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성폭행 잇따라…학부모 근본대책 요구
"이렇게 불안해서야 어떻게 딸아이를 키우겠습니까."
김수철 사건에 이어 대구를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성폭행 범죄가 잇따르면서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학부모들은 정부와 경찰이 땜질식 처방이 아니라 현실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불안해서 살겠나
2일 오전 8시 달서구 한 초교 앞. 등교하는 학생과 이들을 배웅하는 학부모들이 줄을 잇고 있었다. 이번 성폭행 사건을 전해들은 학부모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등하굣길에서, 주택가에서 시도 때도 없이 성폭행 사건이 터지면서 아이를 맡길 곳이 마땅치 않은 맞벌이 부부들은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했다.
초교 1년생 손녀의 등굣길에 함께한 김현지(60·여)씨는 "이처럼 잔인한 짓을 한 자는 반드시 잡아 엄벌해야 한다"며 "어디를 가도 안전한 곳이 없는 것 같다. 이렇게 불안해서 아이를 키우겠느냐"고 말했다.
서모(40·여)씨는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탈 때도 반드시 인터폰으로 집에 연락하라고 가르친다"며 "초교 1년생 딸의 학원길에도 매번 동행해야 그나마 마음이 놓인다"고 했다.
비슷한 시간 중구 한 초교 앞에서 만난 학부모들도 마찬가지 심정이었다. 맞벌이 부부인 정효순(49·여)씨는 "학교도 안심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외부인들의 출입을 엄격히 차단했으면 좋겠다"고 했고 한모(39·여)씨는 "학교 지킴이 어르신들이 계셔도 주변을 제대로 살펴보지 않는 것 같아 안심이 안 된다"고 했다.
출근한 아내 대신 딸을 배웅하고 직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던 김영진(39)씨는 "방과 후에 우리 부부가 올 때까지 집에만 있으라고 하지만 이젠 집도 안심이 되질 않는다"며 "맞벌이 부부가 늘고 있으니 학교와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사고를 방지하고 아이를 안전하게 맡길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땜질식 처방 안 된다
성폭행 사건이 잇따르면서 학부모들과 전문가들은 성범죄가 터질 때마다 봇물처럼 쏟아내는 대책이 아니라,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대구 해바라기센터 최순화 부소장은 "그동안 정부가 사건 발생 후 내놓은 대책들이 임시방편에 불과했다는 게 이번 사건으로 다시 증명됐다"며 "성폭력 전과자들의 관리 범위를 확대하고 재범을 줄일 실질적인 대책 개발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조두순 사건'에 이어 '김길태 사건' '김수철 사건' 등 비슷한 사건이 되풀이될 때마다 짧은 시간 안에 수많은 법 개정안과 대책이 터져 나왔지만 사후약방문식이다.
조두순 사건 때 제안되었던 30여 건이 넘는 법개정안이 김길태 사건이 발생할 때까지 단 한 건 외에는 국회에서 모두 잠자고 있었고, 조두순, 김길태 사건을 전후해 마련된 CCTV 설치는 김수철 사건을 계기로 사후약방문 역할만 하고 있을 뿐 성폭력 예방 역할은 전혀 하지 못했던 것.
대경대 양원규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그동안 사건 발생 때마다 수많은 대책이 나왔지만 실질적이고 구체적이지 못해 구호식으로만 그치고 말았다"며 "범행 시점과 출소 시점이 아무리 오래됐더라도 경찰이 특별관리하는 등 일상과 맞닿은 정책을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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