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 달 넘게 장기 파업을 벌여온 경주의 자동차 부품회사인 발레오전장시스템스코리아㈜ 노조 평조합원들이 19일 민주노총 금속노조 탈퇴와 기업별 단위노조 설립을 전격 의결했다. 앞서 작년 9월 강성 지도부에 반발한 쌍용차노조 평조합원들이 총회를 열어 민주노총을 탈퇴한 사례가 있다. 대화와 타협보다는 투쟁이 앞서는 우리 노사 문화에 비춰볼 때 쌍용차와 발레오전장 노조의 사례는 주목할 만한 일이다.
발레오전장은 경주 지역 22개 금속노조 산하 조합 가운데 단위 노조로는 조합원 규모가 가장 큰 사업장이다. 건실하던 기업이 그동안 노사 대립과 갈등으로 생산성이 떨어지고 종국에는 적자 기업으로 전락했다. 계속되는 파업에 사측이 지난 2월 직장폐쇄로 맞서면서 회사의 존폐마저 위협받았다. 이 와중에 조합원들은 석 달째 임금을 받지 못하고 생계 유지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날 총회에서 전체 조합원 543명의 95.2%인 517명이 새 노조 설립에 찬성했다. 정홍섭 신임 노조위원장은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의 정치투쟁에 조합원들이 염증을 내면서 이 같은 결과를 초래했다"고 했다. 조합원들의 권익은 아랑곳하지 않고 강경 투쟁으로 노사 관계를 위험에 빠뜨린 노조 집행부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마주 보고 달리는 열차처럼 서로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대립과 투쟁만으로는 노사 문제를 풀 수 없다. 발레오전장의 경우처럼 노사 관계가 더 이상 공멸이 불 보듯 뻔한 치킨게임이 되어서는 안 된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승리하는 구조가 되어서도 곤란하다.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협력해야 전체가 살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의 노사 문화도 타협과 상생의 구조로 그 흐름을 바꿔야 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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