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도시'비텔 몸 치유 효능 명성 "물 1L=우유 한 잔"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버스로 4시간 달려야 목적지인 프랑스의 작은 마을 비텔(Vittel)이다. 그만큼 더 달려가면 파리다.
지천으로 펼쳐진 포도밭, 넓은 목장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소, 말, 양떼들, 산은 멀다. 사람들은 농장에서는 물론 마을에서도 많이 보이지 않는다. 같은 유럽이지만 독일과는 집 모양부터 다르다. 프랑스의 농촌은 그렇게 아름답다. 프랑스 농촌을 자주 여행한 사람이야 그러려니 하겠지만 차량으로 이동하는 첫 여행자는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지는 파노라마에 입을 다물기조차 힘들다.
길은 대부분 2차로이다. 동네우물되살리기팀이 탄 버스는 단한번도 앞 차를 추월하지 않았다. 농촌 마을의 길은 주민에게 우선권이 있어 앞서 가는 트랙터나 경운기가 비켜주지 않으면 그냥 하염없이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가이드의 설명이다.
이렇게 넓은 땅에 비가 내리면 일부는 계곡이나 도랑을 따라 강이나 호수로 흘러 들겠지만 대부분의 빗물은 땅속으로 스며들어 지하수가 되기 마련이다. 프랑스가 먹는 물을 지하수에 대부분 의존하는 것이 지하수가 풍부할 수밖에 없는 이런 자연 환경과 무관치 않으리라.
◆물의 도시=비텔 마을 입구 도로변에 '물의 도시'란 간판이 크게 서 있다. 정갈한 마을이다. 19세기 중반까지만해도 비텔은 500, 600명이 사는 농촌이었다. 루이 블루미에 변호사가 1859년 비텔에 들렀다가 우연히 천연미네랄워터 수원(水源)을 찾았다. 물에 몸을 치유하는 효능이 있음을 그가 알았다. 우리의 개념으로 보면 그가 발견한 것은 천연미네랄워터 온천이다. 우리는 온천을 단지 목욕용으로 쓰지만 그들은 치료용으로 쓰거나 마시는 점이 다르다.
블루미에가(家)는 그후 아들과 손자까지 비텔에 살면서 물을 홍보하고, 물공원 물치료소 리조트 등 관련 산업이 발전하는데 기여했다. 비텔은 블루미에가가 만든 '물의 왕국' 인 셈이다.
◆수원은 4개 뿐=기슬렝 디디엘(Ghislain Didier) 비텔시 부시장은 비텔 물과 비텔에서의 안락한 삶에 대한 자부심이 아주 강했다. 그는 비텔 물의 수원은 4가지라고 소개했다. 하나는 네슬레사가 소유한 수원으로 생수 '비텔'을 만든다. '비텔 1ℓ를 마시면 우유 1잔으로 섭취할 수 있는 Ca(칼슘)를 섭취할 수 있다'고 광고한다. 물 1ℓ에 녹아 있는 Ca가 203.8㎎으로 다른 생수 보다 특별히 많다. Mg(마그네슘)이 많이 녹아 있는 에바는 스트레스에 효능이 있다고 한다. 또 다른 수원은 마시는 물이 아니라 치료수로 쓰이는데 류마티즘에 효과가 있고, 수술 후 회복에 좋다고 디디엘 부시장이 설명했다.
같은 지역에서 솟아나는 물이지만 수원에 따라 수질이 다르고 그 용도 또한 다르게 쓰인다는 설명에 귀가 솔깃하다. 대구 동네우물되살리기 취재진이 주목한 것은 또 있다. 이렇게 유명해 멀리 한국에서 취재하러 올 정도인데 4개의 수원 밖에 없다는 바로 그 점이다. 서로 경쟁적으로 지하수 구멍을 만드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다.
◆물을 아낀다=비텔은 물이 매우 풍부하다. 그래도 그들은 물의 양에 대해 만족하지 못한다. 물을 어떻게 절약하고, 빗물을 모으는 등 지표수를 어떻게 저장해 사용할지 고심한다. 도시가 커지면 아스팔트 도로와 콘크리트 덩어리 구조물로 인해 땅 속으로 흘러 들어가는 물이 적어지고, 장래에 지하수가 모자라는 사태가 오지 말란 법이 없어서다. 그래서 그들은 농경지와 숲 등 물 저장 공간을 늘리려 애쓴다.
물이 고갈된 비텔은 죽은 도시가 될 터다. 그러나 그들이 그렇게 물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고, 비텔시가 중심이 돼 그 물을 보존하려 지금처럼 계속 노력한다면 불행한 사태는 생기지 않을 게다.
◆산업화는 기업이 담당=비텔에 또 주목할 점은 역할 분담이다. 비텔시와 시민들이 물 보호에 힘쓰는 반면 물의 산업화는 기업에 맡긴다. 관광산업의 중심에는 세계적 리조트 그룹인 클럽메드가 있다. 650ha(약 2백만 평) 규모의 물 치료 공원을 클럽메드가 운영한다. 공원에는 ▷블루미에가가 발견한 수원 ▷물 치료소 ▷미니골프장 ▷테니스장 ▷승마장 ▷카지노 ▷호텔 등 휴양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물의 상품화는 네슬레 몫이다. 생수 비텔의 생산 공장이 네슬레 소유다. 풀무원샘물의 지분을 매입해 우리나라 생수 시장에도 뛰어든 바로 그 그룹이다. 네슬레는 비텔 이외에 꽁뜨레(Contrex), 헤파르(Hepar) 등 유명 생수 브랜드도 갖고 있다.
디디엘 부시장은 네슬레와 비텔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싶어 했다. 물의 상품화는 그들의 역할일 뿐이라는 얘기다. 그는 다만 "비텔시와 클럽메드에다 네슬레까지 있어 시너지효과가 크다"고만 했다.
◆휴가철 상주인구 2배=비텔은 상주인구가 6천여 명이다. 그러나 여름 휴가철이 되면 1만명~1만5천명으로 상주인구가 늘어난다. 관광객 수는 정확하게 집계하지 않고 있다. 클럽메드 소유 호텔 3개 등을 이용하는 관광객만 월 1천500명, 연간 15만~16만명이다.
네슬레는 비텔 공장을 우리에게 공개하지 않았다. 서울에서 연락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 표면적 이유이나 본심은 기업 비밀의 노출을 꺼리기 때문인 듯했다. 생수 제조회사들이 보안을 중시하는 것은 비단 네슬레 뿐만이 아니라고 한다. 비텔 공장 입구에서 승강이를 하는 동안 생수를 실은 대형트럭이 끊임없이 들락 거렸다. 유럽 전역으로 달려가는 트럭이다.
허기를 채우러 들른 카페에서는 물을 생맥주처럼 뽑아 준다. 수돗물을 자동 냉각시켜 병에 담아주는데 그 맛이 시원한 게 일품이다. 비텔 시민들은 수돗물에 대한 신뢰가 높았다. 이 물이 생수 비텔과 같으냐는 질문에 그들은 "다른 물"이라며 "더 맛있다"고 했다.
최재왕기자 jw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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