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량제 봉투, 그 속엔 우리들의 불편한 자화상

입력 2010-05-06 07:48:29

대구 방천매립장, 주부들이 분리수거 실태 조사

대구 달성군 다사읍 방천리 쓰레기매립장. 이곳에는 하루 1천300여 톤의 쓰레기가 쏟아진다. 대형 쓰레기 차량으로 300여대 분량이다. 쓰레기 종량제를 실시한지 이제 15년. 과연 대구시민들은 쓰레기 분리수거를 올바르게 하고 있을까?

이에 대한 시민의 자발적인 점검이 진행됐다. 지난달 26일 방천 쓰레기매립장, 전국주부교실 대구시지부 회원 주부 10여 명이 열심히 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파헤쳤다. 종량제 봉투 안에 어떤 쓰레기들이 들어있는지 실태 조사를 하기 위한 작업이다. 실태 조사는 3일간 이루어졌다(사진).

800kg이 넘는 산더미같은 쓰레기를 일일이 손으로 풀어헤쳐 품목을 점검하는 주부들의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입구가 꽁꽁 묶인 종량제 봉투를 풀어헤치니 쓰레기 종량제 봉투 속에서는 놀랍게도 온갖 잡다한 물건들이 튀어나왔다.

쓰레기 해체 작업을 시작한지 30분이 채 되지 않아 분리수거가 필요한 쓰레기들이 수북이 쌓여갔다. 헌 가방, 쓰다 만 화장품, 머리카락 뭉치, 슬리퍼 한쪽, 각종 옷가지, 물기가 가득한 음식물 쓰레기, 심지어는 동전까지 나왔다. 참가한 주부들은 "(시민들이) 해도 너무 한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날 쓰레기 점검은 아파트와 단독 주택, 업무용 빌딩의 쓰레기로 나누어 진행했다. 아파트 쓰레기 분리수거는 90%이상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일반 주택이나 업무용 빌딩의 경우 쓰레기 분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점검한 박원숙(40'대구 수성구 범어동)씨는 "종량제 봉투 안에 음식물 찌꺼기로 분류되어야 할 음식물 쓰레기도 많고 분리수거가 너무 안 되고 있다"면서 "나 역시 분리수거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새삼 든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했다. 박미숙(40'대구 달서구 대곡동)씨는 "종량제 봉투를 아예 비닐을 담는 용도로 따로 제작하면 어떨까"하고 제안했다. 분리 배출이 가능한 비닐이라는 표기도 좀 더 크게 표시됐으면 하는 바람도 나왔다.

김혜현(49'대구 중구 남산동)씨는 학교의 학부모회를 중심으로 이같은 쓰레기 모니터링 작업을 좀 더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저 역시 쓰레기 매립장과 쓰레기 분리 배출과정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어요. 많은 주부들이 저처럼 이런 경험을 한다면 분리배출이 훨씬 더 잘 될 것 같아요." 종량제 봉투를 3일에 걸쳐 꼼꼼하게 점검한 결과 총 867kg의 쓰레기 가운데 종이류가 340kg, 유리 21kg, 캔과 고철 9kg, 플라스틱 110kg, 의류 64kg, 음식물 70kg, 유해폐기물 23kg 등으로 집계됐다. 주부들이 나눈 쓰레기들 중에서는 분리수거를 해야 하는 쓰레기도 꽤 포함돼 있었다. 이 가운데 가장 심각한 것은 유해폐기물. (사)전국주부교실 대구시지부 민은희 사무국장은 "마시다 만 드링크제, 약, 연고 등 유해폐기물은 땅에 흡수되고 이것이 강물에 녹아들어 앞으로도 큰 문제가 될 수 있는 만큼 주의해서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의약품은 약국에 비치된 별도 수거함에 넣어야 한다.

기저귀의 양도 심각하리만치 많이 나왔다. 867kg의 쓰레기 가운데 일회용 기저귀가 차지하는 양은 40kg. 일회용 기저귀가 자연분해되는 데에 500년이 걸린다는 환경단체의 경고를 생각했을 때 결코 적은 양이 아니다.

민 사무국장은 또 음식물 쓰레기에 대한 정확한 기준을 확인할 것을 당부했다. "우리가 먹다 남은 음식을 음식물 쓰레기로 버려야 합니다. 그 외에 음식 준비를 위해 다듬었던 야채 껍질, 과일 껍질 등은 종량제 봉투에 넣어야 하죠."

그리고 플라스틱, 유리, 비닐 등도 재활용을 위해선 깨끗이 씻어 물기를 제거해야 한다. 일단 오염이 된 것은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이날 쓰레기 점검은 자원순환사회연대가 16개 시도의 쓰레기 종량제 실태 조사를 이루어졌으며 대구지역은 (사)전국주부모임 대구지부가 맡았다.

(사)전국주부교실 대구시지부 손기순 회장은 "주부들이 조금만 신경을 쓰면 상당수 쓰레기를 재활용할 수 있어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면서 "우리 단체에서 300명 이상의 주부들이 항상 환경 모니터링 하고 있는 만큼 이런 계기를 통해 쓰레기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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