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이동…우주여행 떠나볼까
빛보다 빠른 우주선이 존재할까. 우리 몸이 우주 저편으로 순간이동할 수 있을까. 염력으로 물체를 이동시키는 것은 가능할까. 사람이 상처 하나 입지 않고 벽을 뚫고 지나갈 수 있을까. 로봇 공학의 발달로 인간과 기계가 하나가 될 수 있을까?
답은 일단 '예스'(Yes)다. 우주 시대의 서막을 알린 저서 '평행우주'의 지은이 미치오 카쿠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이후 100년 동안 전 인류가 도전해온 과학의 모든 불가능에 대해 '불가능은 없다'고 밝힌다. 물론 현재의 과학이 아니라 앞으로 100년 이내에 가능할 것이라는 것을 이론적으로 설명한다.
염력으로 물체를 움직일 수 있을까? 미치오 카쿠는 '그렇다'고 답한다. 그러나 염력 연구에 가장 큰 걸림돌은 '염력과 관련된 모든 현상이 물리학의 법칙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점이다. 중력은 우주에서 가장 약한 힘이며 동시에 가장 멀리까지, 가장 광범위하고 집요하게 미치는 힘이다. 중력은 지구 어디에나 미친다. 중력은 오직 당기기만 할 뿐 밀어내거나 공중으로 띄울 수 없다. 중력이 작용하는 한 염력으로 물체를 옮길 수 없다는 것이다. 중력이 작용하지 않는다고 해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만약, 염력이 물리법칙을 벗어날 수 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생각만으로 물체를 움직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즉, 인간의 사고를 라디오파나 컴퓨터와 연동시켜 이른바 '염력'을 구현할 수 있다.(물론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뇌파의 패턴을 의도적으로 조절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까지는 두뇌의 청사진이 없기 때문에 스스로 뇌파를 조종하려면 상당한 인내심을 갖고 훈련해야 한다. 훈련을 하더라도 뇌파를 자신이 원하는 시간만큼 자신이 원하는 패턴으로 흐르게 하기는 어렵다.)
어쨌든, 고도의 정신집중으로 뇌파를 조절해서 컴퓨터가 뇌파의 형태를 인식하게 하고 프로그램을 통해 스위치를 켜거나 모니터를 켤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컴퓨터에 의해 조정되는 기계는 작동을 시작한다. 물론 이렇게 작동하는 장치는 현재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염력'과 차원이 다른 문제이기는 하지만, 염력이 중력의 영향을 벗어날 수 있는 전자파의 형태로 컴퓨터를 작동시키고 컴퓨터가 기계를 작동시켜 물체를 이동시킬 수는 있다는 것이다. 이런 장치를 이용하면 '생각'만으로 TV나 에어컨을 켜거나 끄고, 컴퓨터를 작동시키고, 키보드를 칠 수 있다. 제한된 작업이기는 하지만 생각(염력)으로 일단의 물리적 작업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의하면 빛의 속도는 어떤 물체도 넘볼 수 없는 궁극의 속도다.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입자 가속기는 폭발하는 별의 중심이나 빅뱅에 버금가는 에너지를 발휘할 수 있지만 소립자를 빛보다 빠르게 가속시킬 수는 없다. 말하자면 광속은 우주 고속도로의 상한 속도인 셈이다. 그러니 빛보다 더 빠른 속도란 있을 수 없다. 많은 과학자들이 그렇게 인정한다.
'빛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빛보다 빠르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니까 동쪽 하늘을 향해 손전등을 비추고 있다가, 갑자기 서쪽 하늘로 손전등 방향을 바꾸고, 동쪽 하늘로 쏟아져 나간 빛의 영상이 수백 광년의 속도로 다시 서쪽 하늘에 맺힌다고 해서, '빛보다 더 빠르게 이동했다'고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하늘에 맺힌 빛의 영상은 광속보다 빠를 수 있지만, 거기에는 아무런 정보도, 에너지도 담겨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빛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방법(에너지와 정보를 이동하는 방법)으로 '공간 늘리기'와 '공간 찢기' 방법을 제시한다. 공간 늘리기는 우리 뒤쪽에 있는 공간을 늘리고 앞쪽에 있는 공간을 수축시켜서 빛보다 빠르게 이동한 것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움직이지 않았지만, 공간이 변형됐기 때문에 눈 깜짝할 사이에 멀리 있는 별까지 도착하는 셈이다.
'공간 찢기'란 아인슈타인이 도입한 '웜홀'(Wormhole) 개념이다. 웜홀은 영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에 나오는 마술거울 혹은 '나니아 연대기'의 옷장처럼 우주의 두 지점을 연결하는 통로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두 점을 연결하는 가장 짧은 선은 직선'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나 점이 찍혀 있는 종이를 둘둘 말아버리면 두 점을 연결하는 가장 짧은 경로는 더 이상 직선이 아니다. 또 둘둘 만 종이에 구멍을 뚫어 두 점을 연결하면 직선보다 더 짧은 경로를 만들 수 있다. 이것이 웜홀이다. 이른바 어린 시절 듣던 '축지법'과도 통하는 개념이다.
그러니까, 광속보다 더 빨리 물체와 정보를 이동시키기 위해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광속보다 속도 자체를 높이는 방식이 아니라, 공간을 변형시키거나 찢어버림으로써 '공간과 시간의 현재적 약속'을 파기해버리는 것이다.
이 책은 투명인간, 순간이동, 광선총, 염력, 우주여행 등 현재로는 불가능한 것들이 수십 년 혹은 수백 년 뒤에도 불가능할까, 묻고, '가능할 것이다'라고 답하고 있다. 현재 우리가 일반적으로 갖고 있는 개념과 다른 방식들이고 현상 자체도 다소 다를 수 있지만 상당한 설득력을 갖고 있다.
지은이 미치오 카쿠는 1947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일본계 미국인으로 태어났다. 하버드대학교를 숨마쿰라테(최우수 등급)으로 졸업했고 UC버클리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론 물리학계의 석학으로 끈이론, 우주론 등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겼다. 496쪽, 2만3천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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