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에게 두 마리 닭이 있었다. 한 마리는 건강했지만 다른 한 마리는 비실비실했다. 농부는 약한 닭을 살릴 방안에 골몰했다. 답은 '건강한 닭을 잡아 약한 닭에게 먹이자' 였다. 유대인에게 전해지는 우화다. 경쟁력이 낮은 제품에 매달려 우량제품을 희생양으로 삼는 우를 범하지 말라는 경영지침으로 쓰인다. 잘못된 집착과 사고의 경직성을 경계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레샴의 법칙이란 게 있다. 그레샴이 살던 16세기 영국에는 은화와 동화가 주된 화폐였다. 정부는 재정부담을 줄이려고 순도가 떨어지는 동전을 만들어 유통시켰다. 그 결과 순도가 높은 주화는 주머니 속으로 사라지고 순도가 낮은, 질 나쁜 주화만 유통됐다. 고전적 의미는 사라졌지만 사회의 모순과 잘못된 현상을 설명할 때 곧잘 등장하는 이론이다.
지방선거의 막이 오르고 있다. 정당공천제 폐지 주장이 화두가 됐었지만 정당공천제는 고수됐고 여야의 공천 후보 선정작업은 막바지에 왔다. 지방선거에서의 정당공천제는 장단점이 있다. 신진인사의 진출이란 측면에서 보면 정당공천제 폐지는 자칫 지역유지와 힘있는 사람에게 기회가 집중되는 현상을 빚을 수도 있다. 현실과 이상이 같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당 공천제가 유발하는 잡음은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다. 공천권을 쥐고 있는 국회의원의 입김이 더 세졌다는 목소리가 많다.
탈락한 예비후보 상당수는 실적이나 능력에 관계없이 의원과의 사이가 좋지 않거나 이해관계가 맞지 않다는 이유로 떨어졌다는 항변을 한다. 공천을 받은 후보 중에서도 의원과의 매끄럽지 못한 관계로 마음고생을 한 이가 적잖다. 2년 후 총선에서 도움을 주느냐 여부를 공천 잣대로 삼았다는 말까지 나온다. 한나라당 공천장은 대구'경북에서는 당선 보증수표로 통한다. 그래서 더욱 관심거리다.
아직 공천을 확정짓지 못한 지역은 여러 이유가 있다. 그중에는 현역의원과의 관계도 한 이유다. 제도적으로 공천권은 의원의 권리이자 힘이다. 그러나 힘은 사리에 맞고 현명하게 써야 한다. 건강한 닭을 잡아 병든 닭에게 먹이기로 한다면 알을 낳아 줄 닭은 사라지고 만다. 위기는 강점이 치명적 약점으로 변할 때 다가온다. TK의 한나라당 강세는 영원한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서영관 논설실장 seo123@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이철우 "안보·입법·행정 모두 경험한 유일 후보…감동 서사로 기적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