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 찾던 세계 금융시장 또 '흔들'…이번엔 중국

입력 2010-05-12 10:27:58

남유럽 위기 잠잠해지니

유럽 위기의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중국의 긴축 우려가 시장을 흔들었다. 유럽연합(EU)이 7천500억 유로 규모의 유로화 안정기금 설립에 합의한 지 하루 만에 약발이 다하며 증시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재정 위기 해법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 데다 중국 경기의 과열 양상이 불거지면서 긴축 전환 시점이 다가왔다는 우려가 맞물린 탓이다.

◆하루 만에 찬바람 분 세계 증시

유럽발 훈풍은 이틀을 넘기지 못했다. 유럽 구제기금의 실효성에 관한 의문이 제기되고 중국 경기의 과열로 인한 긴축 우려가 제기되면서 각국 증시는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1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0.51% 오른 1,678.79로 출발한 뒤 약보합을 유지하고 있다. 달러값도 전일보다 2.7원 떨어진 1천133원으로 거래를 시작한 뒤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일본, 중국, 홍콩 등 아시아증시는 11일 약세를 면치 못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전일 대비 53.93포인트(0.52%) 상승한 10,465.03으로 출발했다. 이날 상하이종합지수는 전일 대비 1.9% 하락한 2,647.44에 머물렀다. 이는 지난해 5월 27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선전지수는 2.4% 내린 1,024.65로 거래를 마쳤고 홍콩 항셍지수는 전날보다 280.13포인트(1.37%) 하락한 20,146.51로 장을 마감했다. 대만 가권증시 역시 0.73% 하락했다.

미국과 유럽증시도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 산업지수는 전날보다 36.88p(0.34%) 떨어진 10,748.26을 기록했다. S&P 500지수도 3.94p(0.34%) 하락한 1,155.79로 장을 마쳤다. 유럽의 경우 영국 FTSE 100지수는 0.99% 하락한 5,334.21로 마감했고, 프랑스 CAC 40지수도 0.73% 떨어진 3,693,20으로 거래를 마쳤다. 그러나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는 0.33% 상승한 6,037.71로 마감했다.

◆유럽 한파 가니, 중국 긴축 오나

세계 증시가 반등 이틀 만에 위축된 데는 중국경기 과열과 유럽 위기 대응책에 대한 신중론이 부각된 탓이다. 특히 유럽의 전방위적 위기 대응책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된 탓이 크다. 이날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그리스의 신용 등급을 투기등급(정크)인 'Baa' 수준으로 내릴 수도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포르투갈도 그리스보다는 덜 심각하지만 등급 강등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유로 재정안정기금을 둘러싼 유로존 국가들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데다 구제금융기금이 과도한 부채 문제가 있는 나라들에게 확실한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경기 과열에 따른 중국의 긴축 우려도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의 발표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8% 상승해 1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6.8% 급등, 3월 5.9%에 비해 상승폭이 커졌다. 또한 인민은행의 은행 지급준비율 인상에도 불구하고 전국 70대 도시 집값은 12.8%나 뛰어 20여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중국은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시중 유동성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물가가 급등하고 있다. 4월 신규대출은 7천740억위안(131조5천억원)으로 3월보다 2천633억위안이나 증가했다. 특히 부동산투자는 정부의 각종 억제정책에도 불구하고 36.2% 급등했다.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통화정책보고서에서 인건비와 원재료 가격 등이 상승하며 물가에 영향을 주고 있어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다고 경고했으며 관리변동환율제 등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점진적인 위안화 절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리서치기획팀장은 "EU의 시장 안정기금 조성 소식이 투자심리상 안도감을 줬던 이슈지만 브이(V)자 반등의 동력이 될 정도는 아니었다"며 "재정 위기 우려는 완화됐지만 이후에도 잠재해 있으리라는 점에 비춰 단기적으로 박스권 장세의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성현기자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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