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풍경과 함께] 태국 방콕…스카이 트레인 BTS를 따라

입력 2010-06-24 14:05:22

역마다 펼쳐지는 새로운 세상…끝이 없는 태국의 매력

1782년 태국의 수도로 자리 잡은 후 지금까지 2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발전을 거듭해온 방콕은 현재 명실상부한 동남아시아 최고의 도시이자 관문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다. 세계적인 휴양 도시 파타야와 함께 대다수 여행사들의 핵심 상품으로 판매되고 있어 한국인들에게 동남아 대표 관광지로 인식되는 도시다.

한국인 여행자들은 대부분 패키지 여행을 하기 때문에 방콕 구시가에 위치한 왕궁과 주변 사원만 간략하게 둘러본 후 방콕을 벗어나 다른 도시로 이동한다. 이런 이유 때문일까.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방콕을 그저 어수선하고 정신없는 도시라는 이미지로 기억하고 있다.

물론 방콕은 구시가의 왕궁 주변을 제외하면 큰 볼거리가 없고 세계의 거대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공해와 소음 그리고 악명 높은 교통 체증 등 여행지로서 많은 단점들을 가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매년 많은 여행자들이 방콕을 찾는 이유는 내부로 들어갈수록 마치 어릴 적 소풍을 가서 보물찾기 하듯이 다양한 문화와 새로운 풍경을 접하기 때문이다.

이런 숨겨지고 감추어진 매력을 한 번이라도 맛본 여행자라면 계속해서 방콕을 찾게 된다. 필자 또한 방콕에서 2년 이상 거주했고 이후에도 20회 이상 여행했지만, 지금도 갈 때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방콕이란 도시의 끝을 알 수 없는 매력에 놀라고 있다.

방콕 수완나품 국제공항을 나서 방콕 시내로 들어가는 길에 사람들이 가장 놀라는 광경은 공항에서 시내까지 이어지는 어마어마한 길이의 고가도로다. 이런 고가도로는 방콕 도심뿐 아니라 외곽지역까지 광범위하게 펼쳐져 있다. 그럼에도 출퇴근 시간과 주말이면 방콕의 도로는 주차장을 방불케 하며 더위와 함께 여행자들을 지치게 만든다.

다행히 1999년 BTS(Bangkok Mass Transit System)가, 2004년 MRT(지하철)가 개통되면서 도로 정체와 상관없이 편리하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게 됐다. 이런 영향으로 개별 여행자들의 숙소도 배낭여행의 메카 카우산로드가 있는 구시가에서 신시가로 옮겨지고 있다.(카우산로드가 있는 구시가에는 여전히 BTS와 MRT가 들어가지 않는다.)

석회 성분과 물이 많아 지반이 약한 방콕의 특성상 MRT보다 BTS가 먼저 생긴데다 여행자들이 주로 들르는 곳들을 BTS가 대부분 커버하고 있기 때문에 여행자들은 주로 BTS를 이용한다. BTS는 구간에 따라 15~40바트(약 600~1천600원)로 태국의 물가를 감안한다면 상당히 비싼 금액이지만 빠른 시간에 이동할 수 있고 고가 철도를 따라 달리기 때문에 이동 중 방콕의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BTS는 방콕 북부에서 출발해 수쿰윗 거리를 따라 동부로 향하는 수쿰윗 라인(Sukhumvit Line)과 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출발해 방콕 남부 실롬 지역을 관통하는 실롬 라인(Silom Line) 등 2개의 노선이 있다.

2개의 노선이 겹치는 유일한 환승역인 씨암(Siam)은 방콕을 대표하는 쇼핑 지역으로 '동양 최고의 쇼핑센터'로 자칭하는 씨암 파라곤을 비롯해 씨암 센터&디스커버리 센터, MBK(마분콩) 센터 등 세계 명품 브랜드를 갖춘 최고급 쇼핑몰부터 대중적인 쇼핑몰까지 다양한 쇼핑센터가 밀집해 있다. 대형 쇼핑센터들과 줄라롱껀 대학교로 둘러싸인 씨암 스퀘어는 항상 태국 젊은이들로 활기가 넘치며 골목마다 다양한 스타일의 옷과 구두,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매장들이 있어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씨암역에서 한 정거장 거리인 칫롬(Chit Lom)역 역시 게이손 플라자와 센트럴 칫롬 등 유명 쇼핑몰들이 몰려 있어 많은 인파가 북적인다. 칫롬역에서 룸피니 공원으로 이어지는 랑수언(Lang Suan) 거리에는 방콕에서도 맛과 분위기가 좋기로 유명한 레스토랑과 카페 등이 늘어서 있고, 도심 한복판인데도 차량 통행이 많지 않아 한낮의 느긋한 여유를 즐길 수 있다.

방콕 시민들의 휴식처로 사랑받는 룸피니 공원은 걸어서 갈 수 있는데 상점들은 오후 3시쯤부터 문을 연다. 태국 관광청이 공식 후원하는 룸피니 야시장에서 다양한 물건들을 구경하며 저녁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다.

나나(Nana)역에서부터 통로(Thong Lo)역까지 이어지는 수쿰윗 도로를 따라 많은 호텔들이 밀집해 있으며, 나나역에서부터 아속(Asok)역까지는 여행자들을 위한 레스토랑과 상점들이 많다. 반면 프롬퐁(Phrom Phong)역부터 통로역까지는 개성 있고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레스토랑'카페'바'갤러리들이 곳곳에 들어서 있는데 정보가 부족한 여행자들보다는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다.

BTS 북부 종점역인 머칫(Mo Chit)역에 가면 "이곳에 없는 것은 태국 어디에도 없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4만평의 크기에 1만개가 넘는 상점, 하루 방문자 수만 30만명에 달하는 짜뚜짝(Chatuchak) 시장이 있다.

의류, 골동품, 애완동물, 보석, 군용품, 액세서리, 수공예품 등 다양한 물건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데 이곳이 여행자들에게 매력적인 이유는 다른 곳보다 20~40% 정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고, 판매자가 직접 디자인해 다른 곳에서는 구할 수 없는 의류, 인테리어 소품, 미술품, 액세서리 등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짜뚜짝 시장의 대다수의 상점들은 에어컨이 없으며 많은 인파가 몰리기 때문에 간편한 복장으로 가는 것이 좋다. 무작정 돌아다니기에는 규모가 너무 커 먼저 인포메이션 센터에 들러 시장 지도를 얻은 후 본인이 사고자 하는 물품이 있는 지역을 중점적으로 돌아보는 것이 좋다.

실롬 라인은 수쿰윗 라인에 비해 이용도가 떨어지는 편인데 그 이유는 실롬 자체가 비즈니스 타운인데다 실롬 하면 세계적 유흥가인 팟퐁(Patpong)을 먼저 떠올리기 때문이다. 특히 밤이 되면 길거리와 골목을 따라 들어서는 팟퐁의 노점상에서 물건을 구매할 경우 짜뚜짝 시장과는 달리 아무리 깎아서 사더라도 바가지를 썼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는 곳이기도 하다.

이런 안 좋은 단면들이 있는 실롬이지만 이곳 역시 다양한 매력이 넘치는 곳으로 사판 탁신(Saphan Taksin)역에 내려 방콕의 젖줄인 짜오프라야 강을 따라 펼쳐진 방콕의 야경을 감상하며 식사를 즐기거나 크루즈 투어를 할 수 있다. 세계에서도 쉽게 찾기 힘든 60층이 넘는 높이에 지붕이 없는 오픈 형태의 레스토랑 & 바 버티고(Vertigo)와 시로코(Sirocco)에서 바라보는 아름다운 방콕의 야경은 두고두고 잊을 수 없는 감동으로 남는다.

김종욱(여행가)

[Tip]

# 짜뚜짝 주말 시장 평일에도 문 열어

짜뚜짝 주말 시장은 이름과 달리 평일에도 많은 수의 상점들이 영업을 한다. 시장 내에는 환전소, ATM기, 관광안내소, 경찰서 등이 있다. 외국인이라고 해서 팟퐁의 노점상들처럼 비상식적인 가격으로 물건을 팔지는 않기 때문에 물건 값의 50% 이상 깎겠다는 식으로 흥정하면 오해가 생길 수가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 BTS 이용 많으면 패스 구입 유리

BTS를 자주 이용해야 한다면 자신에게 맞는 패스를 구입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패스에는 120바트를 주면 하루 동안 무제한 탑승이 가능한 일일 패스 (One-Day Pass), 유효기간이 30일인 어덜트 스마트 패스 (Adult Smart Pass)가 있다. 어덜트 스마트 패스는 15회 탑승에 345바트, 25회 탑승에 550바트 등 횟수에 따라 가격이 정해진다.

# 일행 3, 4명 이상 택시가 더 저렴

BTS가 편리하긴 하지만 요금이 저렴한 편이 아니기 때문에 3, 4명이 같이 이동한다면 도로 정체 시간 외에는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부담이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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