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No green, No future

입력 2010-07-28 07:14:10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한파가 잦아들자 웅크리고 있던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신수종 사업 발굴에 나서고 있다. 그 중 단연 부각되고 있는 것이 바로 그린 비즈니스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을 비롯한 전 세계 기업들이 그린 비즈니스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올해 3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기업의 67%(복수 응답 가능)가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 대한 R&D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국내 주요 기업이 그린 비즈니스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액수만 따져도 80조원이 넘는다.

◆그린 비즈니스 무한경쟁

상당수 기업이 그린 비즈니스 경쟁구도에 뛰어들면서 글로벌 기업 간의 경쟁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아직까지 절대 강자가 없는 그린 비즈니스라는 중원을 두고 전 세계 기업들이 무한경쟁을 벌이는 춘추전국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린 비즈니스의 여러 영역 중 가장 많은 기업이 진출했거나 진출할 예정으로 밝힌 분야는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 부문이다.

2010년 신재생에너지 업계는 약 3조원을 태양광 분야에 투자할 계획이다. 현재 태양광 산업은 태양전지 재료인 폴리실리콘 가격 하락으로 여건이 좋아 당장은 기업이 이익을 낼 수 있다. 그러나 폴리실리콘 가격 하락만 보고 뛰어들었다간 기술경쟁력이 없어 낙오하기 쉽다. 원재료가 싸 공급이 늘어나는 만큼 기존 선점 기업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 세계 태양광 산업구조는 국내 기업에 결코 유리하지 않다. 이미 미국, 독일 등 선두업체가 태양전지 시장의 약 75%를 장악한 상태다. 반면, 중국은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태양전지 분야의 강국으로 자리잡았다. 중국 선테크(Suntech)사는 2009년 태양전지 시장의 12%를 점유해 미국의 퍼스트솔라(First Solar)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했다. 국내 시장의 절반 이상도 중국 제품으로 채워진 실정이다. 선진국과의 기술력과 중국의 가격경쟁력 사이에서 살아남으려면 더욱 세심한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편, 풍력 분야는 단기 수익실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정부는 올해 6천130억원이 풍력산업계에 투자될 것으로 예상했다. 플랜트사업에 강한 중공업'조선 기업들은 핵심 설비가 선미의 프로펠러와 기술이 비슷하고, 해상 풍력의 경우 조선사들이 이미 보유한 해양 관련 기술과 결합할 여지가 많다는 점에서 풍력에 뛰어들고 있다.

문제는 선도업체를 따라가는 식으로는 선도국 시장에 수출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미 규모가 큰 선도국 시장은 자국 기업이 석권해 후발국의 진입이 어려운 상황이다. 세계 시장도 미국, 중국, 유럽 등의 선도업체가 풍력발전기 시장의 82%를 장악했다. 기업들도 육상풍력 시장의 제약을 극복하려고 해상풍력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지만, 기술의 해외 의존이란 약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원천기술 확보에 총력을

일부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이 신재생 에너지 사업에 앞다퉈 뛰어들면서 중복 진출, 과잉투자 문제까지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따라하기식 투자'보다는 해당 사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분야를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산업연구원이 지난해 8월 국내 태양광'풍력'연료전지 설비업체 330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선진국에서 보편화한 기술을 쓴다'고 대답한 기업이 74.3%에 달했다. '자체적으로 개발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은 0.9%에 불과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각 기업들의 그린 사업 진출 못지않게 태양광, 2차 전지,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 분야의 원천기술 확보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2008년 기준으로 한국의 태양광설비 기술 수준은 선진국의 61~88%, 풍력설비는 68~79%, 연료전지설비는 62~70%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핵심 기술이나 부품의 해외 의존도가 높아지면 국내에서의 경쟁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투자와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정부의 지원방식도 개선돼야 한다. 정부의 R&D관련 예산은 5년 전보다 크게 늘었지만 정책 집행에만 치중한 나머지 사후관리에 소홀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산업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점에는 항상 기업 간 격차가 역전되거나 벌어진다. 세계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위상이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빠른 추격자)에서 '퍼스트 무버(First Mover'초기 시장 진입자)로 격상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대유 ㈜STX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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