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운동, 세계로 가다] 중국 허난성 우탕촌

입력 2010-07-27 10:30:31

오지마을 '신농촌 운동'…벽면엔 '자주협력' 등 한글 구호

우탕촌에 새로 건립되고 있는 2층 벽돌구조의 신흥촌. 한국의 70년대 새마을 연립주택을 연상하게 한다.
우탕촌에 새로 건립되고 있는 2층 벽돌구조의 신흥촌. 한국의 70년대 새마을 연립주택을 연상하게 한다.
중국 허난성 우탕촌 새마을 시범촌 입구에 경북지사와 허난성장의 대형사진이 양국 우호교류협력의 성과를 상징해 주고 있다.
중국 허난성 우탕촌 새마을 시범촌 입구에 경북지사와 허난성장의 대형사진이 양국 우호교류협력의 성과를 상징해 주고 있다.

중국 허난성(河南省)의 오지마을 우탕촌(吳堂村)은 중국식 '신농촌운동 시범촌'으로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경상북도가 지난 2004년부터 허난성의 우탕촌 새마을시범촌을 지원하기로 하고, 21세기 한중새마을초등학교 건립 등 여러 발전모델을 제시하면서 마을의 탈바꿈이 시작됐다.

이 때문인지 마을 입구에는 김관용 경북도지사와 궈껑마오(郭庚茂) 허난성장이 만나 악수하는 모습의 대형사진이 가로 10m, 세로 5m 크기로 세워져 있다. 마을회관 벽면에도 경북도 관계자의 활동상이 빼곡히 채워져 있다. 한국의 새마을운동을 닮고 싶고, 또 이에 보답하고자 하는 마음이 담겨 있는 것이다.

이런 우탕촌이 최근 '신농촌운동 시범촌'으로 발전속도를 내면서 중국 전역에서 시찰·방문단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취재팀이 도착한 날도 중앙정부 1팀, 허난성 1팀 등 3팀이 몰려 현장을 안내한 당서기와 마을촌장은 땀투성이가 됐다. 현장에서 만난 허난성 정치협상회의 리우위하오(劉玉浩·여) 부주석은 "중국농촌의 미래를 보고 싶은 것이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신농촌 시범지역을 한 번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우탕촌, 이농은 줄고 소득은 늘어

허난성 성도 쩡쩌우(鄭州)에서 동쪽으로 고속도로를 2시간여 달려 인구 1천500명의 우탕촌을 찾았다. 마을은 과거의 껍질을 벗고 있었다. 공사 중인 붉은 벽돌 2층 구조의 '신흥촌'은 한국의 70년대에 유행한 새마을주택을 연상케 했다. 새마을초교까지 마을 안길은 잘 정비되어 있었고, 공동상가는 마을의 자랑거리로 보였다.

이 마을 촌장은 "신농촌운동은 주민들의 일하려는 의욕을 먼저 자극했지요. 신농촌 건설의지가 단단해지면서 도시로 이농하는 현상은 줄어들고, 가전제품 구입이 부쩍 늘 정도로 생활형편이 좋아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멕시코 약용마늘, 홍당무, 고추 등 재배농작물이 다양해지고, 최신 영농기법이 도입돼 쌀 재배 경우 단위면적당 수확량이 배 가까이 늘었다는 것. 그는 "주민들의 1인당 연간소득이 1천달러 수준(6천600위안)으로 인근 마을보다 30% 정도 높다"고 말했다. 최근 소기업 21곳이 입주해 마을주민의 소득원은 더욱 다양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주민들은 마을회관 현관에 걸려 있는 '선진촌진'(先進村鎭)이라는 편액 쪽으로 손을 잡아끌었다. '선진마을'이라는 뜻의 이 글은 중국정부가 2005년, 2009년 2번이나 공식지정한 데서 알 수 있듯 마을의 자부심이 되고 있었다. 리꿔둥(李國棟·43) 용당진 당서기는 "우탕촌 신농촌시범마을은 허난성과 경북도가 자매결연을 하고 15년간 꾸준히 교류한 성과물이며, 먼저 새마을운동이 보급됨으로써 잘사는 마을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21세기 초교 새마을운동 전초기지

"학교 건립 등 교육투자는 학교가 존재하는 한 50년, 100년을 갈 수도 있으며, 이 지역에서 중국의 인재와 지도자가 배출되면 더욱더 한국에 도움이 되는 투자입니다."

마을회관을 지나면 우탕촌 주민의 또 다른 자부심이 있다. 바로 이곳 유일의 현대식 초등학교다. 학교 정문에는 '21세기 한중새마을초등학교'라는 한글간판이 선명하다. 한글 교명 밑에는 시골학교 주머니 사정으로는 생각도 못할 전광판이 돌아간다.

320여 명의 학생들은 매일 태극기를 보고, 한글을 보며 공부하고 있다. 3층 건물 정면에는 태극기가 걸려 있고, 벽면에는 '자주협력, 근면성실, 학문연마, 굳센 절개…'등 한글 구호가 연속적으로 배열돼 있어서다. 지난 2007년 1억원을 들여 학교설립을 지원해준 경북도에 대한 고마움이 학교 전체에서 묻어나고 있다. 왕아하오(12) 양은 "3년 전에 학교가 생기며 집에서 통학이 가능해졌고,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게 돼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새마을초교 푸쥔랑(付君良·42) 교장은 "이 학교는 경북도 각계 인사들의 온정과 사랑이 배어 있는 곳으로 새마을운동 전초기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며 경북도의 기념식수와 기념비로 안내했다. 그는 학교를 짓고 난 후에도 경북도 관련단체와 허난성 한인회 등의 성금으로 책걸상과 학교 기자재를 구입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진원 허난성 경북도 주재관은 사비를 들여 교문 전광판과 교무실 테이블을 기증했다고 귀띔했다.

리쭝신(李忠信·38) 용당진 당부서기는 "마을주민의 교육수준이 지역 상위권을 달리고 있으며, 특히 젊은 지도자들이 한국에서 새마을 연수를 적극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경북도 직원 등 중국 관련 전공자들을 파견해 한글교육을 담당해 주었으면 한다는 바람도 전했다.

◆새마을운동과 신농촌운동

중국 정부는 1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2006~2010)의 중요 시책사업으로 도시와 농촌의 조화로운 발전과제를 당면목표로 내걸고 있다. 특히 농촌 인프라 개선 등 '신농촌 건설'에 주력하고 있다는 게 허난성 관계자의 이야기다. 상하이(上海)를 비롯한 동부에 집중된 개혁개방의 성과를 이제 내륙으로 확산시키고, 신농촌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농촌 변화의 바람에는 바로 한국의 새마을운동이 벤치마킹의 핵심이 되고 있다. 허난성 관계자는 "농촌인구는 많고 신농촌 건설의 속도가 느린 점이 있다. 그러나 새마을운동 모델을 잘 이용하고 지혜를 빌린다면 문제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허난성에서 노진규기자 jgroh@msnet.co.kr

#허난성은 어떤 곳

중국대륙의 중앙을 차지하고 있는 허난성(河南省)은 면적 16만7천㎢에 인구 9천667만 명으로 중국 내 1위다. 황하 중하류 지역으로 중국 중원문화의 발상지이며 안양, 낙양, 개봉 등 고도가 여러 곳에 분포하고 있고, 숭산 소림사, 용문석굴 등 풍부한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곡물생산량이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최근 세계 500대 기업이 진출하는 등 신흥공업이 크게 육성되고 있다. 경북도와는 지난 1995년 자매결연을 체결한 이래 매년 상호방문하는 등 활발한 교류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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