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모(58) 씨는 최근 대구 동구의 한 자동차매매상사에서 중고차를 구입했다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송씨가 구입한 차량은 주행거리 15만㎞의 1997년식 체어맨. 차를 장만했다는 기쁨도 잠시, 송씨의 자동차는 넘겨받은 지 2시간 만에 고장이 났다. 차를 수리하기 위해 서비스센터에 간 송 씨는 더욱 황당한 얘기를 들었다. 차량이 이미 지난해 12월 주행거리가 18만5천㎞를 넘겼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그는 경찰에 주행거리 조작으로 판매자와 전 차주를 고발했지만 모두 '몰랐다'며 발뺌하고 있다. 송씨는 "다들 혐의를 부인하는 통에 수사가 어렵다고 한다"며 "도대체 이 억울함을 어디에 호소해야 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달은 중고차 시장의 성수기다. 휴가철 가족나들이와 추석 명절을 앞두고 노후차를 교체하려는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칫 잘 따져보지 않고 구입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중고차, 어떤 차를 골라야 제 값에 좋은 차를 살 수 있을까.
◆싼 것만 찾지 말 것
중고차 관련 민원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대구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올 들어 중고차 관련 민원은 6월 말 현재 77건이 접수됐다. 중고차 관련 민원은 지난 2008년 159건에서 지난해 194건으로 늘었다. 가장 많은 불만은 성능 불량으로 지난해 접수된 194건 중 55.6%인 108건이 숨겨진 고장 때문이었다. 사고 이력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거나(38건), 주행거리 조작(17건) 등의 불만도 많았다.
속지 않으려면 시세보다 지나치게 싼 차는 일단 의심해봐야 한다. 정상적인 중고차 딜러는 차량의 상태와 연식, 사고 유무, 주행거리, 모델의 인기 등을 고려해 적정한 가격을 고지한다. 그러나 무조건 가격이 싼 차량을 찾다 보면 허위 매물이나 사고 차량, 무적 차량 등을 구입할 수도 있다. 같은 등급의 다른 매물보다 지나치게 싸거나 미리 확인한 차량 등록정보와 실제 차량 상태가 다른 경우 허위 매물일 가능성이 있다. 허위 매물을 피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중고차상사를 방문하기 전에 차량등록증 사본과 성능점검표 사본을 받아 확인하면 된다. 중고차 사이트의 매물 사진 옆에 판매자 정보와 연락처가 정확하게 명시된 딜러일수록 신뢰도가 높다.
◆주행거리 조작을 피하려면
주행거리 조작 여부를 알아내려면 해당 자동차 회사의 공식서비스센터를 방문하는 것이 좋다. 공식서비스센터는 전산 통합망이 구축돼 있어 해당 차량이 한 번이라도 서비스센터에서 정비를 받았다면 주행거리 내역이 남아있다. 주행거리가 표시된 자동차등록원부나 성능점검기록부를 확인하는 것도 방법이다. 사고 여부를 판단하려면 차를 고를 때 날씨가 맑은 날 햇빛 반대 방향에서 관찰하면 수리 흔적을 확인하기 쉽다. 차량의 사고 이력은 판매자나 보험개발원 중고차 사고이력정보 사이트(www.carhistory.or.kr) 등을 통해도 알아낼 수 있다. 타이어가 한쪽만 마모됐다면 휠 밸런스나 토우인 캠버 등에 문제가 있고, 자동차 문의 고무패킹에 페인트를 칠한 자국이 있으면 사고 차량일 가능성이 높다. 유리창에 표시된 제조년월을 확인하거나 에어컨의 작동 여부도 살핀다. 성능점검기록부와 실제 차량 상태가 다를 경우 무상 수리나 수리비를 보상 받을 수 있다. 또 사고나 침수사실을 알리지 않으면 구입가 환급 또는 손해배상이 가능하다. 주행거리를 조작하는 경우에도 해약 또는 주행거리조작에 따른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다.
◆사고차에도 보물이 숨어있다
중고차 구입자들은 사고 경력이 있는 차라면 무조건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성능에 이상이 없는 단순 사고 차량이라면 구입을 고려할 만하다. 중고차의 사고 상태는 '무사고'와 접촉사고나 긁힘 등으로 인한 '단순교체', 단순 교체가 3곳 이상이거나 주요 부위를 용접하고 교환한 '사고' 등으로 구분된다. 이 중 차량 성능에 가장 영향을 주는 사고는 휠하우스와 천장, 침수사고다. 휠하우스는 엔진룸 내 바퀴 부분에 둥글게 돌출한 부품으로 이 부분의 수리는 차량의 '다리'가 부러진 것과 같다. 사고가 나면 휠하우스를 한꺼번에 뜯어내고 다시 용접해서 붙이기 때문에 아무리 수리가 잘됐다고 하더라도 타이어 편마모나 조향 불량, 차량이 떨리는 증상이 나타난다. 차량성능기록부를 살펴볼때 차량 하부 프레임이나 라디에이터 등의 교환이나 수리 흔적이 있다면 큰 사고가 났을 위험이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휀더나 도어, 본네트 등은 판금이나 교환을 해도 성능에 이상이 없다. 대구시자동차매매조합 박종우 과장은 "매매단지를 방문할 때는 차량에 대한 지식이 있는 이들과 함께 가는 것이 사고 여부 판단이나 가격 협상에 유리하다"며 "중고차 매매단지를 방문할 경우 허위 딜러를 피하려면 관할 매매조합에서 판매직원임을 인증하는 '종사원증'을 확인하고 계약 전에는 해당 상사의 대표와 만나보는 게 확실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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