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진의 육상이야기] 마라톤 세계신 13℃…100m는 24℃

입력 2010-05-13 09:26:06

기온 등 환경적 특성은 육상선수가 생리적 기능을 효율적으로 발휘하는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여름철 고온 다습한 날씨는 대부분의 운동선수들이 경기력을 발휘하는데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고온은 운동 시 발생하는 체열 증가와 더불어 적절한 체온유지를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높은 기온이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1996년 애틀랜타, 2004년 아테네,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09년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경우 대회 기간 높은 기온이 유지되면서, 전반적으로 기록경기는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경기시간이 짧으고 순간적인 파워에 의존하는 종목에서는 높은 기온이 오히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고온에서 개최된 애틀랜타 올림픽 남자 단거리 100m와 200m에서 캐나다의 도노반 베일리와 미국의 마이클 존슨이 각각 세계신기록을 수립했고, 24℃ 내외의 야간에 열린 베이징 올림픽 100m와 200m에서 우사인 볼트가 모두 세계신기록을 수립했다. 고온에서는 공기의 밀도가 낮아지면서 공기저항이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체중 혹은 물체의 이동이 용이해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단거리선수와 투척선수들은 유리해진다.

고온은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을 어렵게 만들면서 장거리와 마라톤 경기를 더욱 어렵게 한다. 마라톤은 도로에서 장시간 동안 이루어지기 때문에 외부 환경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종목이다. 그래서 흔히 마라톤에서는 세계신기록이 아닌 세계최고기록이라고 한다. 더위 등 자연환경의 제한요인을 선수들이 적절하게 극복하는 방안이 경기력 발휘과정에서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더위는 42.195km의 긴 거리를 장시간 동안 달리는 마라톤선수에게 또 다른 고통으로 작용한다. 근육은 37℃의 체온을 유지할 때 가장 효율적으로 수축한다. 마라톤선수는 경기를 수행하는 동안 산소공급량, 체내수분과 에너지원의 부족, 근육과 신경자극과정에서 점차 축적되는 피로, 상대선수와의 경쟁에 의한 불안과 정신적 고통을 극복해야 한다. 더위는 체온을 상승시켜 이러한 어려움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습도가 높으면 대기 중에 수증기가 많이 함유돼 그 포화정도가 높아지면서 피부표면과 대기사이의 수증기압 차이가 현저히 감소한다. 이는 땀의 증발을 어렵게 해 경기 시 체온 조절과 효율적인 근육 수축을 힘들게 한다. 더위와 습도를 함께 고려한 온도지수(WBGT)가 28℃ 이상일 경우 원칙적으로 경기 진행을 금지해야 한다.

마라톤 경기는 다른 경기와 달리 11~14℃의 범위가 가장 적절한 기온으로 간주된다.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 단거리에서는 흔히 세계신기록이 수립되지만 마라톤에서는 세계최고기록 수립이 어렵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기온의 영향 때문이다. 현재 마라톤 세계최고기록은 13℃에서 개최된 2008년 베를린마라톤대회에서 에티오피아 게브르 셀라시에가 수립한 2시간3분59초이다.

김기진 계명대 체육학과 교수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