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권력다툼 양상에 직접 '주의'…갈등, 일단 수면 아래로
권력 내부의 추악한 암투(한나라당 친박계 이성헌 의원)인가, 정부 내 비선조직의 불법행태와 부당한 인사 개입(한나라당 친이계 정두언 의원)인가. 그도 아니면 총체적 국정 문란(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인가. 지난달 21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민주당 신건 의원의 폭로로 촉발된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이 20여 일이 지나면서 초대형 태풍으로 발달,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논란 당사자인 이인규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 이영호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에 이어 12일 정인철 청와대 기획관리비서관이 물러나면서 일단 수습국면을 맞은 것처럼 보이지만 여의도발 태풍의 진로는 여전히 예상하기 힘들다.
이명박 대통령은 11일 이번 파문과 관련된 책임자들의 사표를 받으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앞서 9일에는 친이계 소장그룹의 리더인 정두언 의원과 선진국민연대 인맥의 핵심으로 지목된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측에 간접적으로 우려를 표시하고 '주의'를 전달했다.
이에 대해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은 12일 "대통령께서 현재 여권에서 진행되는 일들에 대해서, 특히 권력다툼의 양상으로 비쳐지는 상황에서 깊은 우려를 표명하시고 화합을 당부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혹시 다른 생각이 있더라도 무엇보다 국민의 눈을 의식하고 국민의 입장에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점을 특별히 강조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중재'는 여권 내부의 분란을 더 이상 방치했다가는 조기 레임덕을 부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이와 관련, 정인철 비서관의 전격 사퇴가 이 대통령의 의중에 따른 것이며, "자진사퇴는 없다"고 밝힌 박영준 차장도 같은 흐름에서 결국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강력한 의지가 전달되자 정 의원과 박 차장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일단 수면 아래로 잠복한 형국이다. 하지만 여권과 청와대, 외곽조직(선진국민연대)에다 야당까지 맞물려 복잡해진 권력 투쟁이 완전히 봉합될 지는 미지수다.
사실 이번 파문은 이명박 정부의 얽히고설킨 권력 지형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난 사안이란 분석이 많다. 이미 집권 초인 2008년 초 정두언 의원이 제기한 '권력 사유화 논란'의 재연인 셈이다. 민주당으로선 한나라당의 아킬레스건을 정확히 짚어내 7·28 재보선, 나아가 2012년 총선과 대선까지 끌고 갈 수 있는 '꽃놀이패'란 이야기다.
민주당은 12일 당에 제보된 추가 민간인 불법 사찰 사례를 공개하며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또 공직윤리지원관실 문서 수발 내역을 분석한 결과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이첩한 문건 3건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박연차 게이트 당시 세무조사를 담당했던 조홍희 서울지방국세청장의 비위를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적발하고도 처벌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폭발력이 적지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논란으로 대구경북 인맥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데 대해서는 정치권 내에 이견이 없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상득 의원-박영준 차장-이영호 비서관-이인규 지원관으로 이어지는 '영포 라인'의 쇠퇴를 점치면서도 대구경북의 무게감은 여전할 것이란 '기대'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대구경북 출신 한 여권 관계자는 "현 정부에서 호남권 인사가 적다는 것은 그만큼 호남지역 인재의 편향성이 크기 때문"이라며 "청와대와 내각 개편에서 호남권과 충청권 등의 약진이 예상되지만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의 총리 기용설처럼 영남에 대한 배려도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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