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살아있기를 바라다가 인양 작업이 늦어지면서는 제발 시신이라도 수습해 장례라도 치러 저 세상으로 편히 갈 수 있도록 기도했어요. 시신을 찾았으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지난달 26일 천안함 침몰 이후 다음날인 27일부터 줄곧 경기도 평택 해군 제2함대사령부와 백령도를 오가며 아들 김선명(21) 상병이 살아 돌아오기만을 바랐던 아버지 김호엽(50·성주군 선남면 관화리)씨는 16일 아침 매일신문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김씨는 "어제 오후 9시쯤 아들 시신을 확인했다"며 "우리는 시신을 찾았지만 아직까지 46명의 실종자 중 8명의 시신을 찾지 못했다. 이분들의 가족에게 오히려 죄송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선명이가 중학교 때 엄마가 세상을 떠나 엄마 정을 못 받고 자랐고, 커서도 아버지와 동생들 뒷바라지를 하는 등 효성이 지극한 아들이었다"며 "고교 졸업 후 취직해 안 입고, 안 먹으면서 모은 600만원이라도 제 마음껏 쓰고 갔으면 이렇게 한이 되지는 않을텐데"라며 울먹였다. 김씨는 "아들이 국가를 위해 목숨을 희생한 만큼 정부가 전사자로 처리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동안 오빠와 형이 살아 돌아오기만을 학수고대하던 김 상병의 여동생 은영(20)씨와 남동생 진명(16)군도 14일 천안함 함미가 인양된다는 소식을 듣고 평택으로 달려왔지만 슬픈 현실에 할말을 잃었다. 진명군은 "미소가 아름답고 부드러운 형의 웃는 모습을 보고 싶다"며 "국가를 위해 희생한 형의 죽음이 헛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은영씨 역시 "힘들게 살아온 오빠가 편안한 곳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흐느꼈다.
한편 김 상병이 2008년 2월 졸업한 구미 금오공고 교직원과 학생들도 비통함에 잠겼다. 금오공고 김원규 교감은 "선명이는 자기 맡은바 일에 열성을 다해 말없이 묵묵히 노력하는 성실한 학생이었다"며 "학교와 산업체의 협약에 따라 졸업 후 산업인력관리요원으로 편성되면 군에 가지 않아도 되지만 스스로 남자라면 군에 갔다와야 한다며 지원해 안타까움이 더욱 크다"고 했다. 금오공고는 김 상병을 애도하기 위해 16일 오전 교정 한가운데 있는 이 학교의 상징인 금오탑 앞에 분향소를 설치해 국방부의 장례절차가 끝날 때까지 운영할 계획이다.
성주·최재수기자 biochoi@msnet.co.kr
구미·정창구기자 jungc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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