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야 놀자] 교실 신축에 대한 동상이몽

입력 2010-06-15 07:43:13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고도 합니다. 심지어는 신의 영역이라고 여겨졌던 태어나는 일에서부터 죽는 것까지도 선택이 존재합니다. 실제로 좋은 사주를 갖고 태어나길 바라는 마음에 출생 일자를 고르고, 존엄사라는 이름으로 죽음을 선택하는 상황인 것이 오늘의 현실입니다. 경제학의 본질도 바로 선택에 관한 것에서 출발합니다. 사람의 욕망은 끝이 없는데 이것을 충족시켜 주는 자원은 제한되어 있다는 데서 출발한 것이 경제학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경제학은 원하는 대상이 항상 부족하다는 제약의 조건하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큰 만족을 주는 것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학문이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어느 학교에서 학생 수가 급격히 늘어나 교실이 부족해져 100명이 들어갈 수 있는 교실을 추가로 지을 필요가 있다고 가정을 해 보겠습니다. 100명이 한번에 들어갈 수 있는 큰 교실 1개를 지을 것인지, 아니면 20명이 들어가는 작은 교실 5개를 지을 것인지를 정해야 한다고 할 때 교실을 하나 짓는 것보다는 5개를 짓는 것이 비용이 더 들어간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습니다. 건축자재가 많이 들어가고, 칠판, 교탁, 기타 교육기자재 등 기본 시설은 물론이고, 교사도 더 충원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두고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구한다고 가정해 보면 어떤 답이 나올까요?

우선 신학자에게 조언을 부탁했다면 아마 "열심히 기도하면 좋은 해법에 대한 응답이 있을 것입니다"라고 했을 것입니다. 법학자에게 질문을 했다면 "교실 수는 법이나 규정에 따르면 될 것입니다"라는 대답을 들었을지도 모릅니다. 한편, 정치학자에게 물어보면 "이해당사자들을 대상으로 투표(다수결원칙)를 하면 됩니다"라고 응답했을 수도 있습니다. 이어서 교육학자에게 물어보면 "전인교육을 하는 데 가장 적합한 선택을 하면 됩니다"라고 응답했을 것입니다. 교육학자는 한 교실에서 적은 수의 학생이 배우는 것이 교육효율이 높다는 것을 알고 있어 5개의 교실을 짓는 것을 선호할 것입니다. 끝으로 경제학자에게 물어보면 아마도 "누가 비용을 부담합니까?"라고 반문을 했을 것입니다.

즉, 경제학자는 주어진 예산조건하에서 교육효율이 가장 높은 방법을 선택하려고 할 것이고, 경제학자는 교실 5개를 짓는 것이 교육적 효과가 아무리 클지라도 이를 지원할 예산이 없다면 처음부터 이를 검토하지 않을 것입니다. 경제학자는 비용과 편익을 모두 고려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학급당 학생 수는 인구증가율 이상으로 교실 수가 늘어나 꾸준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런 연유에는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교육의 질적 수준 향상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한몫했을 것입니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매 순간 선택을 하거나 선택을 강요받으면서 살아갑니다. 선택을 얼마나 잘하느냐가 한 사람의 인생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살아가면서 수없이 해야 할 선택들을 보다 합리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꾸준하게 정보를 입수해야 하고, 그 수많은 정보 중에서도 자신에게 필요한 양질의 정보를 취사선택하는 혜안이 필요합니다. 삶 자체가 선택의 연속이고 보면 누가 더 합리적인 선택을 하느냐가 인생을 보다 풍요롭게 하는 지름길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선택의 문제를 많이 다루는 경제학에 한번쯤 관심을 두어 보는 것도 그렇게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것입니다.

정상만(대구은행 성서공단영업부 부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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