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익어 벌어진 열매는 다산 상징…씨와 속 버리고 말린 석류피 한약재로
석류는 약 3천 년 전 이집트의 피라미드 벽화에서 발견될 정도로 오래전부터 인류와 함께했다. 고대 페르시아 때부터 먹은 석류의 최대 주산지는 이란이며 인도 북서부, 아프가니스탄, 발칸 지방 등에서 생산된다. 석류는 실크로드를 통해 중국으로 전해졌고, 한국에는 고려 초기에 중국에서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석류는 꽃도 아름답지만 가을에 탐스럽게 잘 익은 열매가 벌어졌을 때 모양이 으뜸이다. 마치 붉은 주머니 속에 진홍색의 작은 구슬처럼 반짝이는 수많은 알갱이가 담긴 듯해 예부터 다산을 상징했다. 선조들이 마당 양지쪽에 심어서 기른 까닭이다. 혼례복 문양이나 민화 등에서 보이는 석류 역시 다산을 바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석류꽃은 6월부터 피기 시작하는데 오렌지색의 꽃이 가장 많으나 빨강이나 흰 꽃이 한두 송이 핀다. 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인 왕안석(王安石)은 '석류시'에서 '푸른 잎 가운데 피어 있는 한 송이 붉은 꽃이 마음을 들뜨게 한다'고 읊었으니 많은 남성들 사이에 홀로 있는 여성을 비유한 '홍일점'(紅一點)의 유래다.
석류 가운데 단맛이 많은 것은 생것으로 먹거나 음료, 빙과류에 이용하지만 신맛이 많은 것은 약재로 이용한다. 한약재로는 성숙한 석류 열매를 가을에 채취해 씨와 속을 버리고 말린 것을 사용하는데 이를 석류피(皮)라 한다.
한의학적으로 석류피의 성질은 따뜻하면서 맛은 시고 깔깔하다. 신맛이 강해 만성적인 설사나 이질, 코피, 위장관출혈, 자궁출혈 등에 응용된다. 살충 효능이 있어 트리코모나스 질염에 따른 대하(帶下)나 회충, 조충 등으로 일어나는 복통에 사용돼 왔다. 특히 석류나무의 뿌리껍질은 살충 충효능이 아주 우수하다.
임상적으로 세균성 이질, 아메바성 이질, 각종 감염성'염증성 질환 치료에 유효하다고 보고됐다. 실험적으로 황색포도상구균, 연쇄상구균, 콜레라균, 이질균, 결핵간균의 발육을 억제하는 작용이 크며 인플루엔자균, 피부진균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석류에는 당질이 약 40%를 차지하며 유기산으로는 새콤한 맛을 내는 시트르산이 약 1.5%이고 아미노산, 미네랄, 비타민 등을 함유하고 있다. 열매 껍질에는 타닌, 씨에는 천연식물성 에스트로겐이 함유된 것으로 밝혀져 피부 미용에 좋고 주름을 개선하는 항산화 효과도 일부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석류의 에스트로겐 성분은 다른 식물에 비해 조금 함량이 많은 것이지 일반 소비자들이 알고 있는 정도는 아니다.
석류열매 껍질과 씨에는 타닌 성분이 많아 수렴시키는 작용이 강하기 때문에 평소에 변비가 있거나 소변을 시원하게 보지 못하는 사람, 허증이 아닌 실증의 급성기 설사에는 복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도움말:한상원 대구시한의사회 부회장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