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유럽연합(EU) 간 자유무역협정(FTA)이 금년 중에 발효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0월 가서명된 한-EU FTA는 그동안 협정문 번역과 법률 검토 작업을 해 왔는데 EU 측은 9월 중 각료이사회를 개최하여 승인받을 계획이다. 우리나라도 조만간 내부 절차가 완료되면 올가을에는 한-EU FTA에 대한 정식 서명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FTA가 발효되기 위해서는 정식 서명 후 양측 의회의 인준 절차를 거쳐야 한다. EU의 경우 27개 회원국의 비준을 다 거쳐야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매우 긴 시간이 소요되므로 소위 '잠정발효' 제도를 두고 있다. 이는 일단 EU의회의 인준만 받으면 개별국 의회의 인준을 받기 전에라도 협정이 실질적으로 발효될 수 있도록 한 제도로서 잠정발효되는 내용이 정식 발효와 거의 차이가 없기 때문에 금년 내 협정이 발효된다고 보아도 큰 무리가 없다.
EU는 GDP 규모가 18조4천억달러로서 미국을 능가하는 세계 최대 시장이며 우리의 제2위 교역 상대이다. 이뿐만 아니라 평균관세율이 5.2%로 미국의 3.5%보다 높다. 특히 대구경북지역의 주요 수출 품목인 자동차(10%), TV 등 영상기기(14%), 섬유(최고 12∼17%) 등의 관세율이 높기 때문에 지역 업계의 대EU 수출 확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 수입관세의 철폐로 각종 기계'설비, 부품 등의 도입 단가가 하락함으로써 제조원가가 절감되는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된다.
한-EU FTA를 활용해 무관세 혹은 저관세로 대EU 수출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FTA 체결국에 대한 수출시 특혜관세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수출품이 한국산임을 증명하는 원산지 증명서를 첨부해야 하는데 한-EU FTA의 경우에는 별도의 원산지 증명서 없이 송장에 한국산임을 명기하기만 하면 된다. 이 점은 한-유럽자유무역연합(EFTA) FTA와 마찬가지이지만 다만, EU의 경우 건당 6천유로 이상을 수출할 경우 반드시 사전에 세관에서 'FTA 원산지 인증 수출자'로 인정을 받아 그 인증번호를 기입해야 하는 차이점이 있다. 즉 기본적으로 원산지 자율증명 방식을 채택하되 사전에 세관에서 인증을 받은 업체에 한해서만 그러한 자격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FTA 원산지 인증 수출자' 자격을 취득해 놓지 않으면 설사 한-EU FTA가 발효되더라도 대EU 수출시 기존의 관세를 부과받을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불구하고 아직 지역 수출업체 중 'FTA 원산지 인증 수출자' 신청을 한 업체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아마도 이러한 내용을 잘 모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만약 미리 인증을 받지 않고 있다가 막상 한-EU FTA가 발효된 뒤 뒤늦게 인증을 받으려고 하면 많은 업체들의 신청이 한꺼번에 몰려 심사에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다. 현재도 신청서를 접수하면 심사에 보름 안팎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신청이 몰리기 전에 미리미리 인증을 받아두는 것이 꼭 필요하다.
또 한 가지 반드시 유념해야 할 사실이 있다. EU 측은 한-EU FTA가 발효되었을 때 중국산 제품이 한국산으로 둔갑해 EU에 수출되는 것을 매우 경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 기업이 제출하는 원산지 증명서의 사실 여부에 대해 엄격하게 심사할 가능성이 많다. 따라서 원산지 증명 및 추후 발생할 수 있는 사실 확인 과정에 충분히 대처할 수 있도록 관련 전문가 양성, 소프트웨어 구축 등 내부 시스템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이번에 발효될 한-EU FTA는 시장의 규모나 관세 인하 폭, 해당 업체의 수 등에서 그동안 발효된 다른 FTA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혜택이 예상된다. 원산지 증명 문제가 이러한 혜택을 반감시키는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미리미리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재화(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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