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한방이야기] 뽕나무

입력 2010-05-27 10:19:43

노화억제·탈모방지·항산화 작용…최근 음료수·차·화장품 등으로 각광

비단, 실크로드, 잠실, '상전벽해'(桑田碧海) 등은 우리가 흔히 쓰면서도 공통점을 잘 느끼지 못하는 말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뽕나무다. 뽕나무는 양잠을 많이 하던 1970, 80년대까지 주변에 흔했으나 점차 경쟁력이 떨어져 한동안 설 자리를 잃었다. 하지만 최근 여러 연구에서 여러 가지 기능성이 밝혀지면서 이제 누에를 키우는 용도보다 나무 자체로 버릴 것 하나 없이 우리에게 아낌없이 주는 나무로 거듭나고 있다. 잎과 줄기, 열매, 심지어 뿌리껍질까지 약용이나 기능성 화장품, 음료수, 차, 비누 등으로 다양하게 이용된다. 뽕나무는 누에가 뽕잎을 먹고 자라 비단을 만든다 하여 예로부터 신목(神木)이라 불렀다. 언제부터 뽕나무를 키웠는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2천여년 전 중국 진한시대의 동양 최초 의학서인 에 뽕잎과 뽕나무 뿌리껍질에 대한 효능이 기록돼 있는 걸 보면 참으로 오랜 역사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뽕나무의 뿌리껍질은 표면이 백색 또는 담황백색이어서 한약재명이 상백피(桑白皮)로 불린다. 주로 겨울에 채취해 코르크층을 제거하고 말려서 약재로 사용한다.

한의학적으로 상백피는 성질이 차고 맛은 달다. 주로 호흡기 계통에 효능을 발휘하는데 발열성 감기나 열을 동반한 해수, 천식과 구갈(口渴)을 치료하는 작용, 이뇨작용이 있다. 최근에는 고혈압 치료제로 응용되기도 한다. 또 상백피 추출물이 발모촉진과 탈모방지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발표도 있었다. 하지만 평소 몸이 냉하여 소화기능이 좋지 못하거나, 소변량이 많은 경우는 복용할 때 주의해야 한다.

뽕나무 가지는 늦은 봄과 초여름에 어린 가지를 채취하여 건조한 것으로 한약재명이 상지(桑枝)다.

한의학적으로 상지의 성질은 평하고 맛이 쓰다. 관절이 아프고 부을 때 관절을 이롭게 하는 작용이 있어 류마티스 관절질환, 퇴행성관절염, 오십견, 목디스크 등에 효과가 있다. 팔과 다리가 저린 증상이나 고혈압에도 일정한 효과가 있다. 그러나 평소 신체기능이 허약하거나 몸이 냉한 체질은 복용 시 주의해야 한다.

뽕나무 열매인 오디는 봄과 여름에 홍자색을 나타낼 때 채취하는데, 과거에는 건조가 불편해 주로 미성숙 과실을 사용했지만 최근에는 건조기술이 발달해 성숙한 과실을 사용한다. 주로 5, 6월에 수확한 오디를 말리거나 약간 쪄서 말린 것을 한약재명으로 상심자(桑木甚子)라 한다.

한의학적으로 상심자의 성질은 차고 맛은 달면서 시다. 인체의 영양물질인 음혈(陰血)을 생기게 하고 혈액을 서늘하게 하는 작용이 있다. 그래서 소갈(消渴, 당뇨병)과 진액 부족으로 인한 요통과 무릎관절통, 주독(酒毒)을 푸는데 응용된다. 노인들에게도 효과가 있어 노인성 변비에 이용되고 정신이 총명해지며 노화가 억제된다. 어지럼증, 불면증, 탈모 등에도 이용된다.

상심자는 성질이 차가우므로 속이 냉하여 대변이 묽거나 소화불량이 있는 사람은 복용 시 주의해야 한다.

뽕나무 잎을 주로 여름과 가을에 채취하여 건조한 것을 한약재명으로 상엽(桑葉)이라 한다.

뽕나무의 잎인 상엽은 한의학적으로 성질이 차고 맛은 달면서 쓰다. 기미(氣味)가 맑고 가벼우며 풍열(風熱)을 발산하는 작용이 있어 급성 호흡기 증상인 발열, 두통, 인후통, 해수 등에 사용된다. 풍열이나 화(火)가 상부로 올라가 나타나는 두통, 어지럼증, 안구 충혈 등의 증상에 응용된다. 이 외에도 혈액을 서늘하게 하고 피를 멎게 하는 효능이 있어 토혈(吐血)하는 경우에 응용하기도 한다. 다양한 아미노산을 함유하고 있는데 그 중 노인성 치매를 예방해 주는 세린(serine)과 타이로신(tyrosine) 성분이 들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섬유질의 함량이 높아 장의 기능을 활성화하여 변비에 효과적이며,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을 억제하며 항산화 작용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엽은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에 일정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으나 이럴 경우 장기복용해야 하는데 평소 몸이 찬 체질에는 맞지 않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도움말:한상원 대구시한의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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