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생각 열린 교육] 얘야! 운동하니? 독서하니?

입력 2010-04-20 07:13:32

학교가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고 한다. 지금의 학교 모습이 10년 전의 학교 모습과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고 한다. 교복도 그렇고 건물 외형도 그렇다. 교사 중심의 수업 형태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변한 것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학교도서관과 아침독서 시간이다. 10년 전의 학교도서관은 먼지 쌓인 책 창고에 지나지 않았다. 아침 시간은 숙제나 자습을 하는 시간이었다. 지금의 학교도서관은 독서의 공간, 수업의 공간, 휴식의 공간, 문화의 공간으로 바뀌었다. 또한 아침 시간은 학생과 교사가 함께 10분간 책을 읽는 독서의 시간으로 바뀌었다. 특히 대구는 전국의 독서 전문 단체나 전문가들이 인정하는 아침독서 10분 운동의 도시다.

아침독서 10분 운동이 학교의 아침시간을 바꾸어 놓을 수 있었던 것은 '모두가 읽는다'는 강제성과 함께 독후감에 대한 부담이 없이 '좋아하는 책을 읽는다'는 자율성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면서 단순했기 때문이다.

2005년 4월 아침독서 10분 운동을 시작하고 나서 1개월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그 당시 우리 교육청의 증축 공사로 인해 주차를 할 수 없어 교육청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빈 곳에 주차하고 15분 정도의 길을 걸어오고 있다.

모 초등학교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1개월 정도 흐른 아침독서 운동의 현장 모습이 궁금해서 같이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어린이에게 말을 걸었다. '몇 학년이니?', '1학년이에요', '요즘 학교에서 책 읽니?' 라고 물었다. 그 어린이가 '예, 우리 아침독서 10분 운동해요'라고 했다. 입학한 지 2개월 겨우 지난 1학년 아이의 입에서 '독서'와 '운동'이라는 말이 동시에 나왔기에 의아한 마음에 재차 물었다. '얘야! 운동한단 말이야? 독서한단 말이야?' 그러자 '우리는 아침에 책을 읽어요.' 라고 거침없이 대답했다. 새롭게 시작한 독서 정책의 성공이 예감되는 순간이었다.

어떤 교육 정책도 교실의 변화가 수반되지 않으면 성공했다고 할 수 없다. 정책은 1개월 정도 안에 교실에 있는 아이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하고 간단해야 한다. 그래야 성공할 수 있으며, 다음 정책으로 이어질 추진 동력을 얻을 수 있다. 실제 아침독서 운동의 성공이 북스타트 운동, 삶쓰기 100자 운동, 책쓰기 운동으로 나아갈 수 있는 추진력이 되었다.

이밖에도 아침독서 10분 운동은 여러 가지 기록을 만들어내었다. '아침독서 10분이 기적을 만든다'는 아침독서 10분 운동의 실천 매뉴얼 책이다. 이 책은 2005년 3월에 번역되어 나왔다. 그해 연말까지 전국에 판매된 책이 1만권 정도 되었다고 하는데 그중 절반 정도의 책이 대구에서 판매되었다고 한다. 1만권 넘게 나가는 책의 절반이 한 도시에서 판매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한다.

대구라는 도시가 생기고 나서 전국에서 1만권 넘게 판매되는 책의 절반을 대구에서 소비한 것은 이 책이 처음일 것이다. 개성보다는 의리를 강조하는 그래서 문화 영화보다는 의리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를 좋아하는 대구가 문화운동의 매뉴얼인 독서 책을 전국에서 가장 많이 구입하는 특이한 현상을 만들어 낸 것이다. 대구의 아침독서 10분 운동은 전국으로 확산되어 학교의 아침시간을 바꾸어 놓고 있다.

한원경 (대구시교육청 교육과정담당 장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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