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준·현제명 음악제'로 거듭나는 '대구음악제'

입력 2010-07-30 07:50:41

9월 1일 부터

지난해 6월 17일 박태준의 가곡
지난해 6월 17일 박태준의 가곡 '동무생각'의 배경이 되었던 청라언덕(계명대 동산의료원 의료선교박물관 언덕)에서 열린 노래비 제막식.
현제명이 작곡한 대표적 오페라
현제명이 작곡한 대표적 오페라 '춘향전'의 한 장면. 1949년 서울서 초연된 작품이다.

올해 제29회 대구음악제가 대구 출신으로 한국 근대 음악에 큰 족적을 남긴 박태준과 현제명을 조명하며 거듭난다. 9월 1일부터 5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제29회 대구음악제(조직위원장 박재환 대신대 음대 교수)는 부제로 '박태준, 현제명을 만나다'를 내걸었다. 한국 현대 음악사에 큰 족적을 남긴 대구출신 작곡가 박태준과 현제명의 발자취를 회고하고 이들 향토 출신 음악가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와 보존의 필요성을 강조하려는 취지에서다.

조직위는 이와 함께 올해를 기점으로 지역에만 범위가 국한되었던 대구음악제를 전국 단위의 행사로 확대하고 대구음악제가 곧 '박태준·현제명 음악제'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질 수 있도록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더 나아가 대구음악제 명칭을 바꾸는 것 까지 검토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작곡가 윤이상을 기념하는 경남의 '통영국제음악제'는 '윤이상 음악제'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이를 위해 조직위는 이번 음악제의 중심 공연에 앞서 박태준과 현제명의 음악적 발자취를 그린 영상물 시청, 음악적 사료들과 관련 자료를 전시하는 부스 설치, 그리고 두 사람의 음악을 주제로 한 세미나 개최도 준비하고 있다.

박재환 조직위원장은 "늦은 감이 있지만 두 거목을 조명하고 이들을 통해 우리 근대 음악에 지대한 공헌을 한 대구 음악을 전국적으로 알리는 한편 문화중심도시 대구를 더 잘 홍보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직위는 친일 논란이 따르는 작곡가 현제명에 대해서는 같이 친일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홍난파를 기리는 난파음악제가 42회째를 맞고 있다는 점을 들어 그의 음악세계를 부각시키고 평가하는 작업에 치중할 계획이다. 그래서 이름도 '박태준·현제명 음악제'다.

그러나 박태준과 현제명이라는 이름을 활용한 이른바 '스타 마케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름에 걸맞는 권위가 부여되어야 하고 지역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뒤따라야 하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지원도 필요하다. 또 최우선적으로 민간이나 정부기관으로부터의 예산 확보 등의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구시 관계자도 이와 관련 "대구시 예산만으로 대구음악제를 지원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정부 차원의 문화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윤이상과 홍난파를 기념하기 위해 시작된 통영국제음악제나 난파음악제의 운영 형태는 박태준과 현제명을 기념하려는 대구음악제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작곡가 윤이상을 기리는 통영국제음악제는 올해 9회째로 국제음악콩쿠르가 열려 음악제의 권위를 높이고 있고 문화체육관광부, 경상남도, 비씨카드, 아시아나항공 등 각종 민관 후원을 받고 있다. 또 1969년 시작된 난파음악제는 학생은 물론 일반인 대상의 콩쿠르와 함께 국내 최고 권위의 난파음악상이 수여되고 있다. 특히 난파음악상 수상자는 한국을 대표하는 음악인으로 인정받을 정도의 권위를 자랑한다.

이동관기자 dkdk@msnet.co.kr

박태준

작곡가이자 합창 지휘자인 박태준(1900~1986)은 대구 출생으로 대구 계성학교와 미국 웨스터민스터대 합창대학을 졸업했다. '오빠 생각' 등의 동요는 물론 시인 이은상과 함께 '동무 생각' 등 널리 알려진 가곡들을 작곡하였다. 숭실전문학교 교수, 연세대 음악대학 학장, 한국음악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현제명

작곡가 현제명(1902~1960)은 대구 출생으로 대구 계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인디애나주립대와 시카고대학교 대학원에서 음악을 공부, 석사학위를 받았다. 해방 이후 서울대 음악대학 초대 학장을 지낸 그는 오페라 '대춘향전', '왕자 호동', 가곡 '고향생각'과 '희망의 나라로' 등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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