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 Why?] 자전거 바퀴 (Roue de bicyclette)

입력 2010-09-02 08:47:18

작 가 명 : 마르셀 뒤샹

(Marcel Duchamp, 1887~1968)

제 목 : 자전거 바퀴 (Roue de bicyclette)

연 도 : 1913년

크 기 : 126.5x31.5x63.5㎝

재 료 : Mixed media

소 장 처 : 조르주 퐁피두센터 (Centre Georges Pompidou, Paris)

지난 4월 법원에서는 2008년 문화체육관광부가 김윤수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을 해임한 것에 대해 무효라는 판결을 내렸다.

국립현대미술관이 프랑스의 전위미술가 마르셀 뒤샹의 작품인 '여행용 가방'을 사들이면서 계약 체결 전 결정사실을 중개사에 알리고 관세청에 신고하지 않는 등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김윤수 관장을 해임한 사건이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김윤수 관장이 김정헌 한국문화예술위원장과 함께 '지난 정부의 정치색을 지닌 기관장'으로 찍혀 있던 상황에 일어난 일이라 사회적으로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다.

당시 국립현대미술관은 마르셀 뒤샹 서거 40주년을 기념해 작품전을 열 예정이었지만, 김윤수 관장 해임 이틀 뒤 전시를 취소해 더욱 안타까움을 사기도 했다. "충격을 주지 않는 작품은 그만한 가치가 없다"고 했던 뒤샹의 말처럼 그는 분명 20세기 현대미술의 혁명가였음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 준다.

1912년 마르셀 뒤샹이 제작한 작품이 앙데팡당에 전시할 기회를 얻지 못하자 이듬해에 그는 등받이 없는 나무의자 위에 자전거 바퀴를 꽂아 만든 조각품 를 새롭게 선보여 또다시 미술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미술작품이란 작가가 직접 손으로 제작해야 한다는 관념을 깨고 작가의 선택에 의해 기성품(ready made)이 예술적 가치를 가질 수 있다는 그의 이론은 말 그대로 공장에서 대량생산된 레디메이드에 대한 정신적인 일대 혁명이었다. 이후 설치미술을 포함해 기성품을 아무런 부담 없이 전시장에 가져다 놓을 수 있었던 것도 기존의 고정관념을 뒤흔들어 놓은 뒤샹의 용기 있는 선택 덕분일 것이다.

단순히 나무와 금속이 결합된 이 작품은 움직일 수도 있다. 자전거 바퀴를 돌리면 가운데 바퀴살 모습이 사라졌다가 서서히 멈추면서 다시 제대로 보이게 된다. 이 작품은 움직이지 않고 고정된 시점에 머물러 있던 조각의 감상 범위를 확장시켜 주는 계기가 되었다. 이전까지는 조각 작품이 스스로 움직일 수 있다는 생각을 아무도 하지 못했다. 움직이는 조각, 이른바 '키네틱 아트'의 시초인 셈이다. 칼더의 움직이는 오브제 '모빌'이나 백남준의 '로봇 작품'의 원류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김태곤(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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