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후엔 1시간 58분대 가능성
마라톤의 현재 세계최고기록은 에티오피아의 게브르셀라시에가 2008년 9월 28일 독일 베를린에서 수립한 2시간 3분 59초이다. 1908년 제4회 런던올림픽에서 심판원의 도움을 받은 이탈리아의 도란도 피에트리의 기록이 박탈되면서 우승한 미국의 존 하예스가 수립한 첫 공식기록은 2시간 55분 18초. 100년간 마라톤 기록은 51분 19초나 앞당겨졌다.
과연 마라톤 기록의 인간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한국의 손기정은 1935년 도쿄마라톤에서 2시간 26분 42초, 서윤복은 1947년 보스턴마라톤에서 2시간 25분 39초로 세계기록을 세웠다. 독일의 제임스 피터스는 1952년부터 연거푸 4번이나 기록을 바꾸면서 20분 벽을 돌파하였다. 초기 미국과 유럽이 주도한 기록 향상은 1967년 호주의 데렉 클레이튼이 마의 10분 벽을 깨고 2시간 9분 36초를 기록한 후 잠시 정체되었으나 1985년 포르투갈의 카를로스 로페스가 8분 벽을 돌파하며 2시간 7분 12초를 기록했고, 1988년 에티오피아의 벨라이네 딘사모는 7분 벽(2시간 6분 50초)을 깼다. 11년 후인 1999년 미국의 할리드 하누치가 6분 벽(2시간 5분 48초), 2003년 9월 케냐의 폴 터갓이 5분 벽(2시간 4분 55초)을 각각 돌파하였다.
마라톤 기록의 한계 극복을 위해서는 초인적인 능력 개발과 과학적 접근이 함께 요구된다. 심폐기능을 중심으로 한 체력 향상과 기온 및 언덕의 환경을 효율적으로 극복하기 위한 과학적인 훈련방법, 식이요법을 비롯한 훈련 외적 보조물 활용, 심리적 요인의 극대화, 신발과 유니폼의 개발을 통해서 끝없는 기록 경신은 계속될 것이다. 역대 최고선수들의 신체적 특성을 조합하고 코스의 환경적 요인이 최적조건을 유지한다면 약 20년 후에 2시간 벽을 넘어 1시간 58분까지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마라톤선수의 기본적 특성 중 피로저항성이 우수하고 산소이용능력이 뛰어난 지근섬유의 구성 비율 증가, 심폐기능 지표인 최대산소섭취량 및 무산소성 역치의 증가, 주된 기록 억제요인인 외부적 환경에 해당하는 11~14℃의 기온 유지를 비롯한 습도, 풍속 및 언덕 경사 등의 최적상태 유지, 체내 수분량 유지를 위한 첨단 스포츠음료의 개발, 주 에너지원인 근육 내 글리코겐 저장량을 증가시키는 식이요법의 개발 등은 계속해서 기록을 단축시킬 것이다. 케냐와 에티오피아를 중심으로 한 아프리카 중남부지역 선수들의 마라톤 독점요인 중 하나로 간주되는 고지환경, 채식 위주의 식이습관, 어릴 적부터의 습관적 훈련도 기록 단축에 도움을 준다. 스피드 능력을 갖춘 많은 선수들이 레이스 후반까지 경쟁하는 저변도 기록 단축의 중요한 요인이다. 기록 단축을 위해서는 마라톤의 스피드화를 위한 훈련방법, 선수의 성실성, 경제적 뒷받침에 의한 동기 유발도 요구된다. 마라톤은 힘든 운동인 만큼 그 어떤 종목보다 경제적 동기 유발에 큰 영향을 받는다. 국내 마라톤의 후진 양성이 어려움을 겪는 것도 부분적으로는 헝그리 정신 결여 때문으로 지적되고 있다. 보다 획기적인 투자와 동기 유발이 제시된다면 국내 마라톤도 다시 전성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김기진 계명대 체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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