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시력에 대한 오해와 진실

입력 2010-06-07 07:47:15

안경 쓰다 벗다 한다고 시력 더 나빠지지는 않아

▲대구가톨릭대병원 안과 김숙영 교수는 임시적인 근시 교정은 있지만 아직 근시를 막는 근본적인 방법은 없다고 말한다.
▲대구가톨릭대병원 안과 김숙영 교수는 임시적인 근시 교정은 있지만 아직 근시를 막는 근본적인 방법은 없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국민의 반 이상은 안경을 써야 할 정도의 굴절이상을 갖고 있다. 굴절이상의 대부분은 근시다. 근시는 대부분 태어날 때부터 나타나지는 않는다. 아이가 태어날 당시에는 대부분 원시가 많다. 성장하면서 원시에서 정상 시력이 되거나, 더 진행해서 근시로 변하기도 한다. 대개 초등학교에 입학할 시기에 근시가 나타나기 시작하며, 성장이 멈추는 18~20세까지 근시가 계속 진행된다. 근시는 수정체나 각막의 굴절력이 커지는 굴절성 근시와 안구의 축이 길어져 발생하는 축성 근시로 나뉜다. 중요한 점은 대부분 근시는 안구 크기가 커져서 발생하는 축성근시가 많다는 점. 따라서 청소년은 키가 크면서 안구도 같이 커져 근시가 생기는 것이다.

근시에 대해 잘못 알려진 사실에 대해 알아보자.

◆가성근시란 무엇인가?

안과를 찾는 근시 어린이의 20%가 사실은 가성근시, 즉 가짜 근시다. 가성근시는 가까운 물체를 보려고 지나치게 굴절력을 사용해 일시적으로 굴절성 근시가 생기는 경우. 조절마비제를 사용해 조절근의 힘을 풀어주면 정상 상태가 될 수 있다. 진짜 근시로 잘못 진단해 안경을 쓸 경우, 점점 더 심해지며 결국에는 진짜 근시로 진행할 수도 있다. 반드시 안과에서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

◆TV를 가까이서 보면 눈이 나빠진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TV를 많이 본다고 해서 무조건 눈이 나빠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TV를 가까운 거리에서 본다고 해서 눈이 나빠지는 것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아이들이 아무리 말려도 가까이서 TV를 본다면 혹시 시력이 나빠서 가까이 다가가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야 한다. 시청거리와 관계없이 근시는 생길 수 있고, TV를 전혀 보지 않는 아이도 근시가 생길 수 있다.

◆근시가 발견되면 반드시 안경을 써야 하나?

근시가 생겼다고 해서 무조건 안경을 써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나안시력이 0.5~0.6 정도밖에 되지 않더라도, 교정시력이 1.0 이상 나오고 사시가 없으며 약시로 진행할 가능성이 희박한 경우에는 안경을 쓰지 않고 좀 더 경과를 보아도 무방하다. 이런 경우에는 당사자의 불편함 정도가 안경사용 여부의 가장 중요한 판단기준이 된다. 즉, 시력이 나빠 생활이 불편하면 안경을 쓰면 된다.

◆안경을 쓰면 눈이 더 나빠지나?

부모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다. 안경을 쓰다가 벗으면 사물이 흐리게 보여서 안경 때문에 눈이 더 나빠졌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안경을 쓴다고 해서 시력이 더 나빠지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성장에 따라 근시가 진행되기 때문에 안경도수도 점점 높아진다. 안경을 써서 눈이 더 나빠지는 것이 아니라 근시가 진행하기 때문에 눈이 더 나빠지는 것처럼 느끼는 것이다.

◆안경을 쓰기 시작하면 계속 써야 하나?

안경을 한 번 쓴다고 해서 항상 안경을 착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안경을 썼다 벗었다 자주 하게 되면 시력이 더 나빠진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는 전혀 근거가 없는 속설이다. 사시나 약시가 없고 교정시력이 1.0 이상이며 나안시력으로 생활에 큰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면 꼭 필요할 때만 안경을 착용해도 무방하다.

◆근시를 억제하는 음식이 있나?

특별히 근시를 억제하는 음식이나 약물은 없으며, 눈에 좋다는 음식이나 약물은 대부분의 경우 조절력 이상에 의한 피로감을 줄여 주거나 망막에 영양소를 공급해주는 정도로 제한된다. 우리나라 어린이의 경우 영양이 부족하여 시력이 나빠지는 경우는 없으므로 모든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적절한 시기에 눈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만 3세 이상이 되면 시력검사와 기본적인 안과 검사가 가능하므로 반드시 검진하여 아이의 시력장애를 일찍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도움말=대구가톨릭대병원 안과 김숙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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