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그린배 프로여류국수전 개막
한국의 여자프로기사는 1975년 1회 여류입단대회를 통해 윤희율(퇴직)·조영숙(현 3단)이 등장했으나 그 후의 여건 미비로 다음 입단까지는 15년을 더 기다려야 했다.
1990년에야 재개된 2회 여류입단대회를 통과한 여자 기사가 남치형(현 명지대 교수)과 이영신(5단·현재 헝가리에서 활동 중)으로 이때부터 한국 여자기사의 시대가 열리게 된다. 1992년 4회 여류입단대회를 통과한 윤영선(5단·현재 독일에서 활동 중)은 1990년대를 이끌고 간 기사 중 한 명이었다. 견제 상대라면 1997년에 프로여류국수를 차지한 동갑내기 이영신, 권갑용 8단의 맏딸 권효진(현재 5단) 정도.
1997년에는 기대주 조혜연(11회 여류입단대회), 박지은(12회 여류입단대회)이 데뷔, 차세대를 기약하게 된다. 기반이 일천했던 탓에 중·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약하던 한국 여자바둑계를 뒤흔든 인물이 바로 루이나이웨이(芮乃偉) 9단. 루이 9단은 1980년대 후반 중국여자 개인전을 4연패하며 이미 최고의 여자기사로 여겨졌으며 특히 1992년 7월 15일에는 2회 응씨배 16강전에서 당시 한국의 1인자 반열에 올라 있던 이창호 5단을 격파, '철의 마녀'로 일컬어졌다. 이후 루이 9단은 중국기원을 떠나 남편 장주주(江鑄久) 9단과 함께 일본과 미국을 떠도는 신세였는데 한국기원이 손을 내밀자 1999년 3월에 전격 입국, 한국바둑 무대로 올라왔다.
어느 정도의 독주는 예상되었지만 실제 루이 9단은 1999년에 84.6%(33승 6패)의 연간 최고 승률을 기록할 만큼 놀라웠고 2000년 벽두에 여자 기전의 범주를 뛰어넘어 이창호·조훈현 사제를 연파하며 국수까지 차지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루이 9단이 입국한 1999년 이후 한국 여자바둑계는 루이 9단 대 나머지 여자 기사들의 대결 구도로 진행되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루이 9단의 존재감은 대단한 것이었다. 2000년 무렵에는 세대교체도 이루어져 그해 여류명인전과 여류국수전의 우승자는 루이 9단, 준우승자는 각각 박지은(3단)과 조혜연(3단)이었다.
2003년에는 조혜연 4단이 루이 9단을 밀어내고 여류명인과 여류국수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조혜연의 진학(고려대) 후 루이 9단이 타이틀을 탈환, 현재까지 군림하고 있다. 박지은 9단은 세계기전에서는 좋은 성적을 작성했으나 정작 국내기전에서는 루이 9단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다른 이의 추월을 허용하지 않고 자신의 시대를 이토록 오래 지속하는 원동력은 루이 9단의 탐구심과 엄청난 공부량이며, 한국 여자바둑계의 구도는 아직도 루이 9단과 루이 9단을 뒤쫓는 기사군(群)의 형세로 진행되고 있다.
21일에는 16기 가그린배 프로여류국수전 개막전이 열렸다. 이번 대회에는 한국기원 소속 44명의 여자기사 중 해외파견 기사와 휴직 중인 기사를 제외한 36명이 참가했다. 전기 우승자 루이 9단을 비롯해 조혜연 8단, 이민진 5단, 박지연 2단 등 전기 4강 진출자들은 본선 시드를 부여받아 16강에 직행했으며 예선부터 출전하는 32명의 기사들은 21일과 23일 토너먼트로 12장의 본선 진출권을 놓고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된다.
1993년 창설한 프로여류국수전은 15번 중 루이 9단이 7회, 윤영선 5단이 4회, 조혜연 8단이 2회 우승을 차지했으며 박지은 9단과 이영신 4단이 각각 한 차례씩 우승을 차지하여 역대 여류국수의 수는 모두 5명. 지난 대회에서는 루이 9단이 조혜연 8단을 2대 0으로 제압하고 2연패했다.
이렇게 강력한 루이 9단에 맞서는 한국 낭자군의 양대 기둥은 박지은 9단과 조혜연 8단. 이외에 이민진 5단과 여자기사 중 유일하게 루이 9단에게 상대 전적에서 앞서고 있는 김미리 초단, 최근에 광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는 이슬아·김윤영 초단(명지대 2) 등이 루이 9단의 아성에 도전할 후보군으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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