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 다라이'에 얼음 넣고 선풍기까지 동원해도…
♥대구에 살지 않으려 결심했지만…
20여 년 전, 서울에만 살았던 나는 대구 남산동에 위치한, 아름다운 돌 건물로 지어진 S교회에서 부목사로 생활했었다. 많은 추억들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교회 사택의 살인적인 열대야였다. 그 당시 교회 사택은 2층 철근 콘크리트 구조의 건물이었는데 우리 가족은 2층에 거주하였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에어컨은 사치품에 속하는 것이어서 상상도 못하던 시절이었다. 그렇게도 뜨거운 밤을 보내야 했던 이유는 낮 동안 복사열로 집안이 찜질방처럼 데워졌기 때문이었다. 유독 더위를 많이 탔던 나는 더위를 식히기 위해 하루에도 수 십 번씩 샤워를 해야 했다. 아니 더위 때문에 수 십 번씩 잠을 깼다는 말이 더 맞다.
서울 출신 목사가 더위에 지쳐 있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했던 교회 측에서는 더위를 조금이라도 막아주기 위해 옥상 열대야 방지 작업을 해 주셨다. 우선 옥상에 스티로폼을 깔고 그 위에 시멘트를 덮는 작업을 해주신 것이다. 그런데 교회에서 수고를 해 주셨는데도 열대야 현상은 신기하게 똑같았다. 아니 더 더웠다. 나는 건축에 관해서는 문외한이지만 아마도 더 더웠던 것은 스티로폼에 더위가 저장되어서 복사열을 내부 천장으로부터 방 쪽으로 내뿜었던 것이 아니었던가 생각한다. 아무튼 전국적으로 유명한 가마솥과 같은 대구의 불볕더위와 싸우면서 목회했던 일은 여름만 되면 추억이 되어 어제 일처럼 생각이 난다.
대구 열대야에 시달리다 서울 부모님 집에 다녀오는 날이면 다음 목회 사역을 다른 지역으로 가게 될 경우 불가마 같은 대구에서는 목회를 하지 않으리라 마음먹었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나는 다시 대구 칠성동의 B교회에서 목회 사역을 계속하고 있다. 지금은 교회에서 담임 목사에게 제공한 에어컨 덕에 대구의 열대야는 영원한 추억이 되어 버렸지만 연일 열대야가 계속되는 오늘, 그 때 그 시절이 그리움으로 떠오른다.
김용기(대구 북구 침산2동)
♥'다라이'에 얼음 띄우고 선풍기 동원
요즘과 같은 삼복 더위엔 어디를 가도 덥기는 마찬가지고 피해 갈 방법이 없다. 더위 때문에 짜증 내지 말고 가볍게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에너지를 절약하면서 더위를 이겨야 하는데 나만의 방법을 공개해볼까 한다. 출근하기 전 베란다에 큰 '고무 다라이' 두 개에 물을 가득 담아 두고 나간다. 햇볕으로 물을 데우기 위해서다. 아무리 더워도 어린 아이에게 찬 물을 끼얹을 수 없기에 태양열을 이용하기로 했다.
학원에서 돌아온 아이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맨 먼저 냉장고 문을 연다. 아무리 찾아도 아이스크림은 없다. 아이는 냉장고 문을 쾅 닫고 옷을 훌떡훌떡 벗어 던진다. 낮 시간동안 데운 물로 샤워를 시키고 수돗물을 받아 헹군다. 사용한 물로 베란다를 씻어내고 헹군 물은 유리창 샤워를 시킨다. 아이가 덥고 배고플 때는 냉장고 문이 고생이다. 아이스크림 없는 것이 냉장고 잘못이 아닌데 아이는 냉장고에게 짜증을 부린다. 샤워를 마치고 미안한 맘이 드는지 길쭉한 오이를 아삭아삭 베어 먹으며 냉장고 문을 살며시 닫아준다. 이렇게 초저녁 더위를 식히고 나면 한밤중은 문제없다. 작은 방 양쪽 창문과 베란다 창문을 열어 바람이 신나게 드나들도록 한다. 바람 한 점 없는 열대야는 어떻게 해결 할 것인가? 그것도 방법이 있다. 아이뿐 아니라 온 가족이 베란다에서 샤워를 한다. 그리고 종일 헉헉대고 있는 식물에게도 시원하게 물 샤워를 시켜준다. 그러면 서산으로 넘어가는 해가 악을 쓰며 데웠던 열기는 식을 수밖에 없다. 그 다음 또 '고무 다라이'에 찬물을 받아 얼음 동동 띄워 선풍기 뱅뱅 돌려놓고 건빵 모양 대자리 위에 누우면 열대야가 웬 말이고? 어느덧 가을이 성큼 다가와 옆에 누운 것 같다.
문삼숙(대구 달서구 용산동)
♥밤잠 설친 후 아침도 거르고 출근
주말 휴가 행렬에 정체 현상이 일어나는 도로에서 우린 저수지에 가기 위해 끼어들었다. 양 옆에서 달리는 차안에는 휴가를 떠나는 가족들의 화기애애한 모습이 보였다.
이틀 뒤면 우리도 휴가를 떠나기에 부러움보다는 여유로움으로 저수지에 도착해 정자나무 아래 자리를 잡고 우끼를 저수지에 던졌고 그 사이 나무그늘은 저만큼 비켜가 버렸다. 얼굴 정면으로 햇볕이 내리쬐면서 덥기 시작했다. 파라솔을 펼쳐도 내리쬐는 강한 햇볕에 저수지 둑에 앉아 세월을 낚던 분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떠나기 시작했다.
일그러진 얼굴에 조금만 움직여도 뚝뚝 떨어지는 땀방울로 금세 옷이 흠뻑 젖어든다. 우리도 철수해 돌아오는 도중에 삼겹살, 수박을 사고 도착해 현관문을 여는데 집안이 후끈했다. 36.1℃라는 뉴스가 실감났다. 후끈하게 달아오른 집안 공기는 자정을 넘어서야 한 풀 꺾이는 기세다.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에 시원함을 느낄 수 있었던 그때 시간이 새벽 2시. 잠을 청하는데 갑자기 굉음을 울리면서 도로를 누비는 오토바이 폭주족 때문에 겨우 청한 잠을 깨고 만다.
무더위와 싸우다 뜬 눈으로 밤을 샌 난 출근하는 남편을 위해 가스 레인지에 불을 지폈고 그제야 아이들과 남편은 꿀맛 같은 단잠에 빠져들었다. 간단하게 아침상을 준비해놓고 깨웠더니 십분이라도 더 잘 수 있다면 한 끼 굶어도 괜찮다면서 계속 잔다. 열대야로 지샌 밤은 아침 시작부터 발목을 잡는다.
이유진(대구 북구 복현2동)
♥ 채소밭은 딸아이와 나의 놀이터
주택 2층에 위치한 우리 집은 여름만 되면 낮 동안 바짝 달구어진 콘크리트로 인해 저녁이면 잠 못 드는 날들이 부지기수였다. 지난해 여름 우리 집에서 며칠을 지내신 친정 엄마는 이렇게 더운데 어떻게 자느냐며 봄부터 부지런히 옥상에다 뭔가를 가져다 놓기 시작하셨다. 커다란 다라이를 몇 개 사오시더니 흙을 채우시고 모종을 사와서 심기를 반복하셨다. 옥상에 있던 헌 물탱크에 빗물을 받아 두고 오후만 되면 우리 집 옥상에서 분주히 움직이셨다. 처음엔 번거롭고 일 많고 힘들다고 하지 말라고 했는데 옥상 채소밭의 요긴함이 점점 피부에 와 닿기 시작했다. 된장을 끓이다 고추가 모자라면 옥상에서 한두 개 따오고 삼겹살을 먹다가 쌈이 모자라면 깻잎을 따오고 저녁 찬거리가 마땅찮으면 옥상에 올라가 이것저것 살피다 호박잎과 가지를 따서 맛난 저녁상을 차릴 수 있다. 후식이 필요하면 빨개진 방울토마토를 따와 바로 비타민C를 섭취한다.
옥상 채소밭은 먹을거리의 요긴함과 함께 열대야에 시달리던 밤을 시원하게도 해준다. 오후가 되면 채소에 물을 주며 옥상 전체에 시원하게 물을 뿌려준다. 온도가 높은 요즈음은 물을 뿌려도 돌아서면 금세 말라 버린다.
엄마의 부지런함 때문에 일석이조의 효과를 알게 된 나는 엄마 대신 물을 준다. 처음엔 귀찮게 느껴졌으나 뜨거운 햇볕에 달궈진 식물이 시원한 물을 마시고 생생하게 커는 모습을 보면 즐겁다. 내가 좀 게으름부리다 늦게 올라 와 물을 줄라치면 "왜 이렇게 늦게 왔어요? 목말랐잖아요?"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두 돌이 막 지난 딸아이는 내가 물주는 시간이면 함께 채소밭을 휘저으며 방울토마토 수확을 한다. 채소밭이 주는 풍성함은 우리 가족의 열대야 고통도 줄여 주었다. 흙의 힘과 햇볕의 대단함, 그리고 식물들의 기특함을 배운 옥상 채소밭은 이제 나와 딸아이의 놀이터가 되었다. 가을이면 누런 호박을 수확할 수 있을까? 기대하며 달려 있는 애호박을 따지 않고 모른 척 매달아 둔다.
정수진(대구 수성구 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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