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꿈을 빼앗는 정치

입력 2010-04-17 07:31:24

'2006년 92위, 2007년 97위, 2008년 108위, 2009년 115위, 2010년은?'

남녀 간 불평등한 정도 즉 '성(性'Gender)의 격차(Gap)' 수준을 수량화한 '세계 성 격차 지수'(Global Gender Gap Index) 보고서에 나타난 한국의 현주소다. 이는 세계경제포럼(WEF)이 전 세계 134개국을 대상으로 2006년부터 조사한 결과다. 2009년 경우 100점 만점에 한국은 61.5점을 기록해 남녀평등 부문에서는 후진국 수준임을 드러낸 것이다.

여성의 활발한 사회적 진출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남녀 간 불평등 상황이 어느 나라보다도 높다는 것을 이 수치가 잘 방증하고 있다. 정치 분야의 남녀 불평등도 다르지 않다. 유권자 수에서는 여성이 절반에 이르지만 여성 정치인의 수는 미미한 수준이다. 국회에서는 여성 의원이 조금씩 늘어 18대 의원 299명 중 41명(13.7%)이 여성이다. 지방의회 역시 여성 진출은 10%대에 그치고 있다.

프랑스 경우 지방의회에서 남녀가 동수가 되도록 한 법률을 통과시켜 여성 몫을 50% 이상으로 늘리는 등 선진국에서는 여성의 정치 참여를 적극 보장하고 있다. 한나라당도 6'2지방선거에서 여성할당제를 도입하여 여성들에게 일정 몫을 공천하겠다고 했다. 기초단체장 후보 공천에서 서울은 3곳을, 부산'경기 지역은 각 2곳, 나머지 13개 시'도에서는 1곳씩 여성 후보를 공천키로 했다. 지방의회도 국회의원 지역구별 1명씩 여성을 공천키로 했다.

선거를 40여 일 앞두고 대구'경북의 후보들이 속속 결정되고 있다. 그러나 여성 후보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약속했던 여성 기초단체장 및 지방의원 후보 공천 역시 지지부진하다. 국회의원들은 여성 적임자가 없다고 되레 하소연하고 있다. 당연한 결과다. 그동안 여성 정치 후보들을 키우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하소연 이유는 다른 데 있는 것 같다. 겉으로 내세운 공천 기준보다는 다른 요인들(?)이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정치 후진성의 징후들이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정치 불신은 어린 학생들에게서도 나타나고 있다. 올 2월 경북 구미 한 초등학교 졸업식에서 200명 가까운 학생들의 장래희망 조사 결과 학생들은 경찰관'제빵사'변호사'의사'교사'MC 등은 손꼽았으나 대통령'장관'국회의원 지망자는 한 명도 없었다고 한다. 미래의 주인공에게 꿈조차 줄 수 없는 뒤떨어진 우리 정치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보여 주는 한 단면에 씁쓸할 뿐이다.

정인열 중부지역본부장 oxe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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