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녘엔 '쌀값대란' 근심 가득

입력 2010-08-27 10:26:49

3년째 풍년 올 정부수매 제값 받을까‥산지가격 작년비 13%↓

창고에 쌓아놓은 쌀을 보관하는 데에만 한 해 6천억원에 육박하는 천문학적 비용이 들고 쌀 재고 증가로 쌀값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등 '쌀 대란(大亂)'이 빚어지고 있다.

북한에 대한 쌀 지원 중단과 2년 연속 대풍으로 국내 쌀 재고량이 적정 비축물량의 두 배나 많은 상황에서 올해에도 풍년이 예상됨에 따라 수확을 앞둔 농민들은 쌀값 하락과 수매량 감소 등을 걱정하며 불안해하고 있다. '풍년가'(豊年歌)가 울려퍼져야 할 황금 들녘에 한숨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는 것이다.

◆창고에 쌓이는 재고 쌀

경북 시군 가운데 쌀 생산량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상주지역 곡창지대인 상주읍 초산리 들판. 논을 둘러보는 이종규(78·상주읍 초산리) 씨는 "태풍도 잘 피해갔고 별다른 병충해도 없어 3년 연속 풍년일 것 같다"면서 "풍년이 돼도 쌀값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걱정부터 앞선다"고 털어놨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나름대로 쌀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쌀 재고 물량 감소를 위한 뾰족한 방안은 사실상 없어 올해도 수매 당국과 농민과의 마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경상북도에 따르면 7월 말 현재 경북지역 재고쌀은 22만여t에 달한다. 이 중 농협 및 민간 미곡종합처리장(RPC)재고는 2만7천473t, 공공비축미 11만2천86t, 수입쌀 2만676t, 시장격리분 6만289t이다. 공공비축미 재고쌀 중 2009년 쌀이 3만7천947t으로 가장 많고 2008·2007년산이 각각 3만5천720t, 1천460t이다. 특히 생산 연도가 4, 5년이 지난 2006·2005년산 쌀도 3만6천959t(각각 1만7천603t·1만9천356t)에 달해 경북지역 전체 재고량의 33%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10월쯤 국내 쌀 재고량은 149만t이 예상되며, 이는 적정 비축물량(72만t)보다 두 배나 많은 것이다. 이에 따라 재고 누적 우려로 이달 5일 현재 산지 쌀값은 80㎏당 13만2천928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나 하락했다.

◆감산정책은 효과 없어

재고 누적 원인은 지난 2년간 쌀 공급은 늘어난 반면 쌀 수요는 지속적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전국 쌀 생산량은 2008년에 484만3천t이었지만 지난해에는 491만6천t으로 급증했다. 경북의 경우 같은 기간 65만9천t에서 68만t으로 늘었다.

반면 1인당 쌀 소비는 해마다 2%가량씩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1인당 쌀 소비량은 74㎏으로, 10년 전인 1999년에 비해 22.9㎏ 감소했다. 연간 40만t씩 제공되던 대북 지원 중단도 쌀 재고 관리에 빨간불이 켜지게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쌀 감산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언 발에 오줌 누는' 것일 뿐 쌀 소비를 획기적으로 늘릴 방안은 없는 상태다. 재고량 가운데 식용으로 처분이 불가능한 2005년산 구곡(舊穀)이 많은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경북도 김종수 쌀산업FTA대책과장은 "고령화된 농민들이 주로 쌀 농사를 짓고 쌀 소득이 농업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쌀 감산이 이뤄지는 속도는 더딜 수밖에 없다"면서 "앞으로 고품질 쌀과 기능성 쌀 생산 등으로 밥쌀용 소비를 늘리고 가공용 쌀의 용도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상주·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군위의성·이희대기자hdlee@msnet.co.kr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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