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감염인 7000명시대] (상)실태와 예방운동

입력 2010-08-16 07:53:07

매일 2.1명씩 감염…가파라지는 확산 속도

▲이색 에이즈 예방 캠페인 모습.
▲이색 에이즈 예방 캠페인 모습.

국내에 첫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 환자가 발생한 것은 1985년. 그로부터 25년이 지났다. 에이즈 누적 감염인은 7천 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에이즈에 대해 아직 현대인들은 무지한 상태나 다름없다. 무엇보다 에이즈를 떠올릴 때 부정적 인식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사단법인 대한에이즈예방협회 대구경북지회(지회장 김난희)와 함께 에이즈 감염인 7천 명 시대를 맞아 정부 에이즈 정책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에이즈 예방 전략과 에이즈 감염인의 생활 실태를 2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에이즈 감염인, 매일 2.1명씩 증가

1985년부터 1995년까지 국내 에이즈 감염인은 517명. 이후 5년 만에 1천280명으로 늘더니 2000년 이후 연평균 21%씩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02년 2천 명선을 넘어섰고, 매년 600~800명가량 새로 감염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2009년 12월 말 국내 에이즈 감염 현황을 보면, 누적 감염인만 6천888명으로 조사됐다. 매일 2.1명씩 에이즈 감염인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에이즈검사를 통해 자신의 감염 사실을 아는 사람의 숫자일 뿐. 실제 감염자는 보고된 수치의 3~5배에 이를 것이라고 세계보건기구(WHO)는 추정한다. 에이즈로 인한 사망자도 점차 늘고 있다. 1990년대 중후반까지 매년 30~40명이 숨졌지만, 이후 감염자가 크게 늘면서 에이즈 사망자도 매년 90~130명 선으로 증가한 상태다. 지난해 771명이 새로 감염됐고, 133명이 숨졌다.

에이즈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25년의 시간이 무색할 만큼 변화가 없다. 선진국의 1990년대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에이즈에 대한 차별의식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소하며, 예방을 해나가야 할지가 현시점의 가장 큰 과제인 셈이다. 질병관리본부가 조사한 '국가별 에이즈에 대한 차별의식 정도'를 보면, 프랑스의 경우 1992년 '자녀와 같은 학교에 다닐 수 없다'고 답한 비율이 20.7%, '사회에서 격리해야 한다'는 응답이 5.6%였다. 하지만 16년이 지난 한국에서 같은 응답 비율은 무려 44.6%와 41.5%에 달했다. 특히 에이즈 환자를 '직장에서 쫓아내야 한다'는 응답의 비율은 영국이 8.0%(2006년)인 데 비해 한국은 2005년 28.1%, 2008년 30.0%에 이르렀다.

◆이색 에이즈 예방 캠페인 펼쳐져

질병관리본부에서 실시한 '2009년 AIDS에 대한 태도, 신념 및 행태조사'에 따르면, 에이즈에 대한 최초 연상 단어로 죽음, 불치병, 무섭다, 문란한 성관계, 붉은반점, 부도덕 등의 부정적인 인식이 80%를 차지했다. 긍정적인 입장은 3%에도 미치지 못했고, 그 중 예방에 대한 인식은 1%에 불과했다. '감염자도 일상생활이 가능하다'는 응답은 전체의 0.2%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사)대한에이즈예방협회 대구경북지회는 21일 오후 3~5시 대구시 중구 동성로에서 아트 바이크를 통한 이색 에이즈 예방 캠페인을 펼칠 예정이다. 에이즈에 대한 편견도 높지만, 콘돔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피임기구로만 보는 상황에서 콘돔을 의료도구로 인식하자는 이색 캠페인을 펼친다. 콘돔 풍선 퍼레이드 및 콘돔 캐릭터 '콘도리'와 함께 에이즈 예방기구에 대한 재미있는 접근을 통해 예방법을 알리려는 시도다. 이날 행사는 아트 바이크 퍼레이드뿐 아니라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특설 무대에서 슈퍼키즈의 '에이즈 송'에 맞춰 대학생 레드리본 봉사단과 함께 콘돔 풍선 퍼레이드 등 다양한 에이즈 예방 퍼포먼스가 펼쳐질 예정이다.

특히 이날 행사에는 붉은 천으로 만든 거대한 '레드리본'도 등장한다. 레드리본은 에이즈에 대한 전 세계적인 상징물로 에이즈 감염인에 대한 지지와 희망을 말한다. 레드리본을 만든 작가 김정희 씨는 "에이즈는 질병으로 보는 것보다 손가락질을 받아야만 하는 일로 여기는 경우가 많아 레드리본의 의미를 표현하는 게 쉽지 않았다"며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고 했다.

김씨는 또 "레드리본에 날개를 단 듯 누구와도 어울릴 수 있다는 느낌을 갖도록 하기 위해 딱딱한 재료 보다는 천으로 표현하고 싶었다"며 "그런 가운데 빛으로 사랑과 관심을 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조명까지 설치하게 됐다"고 밝혔다. 레드리본 조형물은 21일 동성로에서 열리는 '에이즈 예방 이색 캠페인'과 28일 '레드리본 갈라 콘서트'(Gala Concert) 무대에서 만날 수 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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