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부지 금값, 더 오를까요?"…투자자 고민

입력 2010-06-24 10:44:45

"오를만큼 올라" vs "상승 여력"

금값은 더 오를까, 이미 오를 만큼 오른 것일까? 올 들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금값과 함께 투자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유럽 재정 위기가 계속되고 인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되면서 금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과 이미 수요 둔화가 시작돼 큰 투자 매력을 느끼기 어렵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연일 치솟는 금값

다소 상승 폭이 줄긴 했지만 금값의 고공행진은 계속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8월 만기 금은 온스당 1.1달러(0.09%) 오른 1,241.8달러를 기록했다. 국제 금값은 21일 8월물 금값이 장중 한때 온스당 1,266.50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날 런던 거래소에서도 직전 거래일보다 8.50달러 오른 1,265.30달러까지 치솟았으며, 홍콩 거래소 역시 1,264.50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23일의 금값은 1년 전(939.4달러)보다 32.1% 오른 것이다. 금값은 최근 10년간 연속 상승하며 1920년 이후 최장기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유럽 재정위기가 쉽사리 진정되지 않는 탓이 크다. 세계 경제 회복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상대적 안전자산인 금 선호도가 높아진 것. 유로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유로화 일부를 금으로 바꾸면서 금 수요가 늘어난 점도 금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미국 CNBC방송은 최근 금값의 급등 이유를 두고 환율 불안과 초저금리, 중국의 금 수요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유로존 위기가 계속되면서 종이 화폐보다는 실제 가치를 지닌 금 수요가 더 커질 것이라는 공포가 커지고 있다는 것. 또 초저금리가 계속되면서 금이 매력적인 투자 대상으로 떠올랐다. 중국이 금 매입을 늘리고 있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금 펀드, 관련주도 뛰어

국제 금값이 오르면서 금 펀드와 금 관련 기업들의 주가도 뛰고 있다. 금 관련 펀드의 1년 수익률은 모두 20%대다. 이는 해외 주식펀드 평균 수익률인 1개월 -1.60%, 1년 8.30%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금 펀드인 블랙록 월드골드증권자투자신탁(H)(A)펀드의 1년 수익률은 34.9%에 이른다. 신한BNPP골드증권투자신탁1(주식)(A)의 1년 수익률은 33.3%, IBK자산운용의 IBK골드마이닝증권자A(주식) 펀드는 26.7%를 기록 중이다. 주식시장에서 금 관련 종목들도 강세다. 아연 추출 과정에서 부산물로 금을 얻는 고려아연이나 휴대전화나 전자제품에서 금·백금·팔라늄 등 희귀금속을 뽑아내는 애강리메텍 등의 주식도 최근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금 거래도 한층 활성화될 전망이다. 정부는 2012년 1월부터 한국거래소(KRX)에 금 현물시장을 개설하기로 했다고 23일 밝혔다. 또 금 선물시장도 활성화하기 위해 현물취급업자가 금 현물거래소를 통해 거래한 금 현물에 대해서는 직접 선물시장에 참여토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반기부터는 100g 단위 소액거래가 가능하도록 '미니 골드' 선물을 상장하기로 했다.

◆금값 더 오를까? 멈출까?

금값 상승 여부를 놓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금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유로 약세에 따른 금값 상승이 계속되고 있고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금 투자가 늘어난다는 것. 저금리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 덕분에 금이 투자자산으로 인식되고 있는 점도 금값 상승을 부추긴다. SK증권 안정균 애널리스트는 "큰 틀에서 볼 때 최근 금값 상승은 통상적인 것으로 보이고 수급 측면에서도 당분간 금값이 고공권에서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 증시의 대안투자로 금값 상승과 관련된 종목이나 ETF에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금값 강세가 계속되더라도 해외 금 관련 ETF나 선물 등에 투자하는 국내 금 펀드의 수익률은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금값이 올라도 원화 가치가 오르면 수익률이 상쇄된다는 것. 온스당 1천200달러를 넘어선 금값이 수요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해 상승세가 둔화될 수 있으므로 거치식보다는 적립식 투자로 비중을 조절하라는 조언도 나온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하반기가 되면 금값 상승세는 안정되고 주식 등 위험 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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