니라 자주 화가들의 그림 소재가 되었다.
이 작품의 제작 연도는 1937년 이후다. 그렇게 볼 수 있는 가장 결정적인 단서는 바로 뒤편에 보이는 제일교회의 모습인데, 이 교회 건물 우측의 종탑은 1936년 12월에야 완성되었다고 한다. 현재의 건물은 1933년에 건축되었으나 당시의 사진에 지금의 종탑 모습은 아직 보이지 않았다. 두 건물 사이의 거리가 멀지는 않지만 원근법상으로 너무 근접해 보여 사실적으로는 불합리한 묘사다. 실제 이상으로 교회 건물을 크게 부각시킨 것도 어떤 의도에 의한 강조일지 모른다. 성당 건물의 하단 부분은 낮게 둘러쳐진 담장과 수목에 에워싸여 있는데 전반적으로 묘사가 소략하고 붓질은 여러 지점에서 시험적으로 적용된 흔적이 많다.
그림의 구도를 보면 첨탑들의 수직 상승감을 크게 인식한 듯 수직성이 두드러지는데 화면 오른편에 뻗어 오른 두 그루의 나무에 의해 또 한 번 반향하고 있다. 이 수직적 구도를 보완하려는 듯 우측 아래 옆으로 길게 나온 한 가닥 소나무 가지와 부감시를 제공한 장소인 언덕을 암시하는 그림 하단 부분을 건물의 붉은 색과 대조되게 흰색으로 강조하고 있다. 나뭇가지와 바닥에 사용한 현저한 흰색의 불투명 물감은 잔설의 표현이 아닌지 모르겠다. 그리고 이렇게 비튼 나뭇가지의 형태에서 장식적인 매력을 찾는 취미는 당시 대구의 몇 사람의 수채화에 공통적으로 보이는 특징이기도 하다. 작품의 필치와 구도, 형태 등에 나타난 이 시험적인 요소들은 지금까지의 자연스러운 묘사와 즉흥적인 표현이 새롭게, 신중하게 고려된 구상적인 그림으로 전환하기 시작하는 1930년대 중반 이후의 특징이 된다.
김영동(미술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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