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의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시장 여건이 좋았던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역시 올 들어 거래량이 급격히 줄어들더니 최근엔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패닉상태에 빠져들었다. 2~3년 전부터 거래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구경북을 비롯한 지방은 수도권 역풍이 지역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위기이다. 주택경기 침체는 집 없는 서민과 젊은 층에게는 '내 집 마련의 기회'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 분양대행사 ㈜리코C&D 전형길 대표는 "집 값 하락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으로 언제일지 모를 바닥세만 기다리가 보다는 평소 생각했던 내 집 마련이나 갈아타기를 시도해 보는 것도 경기 침체기의 투자전략"이라고 말했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기에는 금리 동향, 매매 및 전세시장의 흐름 등을 고려한 신중한 투자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전세전환 미분양, 계약 만료 잇따라
대구의 경우 건설사들이 전세전환을 했던 미분양 아파트의 계약기간 만료가 올 하반기로 다가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가뜩이나 문제가 됐던 중소형 평형 아파트의 전세 품귀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미분양 전세 입주자들이 신규 아파트 구입으로 나설지 여부도 관심을 끌고 있으며, 이들이 매매시장에 몰릴 경우 침체된 지역 부동산 시장의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역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대구에서 전세로 전환한 미분양 아파트는 20개 단지 5천300가구에 이른다. 이 가운데 올 연말까지 계약이 만료되는 물량은 60% 정도인 3천200여 가구에 이른다. 건설사들은 전세분양 시점에 따라 이미 분양전환을 시작했거나 세입자들에게 일정을 통보하고 있다. 상당수 건설사들은 분양가를 10~20% 낮춰 공급하고 있거나 공급할 계획이지만, 중소형 아파트를 제외하곤 판매가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업계의 분석이다. 따라서 전세 분양 물량 중 절반(54%)에 이르는 40평형대 이상 세입자들은 가뜩이나 부족현상을 보이고 있는 중소형 전세로 갈아 탈 가능성이 높아, 하반기엔 중소형 전세를 구하기가 더욱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분양대행사 ㈜장백 박영곤 대표는 "전세 분양 단지의 분양전환에 따라 중소형 평형을 중심으로 전세난이 예상되며, 전세를 구하지 못한 세입자들은 매매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어 매매 수요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고 말했다.
◆급매물에 주목
부동산중개업소에는 급매물이 많이 나와 있다. 경기 침체기의 급매물은 시장 상황이 좋은 시점의 급매물에 비하면 매수자 입장에서는 조건이 더 좋은 편이다. 특히 신규 아파트를 계약한 사람들이 입주 시점이 됐거나 입주일이 임박한 상황에서 기존 주택을 처분하지 못해 급매물을 내놓은 경우가 있다. 이 가운데 장래성이 있으면서도 가치가 크게 하락한 매물들이 많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급매물 중 대중교통이 편리하고 수요가 끊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역세권 급매물을 투자 1순위로 추천하고 있다.
주택경기는 실물경기와 함께 심리적 요인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 따라서 주택시장이 현재는 침체기에 빠져 있지만, 반등 시점이 언제가 될 지는 예측하기 힘들다. 침체기에는 급매물이 쌓여 있지만, 한 번 팔리기 시작하면 단기간에 급매물이 소화될 수 있기 때문에 시장 상황과 주변 여건 등을 고려해 급매물의 구입 여부를 고려해 보는 것도 내 집 마련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중소형, 역세권을 노려라
최근 아파트시장에서는 중소형과 역세권이 주목을 끌고 있다. 이들은 실수요자의 주거용은 물론 전세 및 월세 수요가 많기 때문에 수익형 투자 물건으로도 적합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주택시장이 실수요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중소형 평형의 아파트가 희소가치를 갖고 있다. 최근 대구에서 신규 분양한 중소형 아파트에 관심이 쏠린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국토해양부 통계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대구의 미분양 아파트는 1만6천303가구에 이른다. 이 가운데 60㎡ 이하는 208가구로 전체 미분양 물량의 1.3%에 불과할 정도로 거의 소진된 상태이다. 이에 반해 60~85㎡ 이하는 5천409가구(33.2%), 85㎡ 초과는 1만686가구(65.5%)나 남아 있다. 아파트 규모별 ㎡당 단가에서도 중소형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전용면적 60㎡(옛 25평형) 이하가, 85㎡(33평형) 및 85㎡ 초과 아파트보다 비싼 편이다. 달서구 A아파트 경우 소형평형(24평형)이 ㎡당 621만3천원(이하 국토해양부 실거래가 기준)인데 반해 대형(49평형)은 556만5천원으로 소형이 대형보다 11.6% 비싼 값에 거래되고 있다. 수성구 B아파트에서도 소형(29평형)은 ㎡당 810만3천원으로 대형(47평형) 762만8천원보다 6.2% 높았다.
역세권 아파트는 인근 비역세권보다 높은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역세권 강세 현상은 실수요자 중심으로 주택시장이 재편되면서 심화되고 있다는 것. 역세권인 달서구 상인동 C아파트(2005년 11월 분양) 경우 분양가 2억4천900만원 짜리가 2천750만원 오른 2억7천650만원에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비슷한 시기에 분양한 인근의 비역세권인 D아파트에서는 분양가 2억4천620만원짜리 아파트가 1천600여만원 떨어진 2억2천930여만원에 거래가를 형성하고 있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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