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답게 일하고 싶어요" 대학 환경미화원·레미콘 지입차주들

입력 2010-04-26 09:46:00

대학 내 환경미화원들이 저임금과 간접고용으로 고통받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대학 내 환경미화원들이 저임금과 간접고용으로 고통받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1.대구 한 대학 환경미화원 A(65·여)씨는 "청소를 못 해 지적을 받는 것은 괜찮지만 동네북처럼 여기저기서 막말을 해대도, 일을 마치고 씻을 곳이 없어도, 심지어 퇴직금을 받지 못해도 입을 다물어야 한다"고 했다.

A씨는 처우에 불만이 많아도 목소리를 낼 수 없다. 나이가 많아 일할 곳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행여 용역회사 측의 눈 밖에 날까 두려워서다.

#2.일을 계속 하고 싶으면 회사 차를 사라고 해 레미콘 지입차주가 된 B(46)씨는 치솟는 유가 탓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B씨는 "실제로는 고용된 노동자지만 외형상으로는 개인 사업자여서 4대 보험과 퇴직금을 받을 길이 없다"며 "최근에는 운송료 절반이 기름값으로 나가 먹고살기가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대구지역일반노동조합(이하 일반노조)은 최근 대구지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저임금과 간접고용으로 고통받는 대학 내 환경미화원, 레미콘 지입차주의 실태를 고발했다.

일반노조에 따르면 대학과 청소 용역계약을 맺은 업체들이 편법을 동원해 퇴직금,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게 다반사라는 것이다. 업체는 대학과 1년간 용역계약하지만 업체는 환경미화원과 10개월 근로 계약을 맺고 월 단위로 연장 계약하거나 휴직 후 재계약을 하는 수법으로 퇴직금을 주지 않는다는 것.

실제로는 쉬지 못하는데도 평일 오전, 오후 각 30분씩 휴식 시간을 강제 지정한 뒤 주44시간 근무를 주39시간으로 산정해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

환경미화원들은 "용역업체 직원들은 교통비, 식대까지 꼬박꼬박 챙기면서 우리에겐 점심값조차 주지 않는다"며 "용역업체가 학교와 1년 연장 계약한 뒤 우리와 재계약하면 2년간 퇴직금을 받아야 하지만 실제 한푼도 손에 쥘 수 없다"고 꼬집었다.

레미콘 지입차주들도 비정규직의 설움을 톡톡히 겪고 있다. 유가 폭등으로 지입차주들의 어려움이 크지만 레미콘회사 측은 건설 경기 악화와 업체 간 출혈 경쟁으로 납품 단가가 낮아졌다며 운송료 인상에 난색이다.

지입차주들은 "노동 3권이 보장되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납품 단가 과당 경쟁으로 고유가 부담이 우리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며 "노동자들이 지입차주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막기 위해 레미콘업계가 일정 비율의 직영노동자 채용과 유지, 회사 소유차량 수를 갖추도록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반노조 이대동 총무부장은 "대학 내 환경미화원과 레미콘 지입차주의 근로환경에 대해 대학과 지자체, 노동청 등 해당 기관은 현실을 외면하지 말고 철저히 관리 감독하고, 제도적 개선책을 미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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