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신화의 강 갠지스(베이징 대륙교 문화미디어 엮음/곽선미 옮김/산수야 펴냄)

입력 2010-07-08 07:44:29

갠지즈 강이 '인도 어머니 강'이 된 연원은…?

인도 신화는 '갠지스 강이 원래는 여신으로, 눈의 왕 히미바트의 딸'이라고 전한다. 그녀는 아득히 먼 곳, 하얀 눈의 왕국에서 살다가 인류를 구하기 위해 인간 세상으로 내려와 대지를 풍요롭게 적셨다.(갠지스 강은 히말라야 산맥의 남쪽 기슭에서 발원해 인도 동북부를 가로지르며 2천500㎞를 달린다. 신화나 전설이란 땅과 기후, 강과 바다의 모양과 습성을 후에 인간이 이야기로 만든 것이다.)

갠지스 강가에는 델리, 아그라, 칸푸르, 카주라호, 바라나시, 파트나, 콜카타 같은 오랜 역사를 가진 도시들이 생겨났고, 이 도시들은 수많은 전설과 신화를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 인도 사람들은 갠지스 강을 '성스러운 강' 혹은 '인도의 어머니 강'이라고 부른다.

소를 신성시하는 힌두교도들은 갠지스 강의 발원지가 히말라야 산맥 남쪽 기슭의 강고트리 빙하 끝에 있는 고무크(힌디어로 '소의 입')라는 점에서 착안, 갠지스 강물을 소의 입에서 나온 맑은 샘물로 여겨 숭배한다.

이외에도 갠지스 강에는 전설이 많다.

인도의 어느 왕이 여신에게 선조의 죄업을 씻을 수 있는 천상의 물을 보내달라고 기도했다. 감복한 여신이 물을 내려 보냈지만, 지나치게 거센 물살을 견디지 못하고 대지는 여기저기 갈라졌다. 그때 시바 신이 히말라야 산맥 부근의 갠지스 강 상류로 내려와 자신의 머리 위로 물을 천천히 흐르게 해 물살을 약하게 만들었다. 덕분에 왕은 선조의 죄를 씻을 수 있었고, 인류에게 행복을 주었다고 한다. 이때부터 힌두교도는 갠지스 강을 여신의 화신이자 속죄의 강으로 여겨 떠받들었다. 시바 신을 숭배하고 성스러운 물로 목욕하는 행위는 힌두교의 2대 종교활동이 됐다.

이 책은 1장 '인드라 신의 안식처 델리', 2장 '무굴제국의 수도 아그라', 3장 '격변의 땅 칸푸르', 4장 '신과 인간의 합일 카주라호', 5장 '성스러운 도시 바라나시', 6장 '불교문화의 기록 파트나', 7장 '식민지의 흔적 콜카타' 등으로 구성돼 있다. 갠지스 강을 배경으로, 그곳의 역사와 삶을 다루고 있는 것이다.

'델리'는 인드라 신의 안식처로, 이곳에서 3천 년 동안 7개 도시가 탄생하고 사라졌다. 12세기 이슬람 정권인 델리 왕조의 수도가 됐고, 이후 무굴제국의 수도로 번영을 누렸다. 에로티시즘의 도시 '카주라호'는 인도 중부의 오랜 역사를 가진 도시로 정교한 조각들로 장식된 고대사원들이 많다. 조각 가운데에는 남녀 간의 성적 결합을 표현한 미투나가 유명하다. 이곳 주민들은 자신들이 달의 신 찬드라의 자손임을 자랑스러워하며, 자신들의 왕국을 달의 왕국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바라나시'는 비의 여신이 천국에서 뿌린 암리타 네 방울 중 한 방울이 떨어져 생긴 성스러운 도시이다. 석가모니는 기원전 5세기 바라나시에서 서북쪽으로 10㎞ 떨어진 사르나트에서 최초로 설법을 시작했다.

'파트나'는 오랜 세월 공격받고, 파괴되고, 복원되기를 반복했다. 그런 까닭에 도시 이름도 여러 번 바뀌었다. 기원전 5세기 마가다 왕국의 수도로 건설됐고, 마우리아 왕조 아소카 왕 시기에는 정치 중심지 역할을 했고, 4세기에는 굽타 왕조의 수도가 됐다. 7세기에는 쇠퇴해 잡초만 무성한 땅이 됐다. 파트나에는 수많은 불교 유적이 보존돼 있다.

'콜카타'는 영국 식민통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1698년 영국 동인도회사는 헐값에 칼리카타를 비롯해 마을 세 곳을 사들였고, 화물 하치장, 상점, 예배당, 극장, 군대 주둔지 등을 건설했다. 칼리카타는 본래 '칼리 여신의 거처라는 뜻'인데, 칼리카타를 근거지로 콜카타라는 도시가 건설됐다.

이 책을 엮은 '베이징 대륙교 문화미디어'는 강(江)의 문화사를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왔다. 이른바 '강의 전기'를 엮어 책은 물론이고 방송물로 제작한 것이다. 방송과 출판의 합작품인 '문명의 강' 시리즈는 인류에게 큰 영향을 끼치고 많은 흔적을 남긴 세계의 5개 강(도나우, 갠지스,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 나일, 미시시피)을 선정해,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풍부한 사진자료와 이야기로 엮었다. '예술의 강 도나우'와 '신화의 강 갠지스'는 이미 출간됐으며, 나머지 세 강에 대한 책은 곧 출간된다. 275쪽, 1만5천원.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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