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병휘의 교열단상] 입바른 소리

입력 2010-04-19 11:03:38

"남을 심판하지 마라. 그러면 너희도 심판받지 않을 것이다." 평범한 말이지만,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우리가 자신과 무관한 사람에게도 쉽게 비판의 화살을 보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별생각 없이 말하더라도, 듣는 이의 영혼에는 화살이 꽂히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모든 일에 예스맨이 되라는 것은 아니다. 남을 탓하기에 앞서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심판과 단죄는 아무리 하찮은 것이라도 되돌아온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좋은 말을 하면 좋은 말이 돌아오고 웃으면 분위기도 밝아진다. 하지만 거친 말은 거친 분위기를 만들고, 분노는 분노로 이어진다. 이제는 아는 데 그치지 말고 삶의 자세를 바꿀 필요가 있다.

"저 사람은 입빠른 말을 잘해서 부하 직원들에게 많은 지지를 받는다." "그의 일솜씨가 너무 재빨라서 따라잡을 수가 없다." "죄수들은 날쌔게 수도꼭지로 덤벼들어 이빨을 닦고, 물을 얼굴에 찍어 바르는 고양이 세수를 했었는데 약삭바른 죄수들은 그 북새통 속에서도 머리를 감곤 했었다."

앞의 예문에 나오는 '입빠른' '재빨라서' '약삭바른'의 표기에서 '-바른' '-빠른'을 헷갈려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앞서의 예문에 나오는 표기 중에서 '입빠른' '약삭바른'은 '입바른' '약삭빠른'의 잘못이다.

'입바르다'는 바른말을 하는 데 거침이 없다, '입빠르다'는 입이 가벼워 경솔하게 남의 약점을 잘 찔러 말하는 것을 뜻하므로 구분해서 써야 한다. '재바르다'는 재치가 있고 날렵하다는 뜻으로 센말이 '재빠르다'이다. '입바르다(입빠르다)' '재바르다(재빠르다)'와 달리 '약삭빠르다'는 매우 약고 눈치가 빠르다는 뜻으로 '약삭바르다'로 표기하면 안 된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잘 대해야 한다. 가깝다고 말로써 상처를 주어서는 안 된다. 허물이 없기에 아무렇게나 말한다고 하지만 절대로 좋은 모습이 아니다. 본인은 허물없이 말한다지만, 듣는 사람은 그렇지 않다. 가끔은 상대의 마음이 되어 봐야 한다.

"주어라. 그러면 너희도 받을 것이다." 주고 베풀어도 모두 돌아올 것이라 하지만 그런데도 우리의 실천 가능성은 희박하다. 쉽게 베풀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많이 따지고, 틈이 생기면 그 일에서 빠지려 든다. 물론 받으려고 주라는 것은 아니다. 주고 되받는 체험을 실천해 보라는 말이다.

말실수를 하지 않기란 어렵다. 허물없는 사이일수록 말실수하는 일이 있어서는 곤란하다. 다른 사람의 잘못은 꼬집고 비난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잘못은 고치려 하지 않는다. 세상이, 남이 바뀌길 원한다면 자기 자신부터 변해야 한다. 가끔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더라도 입바른 소리도, 입빠른 소리도 참을 줄 아는 아량이 필요하지 않을까.

교정부장 sbh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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