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면 통해 독자에 공개…7년째 이어온 '이웃사랑' "매일신문 긍지\
'30억원의 기적'은 매일신문 독자 여러분들이 쓴 사랑의 기록입니다. 대구경북민이 함께 만들어간 '아름다운 기부문화'의 대장정이지요.
흔히 기부금을 내는 데는 생색내고 싶어하는 마음 한 자락이 남아 있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매일신문 독자분들은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성금내역에 기록된 이름 석 자뿐이었지만 개의치 않고 이웃을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었습니다.
이웃사랑 제작팀은 성금 30억원 달성을 맞이해 기적을 만들어 낸 주인공인 기부자들의 사연을 추적해 봤습니다. 이들을 수소문하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조용히 돕고 싶을 뿐 인터뷰는 부담스럽다"며 거절한 분들이 상당수였고, 수차례 설득 끝에 인터뷰에 응해주신 분들 역시 부끄러워하긴 마찬가지였습니다.
◆참여 동기는 달라도 마음은 하나
각자 나름대로의 이유에서 출발한 나눔이었습니다. 하지만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만큼은 하나였습니다.
자신도 암과 싸웠던 박기식(44) 씨는 "투병 과정에서 받았던 주변 사람들의 도움에 어떻게든 보답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중 마침 매일신문 이웃사랑 코너를 보게 됐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기부를 시작한 것이 벌써 4년입니다. 박 씨는 "여건이 되면 더 내고 싶은데 항상 아쉬운 마음이 든다"며 오히려 미안해했습니다.
대구 태전초등학교 김달영(59) 교장은 매월말이 되면 꼬박꼬박 성금을 내놓습니다. 김 교장은 "우리 아이들이 어려운 이웃을 돌볼 줄 아는 사람으로 컸으면 좋겠다"며 "이웃사랑 코너를 통해 작은 것도 여럿이 보태면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시작한 일"이라고 했습니다.
익명을 요청한 한 기부자 L씨는 "어머니께 갑작스레 찾아온 병마가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살펴보게 된 계기가 됐다"고 합니다. 어머니가 몸져눕자 모든 게 다 허무해졌다는 겁니다. 어머니와 본인의 이름으로 4년째 성금을 내고 있는 그는 "어머니의 건강은 여전히 좋지 않지만 누군가를 돕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만은 항상 풍성하다"고 했습니다.
사회에 이익을 환원하는 기업의 책임을 '이웃사랑'을 통해 실천하는 기업도 상당수입니다. 하이트맥주의 최문종 상무는 "대구경북 주류시장에서 80%를 점유하고 있는 하이트맥주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며 "앞으로 많은 기업들이 이웃사랑에 참여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앞장서 기부를 시작했는데 요즘 많은 기업들이 동참해 주는 것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한 달 전부터 새롭게 성금 기부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지엘건설 관계자는 "이렇게 좋은 취지의 기사가 있는지 미처 몰랐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돕고 싶다"고 했습니다.
◆마음에서 우러나야 진짜 성금
대구시 달서구 두류동 '국선도 두류수련원'에 있는 이웃사랑 성금함은 조금 특별합니다. 성금을 내려면 두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합니다. 첫 번째가 1천원 이상 기부하지 말 것이고요. 두 번째는 이웃사랑 기사를 보고 마음이 움직이는 사람만 지갑을 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강기백(54) 수련원장은 "부담되지 않을 만큼 적은 금액이어야 기부가 지속되지 않겠나. 마음이 내키지 않는데 억지로 돕는 것은 올바른 기부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이런 조건을 만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동차미'라는 이름으로 성금을 보내는 익명의 기부자는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받은 활동비를 고스란히 이웃사랑에 전달하고 있습니다. 봉사해서 얻은 대가를 또다시 세상에 돌려주는 셈입니다.
세무사 김기욱(62) 씨는 요즘도 자가용 대신 버스를 타고 다닐 정도로 절약이 몸에 밴 사람입니다. 종이 한 장도 그냥 버리지 않고 재활용하는 김 씨는 그 돈을 아껴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씁니다. "이웃사랑 코너를 읽다 보니 가슴 아픈 사연이 참 많더라고요.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을 도우려면 제가 아끼는 거 말고 방법이 없지 않나요." 김 씨의 투철한 절약정신은 이웃을 돕기 위한 방법이었습니다.
매일신문에 독자들이 보내온 것은 단지 돈만이 아니었습니다. 재능을 통해 나눔을 실천했고, 물품을 기부해 주신 사례도 다양했습니다. 의사들은 무료 수술을 자청했고, 학원 선생님들은 무료 강의를 자원하시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도 전철수학과학학원 전윤철 원장은 본지 8월 4일자에 보도된 주호자 씨의 아들에게 공부를 가르쳐 주겠다며 신문사로 전화를 주셨습니다. 전 원장은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교육의 기회마저 제한되는 게 안타까웠다"고 했습니다. 이웃사랑에 소개된 사람들에게 '김치 봉사'를 하고 싶다고 연락해 온 독자도 있었습니다. 어려운 이웃의 먹을거리까지 걱정하는 독자들 덕분에 이웃사랑이 더 풍성해졌습니다.
◆투명한 성금 전달 "좋아요"
기부자들은 이웃사랑만이 가진 장점으로 이구동성 '투명한 성금 전달'을 꼽았습니다. 매주 지면 한쪽에 빼곡히 쓰여진 기부자들의 이름과 액수를 통해 내가 보낸 성금이 누구에게 얼마나 전달됐는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한 시스템 덕택입니다.
홍선생미술 라선희 달서구 지사장은 "기부를 하고 싶어도 믿을 곳이 없어서 못했는데 매일신문은 투명한 성금전달 체계를 가지고 있어 믿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익명을 요청한 한 기부자 역시 "기부를 하는 데도 신뢰가 필요한 요즘 세상에 이웃사랑이 끝까지 믿음을 지켜줬으면 좋겠다. 이웃사랑은 강제 기부가 아니라 기부자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더 오래 갈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했습니다.
"이웃사랑이 매일신문의 긍지"라며 응원해 준 기부자도 있었습니다. '정약국'의 대표는 "대부분 매스컴이 진행하는 기부 프로그램이 단기간에 끝나는 반면 이웃사랑은 7년 넘게 계속되고 있다. 대구시민으로서 이웃사랑을 통해 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게 돼 오히려 감사하다"고 인사를 했습니다.
좀 더 다양한 사례를 찾았으면 좋겠다는 조언을 해준 기부자도 있었습니다. 금강엘이디제작소 신철범 대표는 "성주에 사는 미영이네 가족(본지 8월 18일자 8면 보도)처럼 온 가족이 돈 때문에 고통받는 사례도 참 가슴이 아프다"며 "꼭 환자가 아니라도 힘들고 어려운 이웃이라면 언제라도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전해오셨습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ent.co.kr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국정원, 中 업체 매일신문 등 국내 언론사 도용 가짜 사이트 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