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미의 책속 심리] 보바리의 남자, 오셀로의 여자(데이비드 바래시 지음/사이언스 북스)

입력 2010-07-07 07:36:53

오셀로의 질투 보바리의 간통, 진화심리학 관점의 인간 행동

베네치아에 주둔한 군부대 사령관인 오셀로는 젊고 아름다운 아내 데스데모나와 행복한 결혼 생활에 젖어 있었다. 그러나 그의 부하인 이아고가 새로 부관으로 임명된 카시오에게 자리를 빼앗긴 데 앙심을 품고, 데스데모나가 카시오와 바람을 피운다고 소문을 낸다. 결국 오셀로는 이아고의 술책에 걸려들고, 질투심의 노예가 되어 카시오와 사랑스런 아내를 죽이고 자신도 자살해버린다. 셰익스피어의 비극 '오셀로'의 줄거리다.

500여 년이 지났지만, '오셀로'가 여전히 널리 읽히는 것은 질투심이 단지 그만의 옹졸한 성격 탓이 아니라 인간의 보편적인 본능이고 어느 누구도 이 감정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배우자의 정조를 의심하는 '부정망상'(不貞妄想)을 일컫는 '오셀로 증후군'은 질투의 화신인 오셀로의 이름에서 유래한다. "질투와 분노가 생을 단축한다"는 속담처럼, 질투는 분노와 연결이 되고, 질투는 살인적인 속성을 지니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오셀로'는 단순히 질투에 사로잡힌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며, 마담 보바리는 단순히 바람난 유부녀가 아니라고 말한다. 오셀로의 질투는 인간의 감정 중에서 강력하고도 흔한 것으로 특히 남자들이 이 감정에 유난히 취약하다고 지적한다.

이 책은 문학과 과학이라는 두 가지 세계를 통합하여 연애, 질투, 간통 등의 인간 행동을 진화심리학적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다. 오셀로의 질투, 마담 보바리의 간통, 홀든 콜필드의 소외 등을 거론하면서 생물학적 진화를 설명하는데 소설이 얼마나 유용한 도구인가를 보여주기도 한다.

매 맞는 아내 뒤에는 남자가 의처증에 사로잡힌 경우가 많다. 남성이 여성에 비해 다수의 성 상대를 찾으려는 본능이 크고, 다른 남성에게는 성적 경쟁심을, 자기 여자에 대해서는 성적 질투심을 느끼는 본능을 지니게 되는 것은 난자와 정자의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난자는 크고 한번밖에 나오지 않아서 상대적으로 희귀하고 반면에 정자는 작고 값싸며 무한정 공급되어서 한 수컷이 생산할 수 있는 자녀의 수는 그 자신의 능력보다는 얼마나 많은 암컷에게 수태시킬 수 있느냐 여부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의처증에 사로잡힌 많은 오셀로들은 서로 남의 여성을 넘보는 동시에, 자신이 다른 남자의 여성에 대해 그러는 것처럼, 다른 누군가가 자기 여자를 넘보고 있다는 아주 작은 암시만 주어도 금방 질투심에 가득 찬 분노를 터뜨리게 된다. 중년에 접어든 오셀로가 자기보다 젊은 부관에게 성적인 열등감을 느끼고 불안해하며 쉽게 의처증에 빠져든 것처럼, 남자들의 성적 질투는 자신을 공격하는 최대의 적이다.

'질투는 지금까지 있어 왔던 어떤 죄보다 사악한 죄다. 다른 죄들은 오직 한 가지 덕목에만 위배되는 반면, 질투는 모든 덕과 모든 선량함에 반대하는 것이다.'

감정은 물질이며, 물질은 조절될 수 있다. 배우자에 대한 질투심으로 불행하다면, 정신약물학적인 중재가 가장 강력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마음과 마음정신과의원 원장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