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문학영재들의 색다른 창작 체험 '문학 캠프'

입력 2010-07-20 08:05:16

김용택, 엄창석 등 작가 특강에 귀 쫑긋

대구의 초·중·고교생 300여 명이 참가한 제1회 문학캠프가 대구시교육청 주최로 포항 대구교육해양수련원에서 열렸다. 사진은 특강을 진행 중인 김용택 시인.
대구의 초·중·고교생 300여 명이 참가한 제1회 문학캠프가 대구시교육청 주최로 포항 대구교육해양수련원에서 열렸다. 사진은 특강을 진행 중인 김용택 시인.

문학 영재들의 창작 체험을 키워주기 위한 대구시교육청 주최 '2010 문학캠프'가 16, 17일 포항시 흥해읍 대구교육해양수련원에서 열렸다.

시 교육청 소속 초·중·고교생 300여 명과 지도강사, 작가 등 34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이번 행사는 2007년 대구에 문예창작영재교육원이 문을 연 이후 처음으로 갖는 문학캠프다. 문예창작영재교육원은 현재 초교생은 '시·산문', 중학생은 '시·소설', 고교생은 '시·소설·시나리오'반으로 나누어 운영 중이며, 학기 중 매주 토요일 4시간씩, 1년간 총 92시간의 문학 교육을 받고 있다.

한원경 시 교육청 장학관은 "아침 독서 운동, 삶 쓰기 100자 운동으로 대구 학생들의 독서와 글쓰기 기반 교육은 이미 체계를 잡았다"며 "이번 문학캠프로 대구의 문학영재 교육이 한 단계 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꿈을 꾸는 사람, 꿈을 쓰는 사람'이란 주제로 진행된 문학캠프에서 참가 학생들은 시 낭송 대회, 시 외워 쓰기 대회, 소설 낭송대회, 동화 구연 대회, 이야기 대회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특히 '섬진강 시인'으로 잘 알려진 김용택 시인을 비롯해 소설가 엄창석, 임정자, 아동문학가 심후섭 씨 등 작가들의 특강이 마련돼 눈길을 끌었다.

김용택 시인은 중·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좋은 글을 쓰는 비결에 대해 '자세히 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좋은 글을 쓰려면 주변 사물을 자세히 보는 습관을 길러야 합니다. 사물을 깊이 이해하고 쓴 글이라야 비로소 내 것이 됩니다. 외워서 쓴 글을 결코 내 글이 아닙니다." 그는 특히 늘 새로운 눈으로 자연을 바라볼 것을 권했다. 3년째 강사로 활동 중인 서정윤 시인은 "학생들이 쓴 글에 대해 첨삭 지도를 지양하는 대신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는 식으로 생각을 키워주는 수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글을 쓰면서 상식의 틀을 깨는 습관을 키우다 보면 창의성이 높아진다"고 했다.

학생들도 모처럼 야외에서 받는 문학수업을 신선해 했다. 시 낭송대회에 참가한 사대부고 2학년 성윤영 양은 "문학영재반 수업 때 쓴 글을 서로 돌려 읽으며 생각을 깊이 하게 됐다"며 "학교에선 할 수 없는 프로그램들을 문학캠프에서 경험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성 양은 중3 때부터 문학영재반에서 활동해 왔으며 지난 6월 대구에서 열린 상화문학제에서 '강의 기우제'라는 시로 상을 수상했다. 청구고 3학년 박규동 군은 "입시 공부에 바쁜 고3이지만 남는 시간을 활용해 얼마든지 문학 공부를 할 수 있다"고 했다.

고교생 시나리오반을 대상으로 한 이야기대회도 이색적이었다. 한 명씩 차례로 나와 책에서 읽었거나, 경험한 얘기들을 재미있게 들려주는 스토리텔링 체험. 시나리오반 강사인 작가 안희철 씨는 "장래 희망으로 시나리오 작가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의외로 많다"고 했다.

한편 이번 문학캠프에서는 명창 박정선 초청 판소리 한마당, 마술사 송경선의 창의성 향상을 위한 마술 교실, 경주 일원의 설화와 함께하는 설화문학 기행 등 다채로운 체험활동이 함께 열려 학생들의 창의력과 문학적 상상력을 자극했다. 해양체험에서는 학생들이 고무보트를 타고 바다를 누비며 스트레스를 풀었다.

한 장학관은 "문예창작영재교육은 타 시·도 교육청에는 없는 대구만의 교육 브랜드"라며 "앞으로 문예창작학교로 육성하고 싶다"고 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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