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쉼터 숲이 각광받고 있다. 단순히 산책을 하거나 보고 즐기는 대상이라는 인식을 넘어 숲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이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피로에 지친 이들에게 심신의 안정을 가져다 주는 치유의 공간뿐 아니라 학습의 공간, 마케팅의 공간으로 숲이 거듭나고 있다. 싱그러움이 넘쳐나는 계절, 한층 더 활용도가 높아진 숲으로 여행을 떠나 보자.
◆ 숲에서 배운다
숲이 교육장으로 활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달 서울 송파구는 숲 유치원을 개원했다. 숲 유치원은 일반 유치원과 달리 숲에서 일과를 보내는 것이 특징이다. 짜여진 교육 프로그램도 없다. 아이들은 숲에서 마음껏 뛰놀면서 자연과 함께 호흡한다. 숲 유치원에서는 숲이 선생님이고 나뭇잎'잡초'솔방울'애벌레 등이 교재다. 아이들의 감수성과 사고력을 키우는 것은 고스란히 숲의 몫이다.
숲 유치원은 1950년대 중반 덴마크에서 시작됐다. 전인교육'생태교육의 장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스위스, 독일 등으로 확산됐다. 독일의 경우 1천여개의 숲 유치원이 운영되고 있을 만큼 보편화돼 있다. 숲 유치원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 덴마크와 독일 등 유럽 선진국에서는 숲 유치원 출신 아이들이 일반 유치원을 졸업한 아이들에 비해 수업 참여도 등이 높다는 연구 결과를 내 놓기도 했다.
숲 유치원이 국내에 소개된 것은 2년여 전이다. 현재 전국에는 20여곳의 숲 유치원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서울 성북구청을 비롯해 북부'동부'서부'중부'남부지방산림청, 인천숲유아교육연구소 등이 운영하고 있으며 대부분 수도권과 강원도에 집중돼 있다.
자연에서 배우는 숲 유치원은 인기가 높다. 지난해 북한산 숲체험장에 숲 유치원을 개설한 서울 성북구청의 경우 관내 유치원을 대상으로 이용신청을 받은 결과 6개 유치원을 뽑는데 20여개가 넘는 유치원이 신청해 경쟁률이 3대 1을 넘었다.
산림청 산하 보은국유림관리사무소가 운영하는 충북 청주시 용정산림공원의 숲 유치원도 이용하려는 유치원이 많아 스케줄이 꽉 차 있을 정도다. 숲 유치원이 제공하는 숲 해설가의 설명과 체험 프로그램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숲 인테리어
외국에서는 건물 신축 단계부터 숲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사례가 스페인 마드리드 인근 숲 속에 자리 잡은 셀가스카노 건축사무소다. 호세 셀가스와 루시아 카노가 직접 설계한 터널 형태의 이 건물은 숲에 둘러싸여 있다. 국내에서는 서울을 중심으로 숲 인테리어가 확산되고 있다. 실내에 살아 있는 식물을 심어 숲 이미지를 구현하는 레스토랑과 병원 등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달 이전해 문을 연 강북삼성병원 종합건진센터는 국내 최고의 의료 시설뿐 아니라 자연친화적 설계로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나무'물'흙'돌 등을 이용해 자연을 곳곳에 녹여냈다. 건진센터로 들어서는 유리계단 밑에는 330㎡(100평) 규모의 인공 연못이 조성돼 있다. 접수대기 공간 벽면은 공기 정화 역할을 하는 다년생 식물인 송학으로 뒤덮여 있다. 검사실 벽은 제주도에서 공수해 온 황토로 만든 흙담이다. 수진자와 의료진에게 제공되는 가운은 100% 유기농 면으로 제작됐다. 신호철 강북삼성병원 건강의학본부장은 "삼림욕하듯 동선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새 건강검진이 끝난다. 건강진단 자체가 기분 좋은 체험이 되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명품관 레스토랑 '타니넥스트도어'의 실내에는 자작나무 숲이 조성돼 있다. 또 서울 청담동에 있는 레스토랑 '달과 6펜스'에는 느티나무 등 10여 그루의 나무가 심어져 있다. 실내 인테리어 비용만 5억원이 들었지만 실내숲에 반한 20, 30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어 숲 인테리어 효과를 톡톡히 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구에서는 남구 대명동에 위치한 KMG내과(원장 강민구)의 숲 인테리어가 단연 돋보인다. 아프리카산 체리목으로 된 건물 외벽에서는 병원 냄새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병원 같지 않은 외관만큼이나 내부도 독특하다. 병원 안으로 들어가면 82㎡(25평)의 중앙정원이 나타난다. 사각형의 중앙정원을 가운데 두고 빙 둘러가며 진료실, 환자대기실 등이 배치돼 있다. 실내는 온통 유리로 돼 있어 진료실, 환자대기실에서 중앙정원을 훤히 조망할 수 있다.
중앙정원에 있는 높이 7m의 나무는 서양목련과인 태산목이다. 5월부터 8월까지 우리나라 목련꽃보다 몇 배나 큰 꽃이 핀다. 수령은 적게 잡아도 50년. 가정집 마당을 지키던 태산목이 병원 중앙에 위치한 까닭은 2004년 병원을 지으면서 원래 있던 나무를 옮기지 않고 그대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태산목이 다치지 않게 건물을 짓다 보니 병원이 나무를 품고 있는 ㅁ자 구조를 갖게 됐다. 하늘을 향해 열려 있는 중앙정원에 서면 자연의 숨결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맑은 날이면 눈부신 햇살이 들이치고 비가 오면 태산목을 타고 빗물이 떨어진다.
강민구 원장이 마당이라고 부르는 중앙정원은 휴식공간뿐 아니라 전시'음악회가 열리는 문화공간의 역할도 독톡히 하고 있다. 지금까지 음악회 21번, 전시회 7번, 패션쇼 1번이 열렸다. 현재 김소영 작품전이 열리고 있으며 6월 3일에는 22번째 음악회가 예정돼 있다.
강민구 원장은 "병원 하면 떠오르는 폐쇄적인 이미지 대신 편안하고 병원 느낌이 들지 않는 병원을 만들고 싶었다. 방문객들이 긴장감에서 벗어나 안도감과 평화스러움을 느낄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 숲으로 떠나는 여행
숲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숲 해설가(숲의 생태와 역사 등을 설명해 주는 전문가)와 함께하는 숲 탐방 프로그램도 인기를 얻고 있다. 서울시는 구마다 마을 산을 중심으로 숲 해설가와 동행해 산을 걷는 '숲 속 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제주도는 3월부터 11월까지 일반인과 학생, 동호인 등을 대상으로 한라생태숲에서 숲 탐방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개장한 한라생태숲에는 333종 28만8천그루의 식물이 있으며 구상나무'참꽃나무'단풍나무 등 13개 테마숲과 한라산 고지대'1100고지 습지대 등에 서식하는 식물을 볼 수 있는 전시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지역에서는 영덕의 칠보산자연휴양림이 5월부터 11월까지(7, 8월 제외) 매월 한차례 금강송 숲 탐방행사를 1박2일씩 진행한다. 참가자들은 자연휴양림 내 펜션에 머물면서 삼림욕, 명상, 맨발로 걷기 등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된다. 참가비는 따로 없다. 하지만 참가 인원이 50명으로 제한돼 있고 자연휴양림 내 펜션은 예약을 해야 한다. 참가 신청은 칠보산자연휴양림(054-732-1607)으로 하면 된다.
소백산국립공원사무소도 탐방객을 위해 소백산환경교실, 부석사 역사문화 산책, 죽계구곡 사계절 생태탐사 등 다양한 해설 프로그램을 마련해 두고 있다. 참가를 희망하는 개인이나 단체는 소백산국립공원사무소(054-638-6196) 또는 인터넷 홈페이지(sobaek.knps.or.kr)를 통해 예약하면 된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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