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취 만연 대구 정화조 업계] <상> 부풀리고 조작하는 분뇨차량

입력 2010-07-21 10:45:27

오물 30% 남기고 "다 퍼냈다"…청소 안하고 허위 영수증 발급

대구시내 분뇨운반 차량들이 무게를 줄이기 위해 성서공단내 서부위생처리장 입구의 계근대 위에서 바퀴를 도로쪽에 올려놓은채 통과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대구시내 분뇨운반 차량들이 무게를 줄이기 위해 성서공단내 서부위생처리장 입구의 계근대 위에서 바퀴를 도로쪽에 올려놓은채 통과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대구 정화조 업계의 비리가 점입가경이다. 업체들은 규정대로 오물을 처리할 경우 작업시간이 오래 걸리고 유지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온갖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

정화조가 없는 건물에도 거짓 영수증을 발부해 수익을 챙기고, 규정된 양을 다 퍼내지 않거나 편법을 동원해 수거량을 부풀리고 있다. '악취'가 풍기는 정화조 업계의 실상을 들여다본다.

◆부실 오물 청소

지난달 대구 수성구 한 업체에 정화조 청소를 맡긴 A(55·수성구 범어동) 씨는 기분이 크게 상했다.

A씨는 "위생차에 계측기가 달려 있지 않는 것은 물론 청소 후 정화조를 확인해 보니 오물(변)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고 했다.

업체들은 정화조 오물을 남김없이 퍼내야 하지만 한 집이라도 더 오물을 퍼내기 위해 정화조 오물을 많이 남기고 있었다.

기자가 정화조 청소를 마친 다세대주택 2곳을 찾아 바로 확인한 결과 3분의 1가량의 정화조 오물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수년간 정화조 청소업체에서 일했다는 B씨는 "4인 가족 가정집(평균 1천200∼1천400ℓ)은 보통 오물 수거 시간이 30분 이상 걸리지만 10분 만에 해치워 버리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주민들이 오물을 확인하지 않는 한 전혀 눈치챌 수 없다"고 털어놨다.

업체 직원들은 5t 차량 기준으로 하루 3집 정도밖에 청소할 수 없지만 업체들이 오물을 덜 퍼내는 수법으로 5, 6곳을 처리하고 있다고 했다.

◆영수증 조작

취재진이 입수한 C정화조 청소업체 자료에 따르면 이 업체는 8t짜리 차량 한 대로 한 번에 14t을 수거한 것으로 돼 있었다. 또 리모델링을 자주하는 일부 식당과 상가 등에는 정화조가 아예 없거나 콘크리트로 봉인돼 있었지만 허위 영수증을 발급했다.

정화조 청소는 사용 인원대비 용량에 따라 1년에 한 번이나 두 번 의무적으로 청소하도록 돼 있고 위반하면 10만원에서 7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토록 하고 있어 의뢰 업주와 정화조 업계가 짜고 거짓 영수증을 발급하고 있는 것. 업주는 가짜 영수증을 통해 정화조 청소 규정을 이행하고 청소업체는 실제 일을 하지 않고도 돈을 벌 수 있다.

위생차량 기사 D씨는 "얼마 전 정화조가 주방 안에 있고 콘크리트로 철저히 막혀 있는데도 허위 영수증으로 청소를 한 것처럼 처리해줬다"며 "업주는 비싼 과태료를 물지 않아 좋고 업계는 공짜로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자주 빚어진다"고 밝혔다.

차량 무게 조작도 다반사다. 19일 오후 성서공단내 서부위생처리장 입구에 각각 1대씩 설치된 계근대(무게를 재는 무인 기계)를 통해 10분에 한 대꼴로 위생차량이 들어갔다. 그러나 공단을 빠져나오는 일부 차량에서 이상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계근대에서 차량 바퀴를 틀어 도로 쪽에 맞물리거나 아예 차량 오른편 앞뒤 바퀴를 걸쳤다.

이에 대해 위생차량 기사들은 오물 양은 공단에 들어오는 차량 무게에서 오물을 비우고 나오는 차량 중량을 뺀 수치로 계산하기 때문에 운전 조작을 통해 오물량을 조작하고 있다고 했다.

5.5t 차량이 계근대에서 바퀴를 빼면 차량 무게가 4t까지 줄어들고 큰 차(15t)의 경우 실중량을 4, 5t까지 줄일 수 있다는 것.

기사 E씨는 "고객들한테 발행하는 영수증에 적힌 오물량과 계근대에 기록되는 오물량을 대충이라도 맞추기 위해 차량 무게를 조작하고 있다"며 "혹시라도 있을 행정기관 감사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업체 측은 "수거량을 부풀리고 조작하는 것은 일부 기사들의 문제"라며 "업주들은 항상 기사들한테 규정대로 작업을 하라고 교육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황수영 인턴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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