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1995년부터 직선 자치단체장을 뽑기 시작했으니 제5기 일꾼을 뽑는 셈이다. 각당의 후보들은 13, 14일 후보 등록과 동시에 지역을 발전시킬 청사진과 함께 공약을 제시할 것이다. 이전 4차례 동안의 지방선거에서 자치단체장들은 저마다 거창하고도 화려한 공약을 제시했다. 공약대로였다면 대구경북은 이미 '윤택하고도 살기 좋은 곳'이 되고도 남았다.
후보들은 대기업을 유치해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만들고, 학교 교육을 전국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려 인재를 모으며,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창출해 사람이 모이는 곳으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선거 때마다 약속했다.
그러나 현실은 15년 전이나 별반 나아진 게 없어 보인다.
미국의 피츠버그로 가보자. 이곳은 지역발전 전략을 마련하는 데 많은 시사점을 준다. 1985년 랜드 맥낼리 조사에서 피츠버그는 미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중의 하나로 선정될 정도로 도시 기반시설과 환경이 잘 갖추어진 전통의 도시였다. 피츠버그는 지식 창출 기반도 단단하게 갖추고 있다. IT기술 분야에서 세계적 명문인 카네기멜론 대학과 피츠버그 대학이 있다. 피츠버그는 매년 수억 달러의 대학 연구자금을 유치하며 9만 명이 넘는 대학생이 있는 데다 1인당 대학생 수를 기준으로 미국에서 여섯 번째로 큰 도시다.
그러나 경제는 이류 수준이다. 1990년대 들어 인구는 계속 감소하고 있으며 특히 유능한 젊은이들이 떠나고 있다. 카네기멜론 대학의 우수 인재 대부분이 다른 지역으로 갔다.
이런 문제를 의식, 피츠버그는 철강 중심의 중공업에서 탈피해 경제구조를 하이테크 산업으로 바꾸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사실상 도심을 완전히 개조했고 새로운 공항에 투자했으며 대규모 스포츠 단지를 개발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람과 회사들은 계속 떠나갔다.
답답해진 피츠버그시는 피츠버그를 떠나 텍사스의 작은 도시 오스틴으로 가는 젊은이들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오스틴은 공항도 작고, 프로 스포츠팀도 없으며, 피츠버그에 필적할 만한 박물관과 수준 높은 문화시설도 없는데 말이다. 이들은 한결같이 "오스틴에는 많은 젊은이들이 있고, 활발한 음악무대, 광장·야외 문화와 멋진 밤놀이 문화가 있다"고 답했다.
미국의 도시들을 보면 쇠락하고 있는 대표적인 도시인 디트로이트와 클리블랜드는 2002년까지 제조업이 중심이었다. 반면 부흥하고 있는 도시는 공통적으로 '삶의 수단이 행복이 되는 도시'로 만든 곳이다. 결국 '소프트 파워'(Soft Power)에 해답이 있었다. 기업이 넘치면 시민 살림살이에는 도움이 되지만 도시발전과 성장의 만능 해결사는 아닌 결과다.
6·2지방선거에 출마한 대부분의 단체장 후보들은 이번에도 기업을 유치하고, 공단을 만들며, 거대한 스포츠·상업시설을 만들겠다는 공약을 준비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앞으로 시대는 도발적 이슈와 문화에 대한 수용이 강조되는 '창조의 시대'다. 문화, 교육, 체육, 관광 등 소프트 파워가 도시 경쟁력을 좌우하게 된 것이다.
이것은 모두 작은 것들이다. 하지만 작은 공약이 시민들에게 큰 만족을 주고, 도시 체질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다는 교훈을 해외 도시에서 많이 본다.
특히 대구의 경우 교육, 문화, 의료 서비스, 과학기술 서비스, 뷰티·음식·금융 서비스산업 등 소프트파워 산업에 집중해야 한다.
가능성도 없는 교육특구만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구별로 한 개 학교씩만이라도 전교생 기숙형 학교를 만들어 보자. 상위 1%이내 학생만 지원한다는 달성군의 포산고 등 대구경북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학교는 모두 기숙형 학교다. 또 예술인촌, 창조 집단의 활동 거리 조성, 서비스 지식인촌 등 공간적 집적과 창조집단 축제 프로그램을 시도해 보자. 곧 조성될 출판산업단지와 연계한 번역영재학교를 만들어 문학과 출판을 통해 세계시장으로 진입하는 시도, 전통음식 및 뷰티산업 영재 육성을 통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해 보자. 이런 것들은 모두 지역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작업들이다.
이춘수(사회부 1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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