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구 종교계가 시끄럽다. 대구시가 팔공산에 국제불교테마공원을 조성하는 계획을 놓고 지역 기독교계와 불교계가 갈등을 빚고 있어서다.
기독교계가 먼저 폭발했다. 대구기독교총연합회는 '대구시와 정부의 종교편향 정책을 눈뜨고 볼 수 없다"며 팔공산 국제불교테마공원 조성 반대 성명을 내고, 대응 불씨를 당겼다. 불씨는 들불로 번졌다. 지난 4, 5월 5천여 명의 기독교인들이 참석한 부활절 연합예배. 지역의 목사와 장로 1천여 명이 참석한 대구지역 목사'장로 연합 기도회에다 크고 작은 기독교 단체 모임들이 이어졌다. 또 기독교 대표들은 대구시를 수차례 방문해 교계의 반대 의사를 전달했고, 문화체육관광부도 방문해 교계의 뜻을 전했다. 지금은 40만 대구 기독교 신자들과 250만 대구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반대 서명운동으로 커지고 있는 상태다. 최근에는 대규모 집회, 법적 투쟁 등의 초강력 대응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수면 아래에서 묵시(默視)되던 불교계도 포문을 열었다. 직접적인 발단은 지역의 한 기독교단체가 퍼뜨린 불교 폄훼 동영상때문. 지난 5일과 7일 대한불교 조계종 9교구 본사인 동화사의 본'말사 스님과 불교단체 대표 100여 명이 동화사에서 전격 회동을 갖고, 불교 폄훼에 대해 법적 대응을 논의했다. 또 대구경북에 종교차별신고센터를 설치해 불교계의 힘을 한 곳에 모을 태세다.
9교구는 조계종 전국 25개 교구 중 규모가 가장 큰 교구 중 한 곳이며 대구와 대구 인근의 소속 불자만 180만명이다. 대구 기독교계도 신자가 40만명이며, 교회 수도 1천500개나 된다. 만약 두 단체가 대립각을 더욱 세워 직접 충돌한다면? 상상조차해선 안될 일이다. 역사적으로 종교 간 갈등과 충돌은 결국 그 지역은 물론 나라에 불행을 안겼고, 종교들도 살을 도려내는 아픔을 겪지 않았던가. 불편부당하고 그 이치가 맞지 않으면 개인이든, 단체든 목소리를 분명하게 내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감정보다는 이성이 앞서야 하고, 대립과 일방 통행보다는 진중한 접근을 통한 문제 해결 의지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평행선에는 '종착역'이 없다.
양 종교의 '큰 어른'들이 나서야할 때다. 지난 5월 취임한 동화사 주지 성문 스님은 종교계 대표들과 교감해 지역 화합에 동참하겠다고 했다. 기독교계도 해마다 주요 행사에서 이웃 사랑과 지역 화합을 약속하지 않았는가. 대화하고 화합하기 위해 16년 전에 기독교, 불교 등 6개 종단 대표 협의체인 대구 종교인평화회의를 만들지 않았던가. 평소 약속을 지키면 결코 갈등이 있을 수 없다.
대구시의 '팔공산 정책'은 말그대로 계획 단계다. 1천200억원 예산은 확정되지 않은 시의 '희망사항'이다. 예산 확보가 안돼 사업이 동강날 위기며, 불교테마공원 조성도 역사문화공원으로의 명칭 변경과 시내 주요 역사문화유산을 보존하는 쪽으로 일부 수정하는 이야기도 들린다.
기독교가 시 정책에 반발하는 것은 시가 그동안 기독교계의 목소리를 소홀히 한 측면도 크다. 대구의 기독교 역사는 100년을 훌쩍 넘는다. 제일교회와 동산의료원 일대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독교 성지다. 시의 기독교 정책 배려와 함께 이번 기회에 기독교계도 지역의 기독교 역사문화유산을 보존'전승하는 정책을 대구시에 적극 내어야 할 것이다.
불교계와 기독교계, 대구시의 대화와 화합만이 갈등을 접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다.
이종규 문화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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