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창] 대박을 위한 천국은 없다

입력 2010-08-09 07:57:41

세상에 공짜는 없단다. 진작 마땅한 대가를 치르지 않으면 나중에 몇 곱절로 되갚아주고도 큰코다치기가 십상이다. 뜻밖에 얻은 횡재(橫財)가 곧잘 뜻하지 않은 횡재(橫災)를 불러오는 경우를 주변에서도 쉽게 맞닥뜨리곤 한다. "누구도 그 같은 횡재를 거절하진 않겠지만 그것이 반드시 천국에 이르게 하지는 않는다. 도리어 지옥의 구렁텅이로 빠져드는 함정인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다." 거액의 복권당첨자 중에서 그 후 뒤틀리고 황폐해진 수많은 삶들을 추적하고 분석한 미국 USA투데이 신문 기사의 마무리 말이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No Country for Old Men, 2007)는 의뭉스럽고 재기발랄한 악동으로 소문난 코엔 형제 버전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인 셈이다. "모든 행운에는 피의 대가가 뒤따른다!"라고 내걸린 뻔하고도 섬뜩한 문구처럼, 기어코 끝장을 보고야 마는 탐욕스러운 부나비의 끝모를 몸부림들을 쫓아간다. 자신에게 찾아온 뜻밖의 행운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목숨까지 거는 어리바리한 카우보이와 자신의 동료들마저 죽여 가며 빼앗긴 것을 되찾고야 말겠다는 피도 눈물도 없는 엽기적인 살인 청부업자. 그리고 뒤늦게 사건 현장에서 그들의 존재를 깨닫고 추격하는, 이제는 늙고 지쳐버린 관할 보안관이 엇갈리고 뒤엉키면서 벌리는 추격전과 피비린내 어지러운 요지경이 펼쳐진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언감생심,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연민조차 없이 망가져 버린 살풍경만 남기고서 말이다.

"세상은 잔인하다"는 탄식에서부터, "한줌의 물기도 희망도 없는, 독한 회의" "느리고, 잔혹하고, 서스펜스로 가득하다" "영화를 보면서도, 남은 장면이 줄고 있다는 사실이 아깝다"는 환호와 "타고난 재기, 뛰어난 테크닉, 그리고 어둡고 깊은 우물 하나"라는 찬사를 거쳐서 마침내 "밀러스 크로싱(Miller's Crossing, 1990)의 가치와 파고(Fargo, 1996)의 재미에 삶의 철학까지"라며 올리는 경배에 이르기까지 평론가들의 온갖 너스레들이 그리 호들갑스럽게 느껴지지만은 않는다.

꿈속의 봉황 쫓다가 뒤뜰의 닭장 다 말아먹고, 먹고도 굶어죽는 게 사람의 욕심이라 이른다. 행운의 상징인 네잎 클로버에 눈멀어서 행복을 의미하는 세잎 클로버 밭을 기어이 짓밟아 망가뜨리고야 마는 게, 그 욕심의 꼬리를 물고서 따라오는 어리석음이라고 한다. 행복의 지름길이라고 흔히들 이르는 '지족(知足)의 삶'이라는 것이, 단지 제 분수껏 가늘게 먹고 가는 똥 싸면서 알아서 기라는 으름장만은 아닐 게다. 저마다 주어진 삶의 사소한 행복까지 알뜰하게 찾아서 기뻐하고 감격할 줄 아는 마음과 그것을 기꺼운 눈길로 바라볼 수 있는 스스로에 대한 행복함이 아닌가 싶다. 욕심을 그치고 만족할 줄 아는 스스로의 모습을, 다시금 행복하게 재확인하는 적극적인 깨달음을 일컬어 '지지족(知知足)의 삶'이라고도 한단다.

송광익 늘푸른소아청소년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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