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 둘을 둔 학부모로 평소에 시골 학교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얼마 전 지역 방송에서 '시골학교 위장 전입'이란 뉴스를 보고 '저런 방법도 있나', '문제점도 있네' 정도로만 생각했었는데 지난 28일 매일신문 '독자기고'를 통해 다시 '시골학교'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뉴스를 보며 당시에 받아들였던 판단과 다소 다른 시각의 학부모 글을 보며 지난달 19일 관련 TV 뉴스를 다시 보았는데 '뉴스에서 전달하고자 했던 내용'과 '시골학교 살리기'의 진정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어 보이는 기고문이라는 생각이 들어 반론 형태의 글로 일반 학부모로서 다른 소견도 있음을 알리고자 한다.
일차적으로 기고문에서 글 앞머리에 언급한 바와 같이 현재의 교육 환경에서 '친구들과 경쟁하기보다 더불어 함께 나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전입을 결정하게 되었다는 점에는 일부분 동감하였다.
그러나 더불어 함께 나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면 '위장 전입'이라는 잘못된 방법을 선택하는 데 대하여 고민을 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한 주간지를 통해 무료 교육을 강조하며 학생을 모집하는"원어민 교육 무료, 방과 후 풍물·컴퓨터 논술 무료 수업, 학년당 7인 이하 수업, 모든 교육 무료로 해드립니다"는 비교육적인 방법에 대해 고민을 했어야 했다. 7인 이하의 학생은 복식수업을 해야 하는 현실임에 비추어 탈법을 강조하는 학생 모집에 정당성을 주장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단순히 '공짜' 때문에 위장전입을 선택한 것이라고 매도하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전하고 있는데 몇 번을 다시 보아도 그렇게 생각되지는 않았다. 대구가 근무지인 한 지인은 아들의 초등학교 입학에 맞추어 인근의 경북으로 이사 가서 힘들게 대구로 출퇴근을 하고 있다. 조그마한 시골 학교의 내부 문제와 갈등 속에서 힘들어 하지만 아이 교육을 생각하면서 힘들어도 어른인 자신이 출퇴근하는, 교육적인 길을 선택한 것이 대견해 보였다. 아이의 교육을 위해 이사를 한 학부모가 어리석은 것인지 되묻고 싶다.
기고자가 희망하는 것처럼, 도시 학생의 시골학교 전입학을 허용하는 것이 그 지역과 학생, 학부모에게 교육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충분히 검토하고 시행을 검토해봐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시골지역에서 학교는 교육공동체로 자리매김하지만, 버스 타고 도시학생이 잠깐 와서 학습만 하고 가는 것으로 비쳐졌을 때 생기게 될 문제점은 없는지와 지역민에게 위화감을 조성하지 않는지, 그리고 시골학교로 버스타고 등하교하는 학생들에게 교육적으로 어떤 의미가 부여될 수 있을지 등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단점보다 장점이 더 크다는 사회적 합의가 도출되면 제도가 그것에 맞게 바뀌어가는 것도 좋을 듯하다. 그러나 이런 논의나 교육적 검토 없이 눈앞의 편의적 목적에 의해서 지역사회의 구심점인 학교의 개방을 시골학교 살리기로 생각한다면 이는 '학교'의 본질을 훼손한다는 점에서 지역 교육청도 분명히 입장을 정리하고 이에 따라 원칙적인 행정을 하여야 한다.
아울러, 기고자가 폐교후 10여명이 인근지로의 통학을 우려하지만 도시 학생의 시골 통학과 시골학교의 통합으로 인근 주소지 학교로 가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임에도 동일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진정으로 그 지역 학생을 배려한다고 볼 수도 없다는 점에서, 과연 더불어 함께 나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전체 뉴스에서 별 비중이 아닌 교육세 낭비 부분에 대하여, 더 큰 교육 비리가 많은데 적은 비용의 교육 비리를 언급한다며 볼멘소리를 하는 식의 비유도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남의 잘못은 대들보고 나의 잘못은 티눈'이라는 식의 보도 비판으로 비쳐져 기고자의 글이 오히려 속좁은 단견의 예시문처럼 느껴진다.
더불어, 이런 위장전입의 문제를 교육 내용이 아니라 행정적인 문제로만 삐딱하게 이해하고 있다고 지적한 기고자의 편의적이고 자의적인 입장이 이해하기가 더욱 어려웠다. 제도와 규칙을 일부 학부모의 요구에 따라 달리할 수는 없지 않은가? 기고문을 보며 '이런 편법이 있었네'라면서 경북교육청 처리 결과를 지켜보고 있는 주위의 학부모가 생겼다는 것이 우려스럽다.
정옥연(대구시 달서구 진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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