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 Why?] 붉은 탑 (The Red Tower)

입력 2010-07-22 08:14:58

작 가 명 : 로베르 들로네 (Robert Delaunay, 1885~1941)

제 목 : 붉은 탑 (The Red Tower)

연 도 : 1911년

크 기 : 160.7x128.6㎝

재 료 : Oil on Canvas

소 장 처 : 시카고 미술관 (The Art Institute of Chicago)

인간의 욕망은 끝없이 하늘 높이 오른다. 성경에 나오는 바벨탑의 존재 여부를 떠나 하늘 높이 건물을 지으려는 노력들은 19세기 후반 프랑스 파리에서도 계속 이어졌다. 1889년 프랑스 혁명 100주년 기념으로 세계 박람회의 출입 관문으로 건축된 '에펠탑'(Eiffel Tower) 은 그 높이가 324m로 81층 건물과 맞먹을 정도여서 당시로는 대단한 건축물이었다.

이 기록은 1930년 크라이슬러 빌딩이 완공되기 전까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로 유명세를 떨쳤다. 그리고 지난 1월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에서는 우리나라 건설사가 완공한 '버즈 두바이'(Burj Khalifa)가 세계 최고층 건물이자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인공 구조물로 새로운 기록을 수립했다. 그 높이가 무려 828m로 서울 남산 높이의 3배에 이르며 연면적 역시 코엑스몰의 4배가 넘는다고 한다.

이러한 세계 최고의 건축물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는 적잖은 후담들이 생겨나 유명세를 더해 준다. 에펠탑의 공사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많은 파리의 예술가들은 정부에 탄원서를 제출하며 탑에 대해 풍자적인 비판과 모욕들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공사가 끝나자 모파상을 비롯한 극소수를 빼고는 그 동안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던 예술가들도 세기의 기념탑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그 중 프랑스 화가 로베르 들로네 역시 에펠탑에 대한 찬사와 함께 탑을 주제로 생생한 율동감과 색채의 조화를 개성적으로 구사한 작품들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그의 이러한 경향들은 당시 유행했던 전통적인 입체파 작품들과는 뚜렷이 구별되는 새로운 화풍인 '오르피즘'(Orphism)을 통해 색채성이 풍부한 추상을 완성해 나가기 시작했다.

들로네는 입체파 화가들이 기타나 물병의 형태를 깨뜨리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에펠탑을 부셔버렸다. 당시 대상을 충실하게 재현하자니 탑이 작아져서 웅장한 맛이 없어지고, 이탈리아식의 원근법을 따르자니 탑이 지나치게 날씬해져서 에펠탑이 가진 양감을 제대로 살릴 수 없었다. 이런 이유로 들로네는 열 개의 서로 다른 시점과 열다섯 종류의 심도를 설정해서 일부는 위에서 내려다보이게 하는 등 변화를 주었다.

그의 에펠탑 시리즈 작품 중 하나인 은 300m라고 하는 높이가 주는 현기증을 그대로 살려내기 위해 탑을 분해해 제일 높은 첨탑 부분은 복원시키고, 탑의 밑 부분은 잘라낸 후 탑을 약간 기울여 놓았다. 수축되고 확산되는 동적이고 음악적인 리듬감이 가미된 역동적인 그의 화풍은 아내이며 화가였던 소니아 들로네(Sonia Delaunay-Terk)와 독일 표현주의 화가들의 모임인 청기사파에 큰 영향을 끼쳤다.

김태곤(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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