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독립 이상과 현실
미국 연방대법원은 9명의 종신 대법관으로 이루어진 최고 사법기관이다. 『더 나인』은 미국 연방대법원을 움직이는 9명 대법관들의 개성과 철학, 1990년 이래 중요한 이슈에 대한 그들의 판결 이유와 근거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헌법을 해석하여 개별 사건의 합헌성 여부를 판단하는 곳이다. 그러나 많은 경우 헌법의 '해석'은 사실 판단을 넘어 옳고 그름, 혹은 입법의 정책적 유효성에 대한 판단으로 확장된다. 헌법 사건의 판결은 그래서 '정치적 판단에 기초해서만 결정될 수 있고, 정치적 판단은 법규범의 지시에 따라서 옳다 그르다 할 수 없다'. 헌법에 대한 '현재'의 해석, 그리고 대법원의 과거 판례에 대한 '현재'의 재해석(혹은 파기)은 변론의 질이나 판결 이유보다는 주로 대법관들의 이념적 분포에 따라 결정된다. 미국 연방대법원의 이러한 당파성 혹은 이념성은 사법 적극주의자(judicial activists)나 사법 제한주의자(judicial restraints) 모두에게 있어 불편하지만 불가피한 진실이다. 연방대법원은 판결을 통해 더 큰 자유와 평등이 보장되는 사회 건설을 위해 연방 헌법을 이용할 수도, 정치적 다수와 입법자들을 존중하여 중요한 결정사항에 대해 판결하지 않을 수도 있다.
연방대법관의 영어 명칭은 '정의'(Justice)인데 이 때문에 누가, 어떠한 이념을 가진 대법관이 임명되는가는 언제나 미국 사회의 초미의 관심거리이며 때로 격렬한 정치적 논쟁의 대상이었다. 연방대법관은 대통령이 임명하고 상원 법사위원회 청문회와 표결을 거쳐 상원 본회의에서 과반수의 찬성으로 취임한다. 사망이나 자발적 사임, 혹은 탄핵에 의하지 않고는 대법관 교체가 일어나지 않으므로 대법관을 임명하는 행운을 모든 대통령이 갖는 것은 아니다.
현재 미국 연방대법원은 2005년과 2006년 부시(아들) 대통령이 임명한 존 로버츠 대법원장(1955년생)과 새뮤엘 알리토 대법관(1950년생), 1986년과 1988년에 레이건 대통령이 임명한 안토닌 스칼리아(1936년생), 안소니 케네디(1936년생) 대법관, 1991년 부시(아버지) 대통령이 임명한 클래런스 토마스 대법관(1948년생), 1975년 포드 대통령이 임명한 존 스티븐스 대법관(1920년생), 1993년과 1994년 클린턴 대통령이 임명한 루드 베이더 긴즈버그(1933년생), 스테판 브레이어(1938년생) 대법관, 그리고 2009년 오바마 대통령이 임명한 소니아 소토마이어(1954년생) 대법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 중 흑인 대법관이 1명(토마스 대법관), 히스패닉계 2명(알리토, 소토마이어 대법관), 여성이 2명(긴즈버그, 소토마이어 대법관)이다. 공화당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대법관이 다수이지만 전체적으로 대법관들의 이념적 분포는 보수-진보 간에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스티븐스 대법관의 사의 표명으로 새로운 연방대법관의 임명 절차가 진행 중이다. 스티븐스 대법관은 89세의 고령으로 공화당 대통령(포드)에 의해 임명되었지만 진보적인 판결을 내왔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5월 10일 엘레나 케이건(50'여) 법무부 차관(정확히는 미국 연방최고법원에서 연방 정부의 대리인으로서 소송 수행을 담당함)을 지명했다. 케이건은 하버드 법학전문대학원 최초의 여성 학장을 역임했고 여러 중요한 정부 요직에 있었지만 정작 법관으로서의 경력은 전무하다. 케이건 지명자에 대한 상원 법사위원회의 인준 청문회는 종료된 상태이며 상원 여름 휴가가 끝나는 7월 중순경 그녀에 대한 법사위원회의 인준 표결을 남겨둔 상황이다. 그녀에 대한 비준은 상원이 민주당 다수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무난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에서도 한나라당의 사법부 개혁 입법안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주로 대법원의 독립성 및 개혁 주체를 둘러싼 공방이다. 『더 나인』이 묘사하는 미국 연방대법원의 현실이 시사하는바, 대법원의 독립성은 정치로부터 완전히 독립되기 어렵다. 문제는 정치의 현실, 즉 어떤 다수에 의한 어떤 이념의 '정치'인가를 긴 안목에서 인정하느냐에 달려있다.
계명대 미국학과 교수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