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도 인정한 대구 더위… 축산농가 '조마조마'

입력 2010-07-23 10:04:14

더위에 지친 동물원 가족도 쿨쿨

무더위가 연일 맹위를 떨치자 22일 오후 대구 달성공원에서 코끼리가 벽에 부착된 샤워기에서 떨어지는 물로 목욕을 하고(사진 위), 목마른 거위도 호수에서 나오는 물에 목을 적시고 있다.(가운데) 또 사슴사에서 사육사가 지열을 낮추기 위해 물을 뿌리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무더위가 연일 맹위를 떨치자 22일 오후 대구 달성공원에서 코끼리가 벽에 부착된 샤워기에서 떨어지는 물로 목욕을 하고(사진 위), 목마른 거위도 호수에서 나오는 물에 목을 적시고 있다.(가운데) 또 사슴사에서 사육사가 지열을 낮추기 위해 물을 뿌리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불볕더위에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도 지쳐가고 있다.

좁은 우리에 갇혀 있는 동물원 동물이나 농가의 가축은 힘겨운 여름나기를 하고 있고, 사육사나 축산 농가들은 동물과 가축이 더위에 쓰러질까봐 전전긍긍이다.

◆더위 비상에 걸린 축산·양계 농가

22일 오후 이억조(56·대구 동구 금강동) 씨의 소 사육 농장. 수은주가 35℃까지 치솟자 축사 안에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줄줄 흘렀다. 소 150여 마리가 있는 축사 지붕은 햇빛을 피하기 위해 검은 차양막으로 감쌌다. 축사 천장에는 약 2m 간격으로 설치된 대형 송풍기 5, 6대가 회전하며 통풍을 돕고 있었다.

소들은 한꺼번에 송풍기 밑으로 모여 더위를 식혔다.

이 씨는 "소가 배출하는 분뇨가 분해되면서 나오는 열 발생량을 줄이려고 축사 안을 수시로 청소하고 물을 뿌려 온도를 낮추는 중"이라며 "먹이 주는 횟수도 하루 2회에서 3회로 늘렸다"고 했다.

양계장을 운영하는 농민들은 "더위를 심하게 타는 닭은 기온이 30도를 넘어가면 죽어나가기 시작한다"며 걱정이 대단하다.

20년 넘게 닭을 키워온 최상목(61·달성군 현풍면 지리) 씨도 사육장에 대형 선풍기를 쉴 새 없이 돌렸고 지붕에도 더위를 차단하는 단열재를 깔았다. 최 씨는 "미리 더위에 대비해 아직까진 견딜 만하지만 다음주까지 더위가 계속되면 상황이 어찌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사)대한양계협회 대구경북지회 이상준 전무는 "대구(29만4천여 마리), 경북(1천234만 마리) 양계 농가에서는 아직 더위로 집단 폐사했다는 소식은 없지만 더위에 지친 닭들이 사료를 잘 먹지 않아 달걀 무게와 생산량이 줄고 있다"고 밝혔다.

◆더위에 지친 달성공원 동물들

22일 정오 기온이 34도까지 오른 달성공원. 무더위에 지친 78종 1천430마리의 동물들은 나름대로 더위를 이겨내려 애쓰고 있었다.

'맹수 중의 맹수'라 불리는 벵갈 호랑이는 그늘에 드러누운 채 거친 숨을 헐떡였다. 커다란 에조불곰 한 마리는 그늘에서 한쪽 뒷다리를 쩍 벌려 기둥에 걸치곤 잠에 곯아떨어졌고 다른 한 마리는 수조에서 고개만 살짝 내밀고 있었다.

40여 년 동안 이곳에서 여름을 보낸 코끼리 한 쌍은 여전히 대구 더위에 적응이 되지 않는 듯 그늘에서 귀를 펄럭이며 샤워기에서 물이 나오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사육사와 수의사들은 여름철 전염병 예방을 위해 백신을 동물에게 투여하고 종합영양제 등을 1, 2주에 한 번씩 먹이고 있다. 먹이도 평소와 달리 얼음 속에 얼려 넣어주거나 시원한 과일 등과 함께 나눠준다. 침팬지, 늑대, 맹금류 등 5개 우리에는 햇빛을 차단하기 위해 차양막을 설치했고 사자, 호랑이, 곰 우리엔 물을 채운 수조를 투입하고, 얼음까지 띄웠다.

이곳 관계자는 "동물들이 더위를 이겨낼 수 있도록 수시로 물로 샤워를 시키는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 중"이라고 말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노경석 인턴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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