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병휘의 교열단상] 겸손한 공직자

입력 2010-09-06 07:47:45

착한 일을 하는 사람을 보면서 자기도 본받아야지 하고 생각한다면 누구나 착한 사람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어떻게 한 가지 실수도 안하고 살 수 있을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게 우선이겠지만 누구나 범할 수 있기에 그 잘못에 대해 바로 알고 고칠 줄 아는 게 더 중요하다.

8·8 개각으로 이명박 대통령이 지명한 국무총리·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8월 말 열렸다.

어느 때보다 말이 많았던 이번 청문회에서 거짓말 해명으로 잦은 말 바꾸기, 위장전입 5차례, 쪽방촌 투자 등으로 '40대 국무총리' 후보자와 장관 후보자 2명이 결국 사퇴했다. 청문회 과정에서 후보자들은 불거진 의혹에 대해 궤변을 늘어놓다 청문위원들이 증거물을 들이대면 그제서야 사과하기에 급급했다.

"그것은 구차스러운 변명이요, 약자의 궤변일 뿐이다." "이유는 연장 의미가 없다는 단순 논리로 괴변을 늘어놓는데 북한이 핵을 포기할 의사가 없는데다 언제든지 제2 천안함 사태와 같은 돌발 상황이 예상되는 현시점에서 어떠한 이유에서도 설득력이 없다." "얼른 들으면 공주의 말씀이 그럴듯하나 실상은 억설이고 궤변이란 말이야." "당장 땅이 꺼지거나, 산이 무너지거나, 무슨 괴변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

앞서의 문장에 나오는 '괴변'과 '궤변'을 혼동해 표기해서는 안 된다. 두 번째 문장의 '단순한 논리로 괴변을'에서 '괴변'은 '궤변'의 잘못이다. '궤변'은 상대편을 이론으로 이기기 위하여 상대편의 사고를 혼란시키거나 감정을 격앙시켜 거짓을 참인 것처럼 꾸며대는 논법이다. '괴변'은 예상하지 못한 괴상한 재난이나 사고를 뜻한다.

이번 청문회 과정에서 후보자들은 청문위원들에게 지나칠 정도로 깍듯이 인사하고 또 어떤 후보자는 말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피해 당사자를 찾아 모욕을 참아가며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다.

고위 공직자의 겸손함은 누가 봐도 보기 좋고 또 그렇게 해야만 국민을 섬기는 자세가 맞을 것이다. 하지만 겸손과 비굴은 다르다.

'겸손'은 남을 존중하고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태도가 있음을, '비굴'은 용기나 줏대가 없이 남에게 굽히기 쉬움으로 사전에 설명되어 있다. 겸손함은 상대방을 배려하여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에서 나오지만 비굴함은 상대방을 두려워하여 굽히고 상대방에게 무엇을 바라는 마음에서 나온다.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라는 성경 말씀과 같이 우리는 진정으로 자신을 낮추는 겸손한 공직자를 원한다.

성병휘<교정부장 sbh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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