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부 중·고생 운동만큼 공부도 맹훈련

입력 2010-07-28 09:53:48

수업시간 낮잠 옛말 "남 학원갈때 열심히" 자기대로 인생 꿈꿔

대구중 야구부 학생들이 여름방학을 맞아 부족한 공부를 만회하기 위해 방과 후 교실에 참여, 공부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대구중 야구부 학생들이 여름방학을 맞아 부족한 공부를 만회하기 위해 방과 후 교실에 참여, 공부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27일 오전 대구 남구의 대구중학교. 여름방학이지만 야구부 학생들은 오전 9시부터 낮 12시 30분까지 학교에서 실시하는 방과 후 학습에 참가해 영어와 한문을 공부하고 있었다. 야구 연습은 기본적인 학습을 다 마친 뒤 시작한다. 야구부 학생들은 운동을 한다는 핑계로 수업을 빠질 수 없다. 책상에 엎드려 잠자서도 안 된다. 학기 중에도 일반 학생들과 똑같이 6교시 수업을 다 마친 뒤 운동장으로 나간다. 매주 금요일에는 '독서학습'이 추가돼 일반 학생들보다 수업시간이 1시간 더 많다.

대구중 김종영 교장은 "학교 수업을 등한시한 운동선수는 운동을 그만뒀을 때 졸업장 외에 남는 게 아무것도 없다"며 "학교가 운동선수에게 공부시키는 것은 당연한 의무이고, 선수들도 공부하는 습관을 길러야만 나중 사회생활에 적응할 수 있다"고 했다.

공부를 우선시하는 학원 스포츠가 자리 잡고 있다. 축구 등 일부 종목에서 실시되고 있는 주말리그 제도는 운동선수들의 성적 향상을 가져오는 등 정착 단계에 접어들었다.

대구중이 거의 하루 종일 운동에만 전념하던 야구부 학생들에게 공부의 비중을 늘린 건 지난해부터다. 처음엔 학부모의 반발이 만만찮았다. 야구선수로 키우려고 하는데 공부 때문에 운동시간이 부족하다며 반발했다.

학교 측은 학교 체육의 부작용을 설명하며 학부모를 설득하거나, 다른 학교로의 전학을 권유했다. 완강하던 부모들도 유도선수 출신인 교장의 교육 방침에 수긍하기 시작했다.

대구중은 모자라는 운동시간을 밤에 보충하기 위해 지난해 7천만원을 들여 조명시설을 설치했고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지난해 제56회 전국중학야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 1999년 대통령기 우승 이후 10년 만에 전국대회에서 정상에 오른 것이다.

학생들의 성적도 올랐다. 대구중 신경수 야구부장은 "야구부 학생 30여 명 중 14명이 중간고사 대비 기말고사 성적이 향상돼 학력신장상(전교 등수 10등 이상 상승)을 받았다"고 했다. 2학년 곽부성(투수) 군은 "수업시간에만 열중해도 성적이 크게 뒤처지지 않는다"며 "친구들이 학원가는 시간에 운동하는 점만 다르다"고 했다.

운동시간이 줄면서 가장 답답해진 사람은 백봉기 야구부 감독. 하지만 백 감독은 "야구실력 못지않게 학생들 삶의 질이 중요하다"며 "운동시간이 크게 줄어들었지만 효율적인 운동으로 이를 만회하고 있다"고 했다.

대구공고 축구부도 고교축구의 주말리그 전환에 따라 학습 효과를 내고 있다. 대구공고는 지난해부터 축구부 학생들에게 정규수업은 물론, 야간 방과 후 수업까지 실시하고 있다.

대구공고 곽병휴 축구부장은 "처음에는 피곤해하던 학생들이 요즘 스스로 도서관을 찾아 책을 읽고 공부를 할 정도로 적응을 해가면서 다양한 진로의 길을 찾고 있다"며 "오히려 수업 참여 후 평균 점수가 일반 학생들에 비해 20%가량 높아졌다"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학생선수 학습권 보장제 도입을 골자로 한 '선진형 학교운동부 운영시스템 구축 계획'을 마련, 앞으로 최저학력 기준에 미달하는 선수 경우 대회 참가를 제한할 방침이다. 교과부는 올해 전국 60개교에 이 제도를 시범 운영한 뒤 2011년부터 초·중·고에 단계적으로 확대 시행해 2017년에는 고교 3학년까지 모두 적용할 예정이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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